요번 연휴에 볼 만한 추천작은 블랙 미러(영국, 2011~2013. 2시즌 총 6화 + 크리스마스 스페셜 1화 완결)입니다. 

 이런 류의 드라마는 늘 그렇듯이 스틸컷을 보면 재미가 반감될 것이기 때문에 제 느낌에 따른 이미지만 담았습니다. 아래 포스터를 제외한 모든 이미지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습니다.

 가끔 꺼진 노트북을 열어놓고 자다보면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 살포시 일어나서 다시 얌전히 닫아놓고 잘 때가 있습니다. 그런 느낌의 드라마입니다. 암전된 검은 거울, 즉 디지털 기기들의 화면이 꺼진 것을 "블랙 미러"로 표현한 영국 드라마입니다. 근미래에 일어날 만한, 디지털 기기들과 관련된 소재의 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울이라는 것이 주는 묘한 공포감이 있습니다. 마치 무저갱과 같은 느낌을 주던 평행 거울이 저희 집 엘리베이터에 있어서 어릴 적에는 엘리베이터 타는 게 두려웠습니다. 분명 저기 보이는 건 내 뒷모습인데 만약 저게 뒤돌아서 나를 처다보면 어떡하나 걱정이었죠.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거울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한 때는 앞머리 말리는 잠깐이 무서워서 거울을 안 보고 말렸었습니다. 

 요즘에는 거울을 보면 나 자신을 너무 적나라하게 꿰뚫어 보는 것 같아 거울을 잘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거울은 분명 사람을 반성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거 같습니다. 드라마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디지털 기술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사실은 그에 깔린 미묘한 공포심과, 사회 모습의 투영을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다 보고 나면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디지털기기가 주는 것은 무한하지만 전원이 꺼진 기기는 그저 검은 거울에 지나지 않듯 뭔가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 씁쓸해지는 여운을 남기죠. ㅎㅎㅎ

여담으로 캡틴 아메리카의 여자친구 페기 카터 역할을 맡은 헤일리 앳웰이 에피소드 하나에 출연합니다. 조금 느낌이 달라서 못 알아보실 수도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