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터 겁쟁이였는데 나이를 먹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됐어도 여전히 공포물은 질색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일본식 공포를 더 싫어하지만 서양식이라고 괜찮다는 것은 아닙니다.

공포 영화는 물론이고, 몰입도가 영화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공포 게임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빌려줘서 아무 생각없이 플레이 했던 <바이오 하자드 7> 은 첫번째 오두막을 둘러보고는 그대로 BD 를 빼서 돌려줬습니다.
냉장고 한번 열어보고 접은 게임은 처음입니다.

플레이 타임 30분에 수명이 30시간쯤 줄어든 기분이었습니다. 
전 공포물이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믿어요.

그렇다고 좀비를 무서워 하지는 않습니다.
공포라기 보다는 슬래셔 무비에 가깝긴해도 <워킹 데드> 는 밥을 먹으면서도 봅니다.-_- (이건 이거대로 이상...)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물론이고, <28일 후> <나는 전설이다> <월드 워 Z> <웜 바디스> 같은 영화들을 꽤나 열심히 본 것을 생각해보면 약간 좀비 애호가 쪽에 가깝군요... 흠터레스팅.

어쨌든 이상하게도 좀비는 좋아하지만 무서운걸 엄청 싫어합니다.

그런 제가 <바이오 하자드 : 레벨레이션즈 2> 를 구입한 것은 살짝 의외의 선택이었습니다.
아니, 의외는 아니었죠.
한글 지원에 할인율이 높았거든요-_-

젤다 엔딩을 보고, 스위치를 아내에게 넘겨주기 전에 기분 전환(?)을 위해 레벨레이션즈 2를 해봤습니다.

'스위치는 화면이 작으니까 나도 할 수 있겠지' 라고 용기내서 시작했습니다.

화면이 작아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였네요.
특히, 조작도 서툴고 분위기 자체도 심란한 초반은 정말 후덜덜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재미있네요!?
공포 + 긴장감이 주는 재미가 이런거였다니!!

공포의 맛을 뒤늦게 깨닫고 공포물에 빠져들어서 결국 바이오 하자드 7 도 클리어 한다는 해피 엔딩까지는 아니겠지만, 이 정도 재미는 기대 이상입니다. 

난이도를 "쉬움"으로 진행했더니 총알이나 허브가 부족하지 않아서 긴장감과 재미의 밸런스가 적당합니다.

특히, 공격 케릭터와 서브 케릭터. 2명을 바꿔가며 플레이 하는 시스템이 꽤 재미있네요.

모든 에피소드는 2파트로 나눠서 다른 케릭터들을 조작하는데,
플레이 방식이 서로 달라서 같은 맵을 재탕했다는 느낌은 거의 없이 참신하고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스토리 텔링도 괜찮습니다. 딱 캡콤 스타일. 전 만족합니다.

퍼즐 부분은 젤다나 툼레이더 같은 게임들에 비해서 간단하고 재미면에서 부족하지만,

대신 무섭기 때문에 긴장감이 넘치는 상태에서 해결하다보니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남다르네요.

커뮤니티의 글을 보면, 이 시리즈 (레벨레이션즈) 는 "레이드 모드" 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합니다.
저는 일단은 스토리 모드만 진행하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다들 레이드 레이드 하니까 귀가 솔깃...
레이드 모드는 액션 + 파밍 게임이 된다고 하는데 그쪽이 제 취향은 아니라서 경험해 봐야 알겠네요.

에피소드는 2파트씩 4개로 짧아 보여도 저 같은 초보+쫄보가 즐기기엔 충분한 (넘치는) 분량입니다.
레이드까지 즐기면 수십시간 이상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혜자스럽군요.

바이오 하자드 본편보다 레벨레이션즈의 후속편이 더 기대됩니다.

스위치 버전에 대한 얘기하자면,

Pros.
- 휴대용 기기에서 이런 그래픽이!
- 화면이 작아서 그래도 좀 덜 무섭습니다.
- 조이콘의 자이로로 조준이 됩니다. 나쁘지 않아요.
- 스위치 게임으로는 꽤 저렴 (할인할 때 $13)

Cons
- 엄청난 로딩이 공포+긴장감을 높여줍니다. 
  죽으면 절대 안됩니다. 절대...
- 패드의 자이로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왜죠?
- 멀미는 있습니다. 
  자신감이 생겨서 큰 화면에서 해봤는데, 무서워서가 아니라 어지러워서 다시 작은 화면으로...
  분명히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 추가 

하도 궁금해서, 레이드 모드 한판 해봤는데...

이건 정말 액션 게임이네요. 별로 안 무섭고 뭔가 색다른 재미가...

스토리 클리어 하고 종료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