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정치질에, 혼쭐난 용산 … 사실은
45일 여신에 수수료 덤터기 쿠팡이 승자라고? 실상은 까지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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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8일] -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가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뛰어난 성능이야 예상했던 부분이었고 문제는 가격이다. 모두가 가격 상승이 이뤄질 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가격동결을 단행했다. RTX 3080 ‘699달러’, RTX 3090은 ‘1,499달러’를 제안했다. RTX 3090이야 플래그십이니 어쩔 수 없고, RTX 3080은 이전과 같은 가격대다.

그런데 저 가격은 북미 기준의 ‘권장 소매가격(MSRP – Manufacture’s Suggested Retail Price)’이고,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러시아발 암호화폐 채굴 열풍과 중국을 휩쓸었던 자연재해로 인한 불량부족 관련 소식 등이 전해지며 불안감은 증폭됐다. 시장은 주로 적게는 120만 원대에서 심하면 150만 원 전후에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처음 예상은 틀리지 않은 듯했다. MSI 브랜드의 RTX 3080 그래픽카드가 한 온라인 판매처에서 150만 원에 가까운 가격에 등록됐기 때문. 이는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여파는 상당했다. 이후 에이수스나 이엠텍, 컬러풀 등 여러 브랜드의 RTX 3080이 제품에 따라 90만 원대 후반에서 110만 원대 전후에 형성되었으니 말이다.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많은 소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소위 용팔이들의 만행이 끝을 보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여러 매체가 이 문제를 잘 다뤄주었기에 이제 와 이 내용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사실 조심스럽다. 그래도 서로를 이해해야 시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가가 본다.

신제품만 나왔다 하면 되풀이되는 문제
국내 PC 부품 유통 ‘구조’와 함께 ‘마인드’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유통 구조는 기이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단 PC 부품 문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여기에서는 PC 시장에 한정해 이야기해보자. 참고로 우리나라는 일부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 주요 부품은 수입에 100% 의존한다. 자연스레 이들 물건을 수입하는 수입사가 존재한다.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지사가 직접 들여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물류비용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대리점(혹은 총판)을 두어 유통 관련 권한을 위임하기도 한다. 홍보와 마케팅은 지사가 판매와 유통은 대리점이 진행하는 식이다.

이렇게 수입된 제품은 총판으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서 총판은 전국 판매처로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곳을 의미한다. 전국 유통 능력이 없다면 광역시 및 지방 도시에 거점을 둔 지역 총판을 두는 곳도 있다. 이렇게 전국 혹은 지역 총판을 거친 제품은 비로소 각 지역에 있는 판매처로 이동하며, 각 지역 소비자들과 만나게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제품은 수입사(제조사) → 총판(대리점 혹은 전국 총판) → (지역 총판) → 판매처 순으로 이동하게 된다. 수입 유통 방식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이 과정은 짧게 3단계에서 많게는 5~6단계로 쪼개진다. 온라인은? 정답은 없지만, 제품 가격 결정 권한이 있는 곳(주로 수입사와 총판)이 여러 경로를 활용해 특가전과 일반 판매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은 판매처는 일반 판매만 진행하는 식이다.

해외, 주로 미국이나 유럽은 유통 단계가 비교적 단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사(지사) 등이 제품을 직접 다루고 이를 양판점이나 판매처에 유통한다. 기껏해야 판매처들을 관리하는 총판 개념의 유통사를 두는 것 정도가 해외 유통 루트의 전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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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유통 문제가 크다. 규모가 있다면 자체 물류 창고와 유통 인력을 두고 제품을 다루면 된다. 반면 소규모 수입유통사는 이렇게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이 고민을 어느 정도 대신해 줄 총판을 무시할 수 없다.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오던 곳이며, 유통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유통 구조가 복잡한 우리나라에 비해 구조가 단순한 해외가 더 저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제품을 보면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건 셈법이 다소 복잡하다. 제품의 제조 원가 외에도 시장 규모에 따른 이득과 수요 등이 영향을 준다.

그렇다. 제품 가격은 유통 단계에서 앞서 언급한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도 매우 크게.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유통 단계와 시장 상황, 둘 다 영향을 받는 형태다. 지포스 RTX 30 시리즈 외에도 앞서 출시된 모든 최신 PC 부품이 그래왔다.

해외에서 저렴해 보이는 물건이 국내에서 비싸지는 사건의 범인은 지적한 대로 총판일 수도 판매처일 수도 있다. 각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마진이 붙으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포스 RTX 30 시리즈 관련 사건은 과거 지속해서 쌓여왔던 불만이 이번 기회에 화끈하게 터졌던 것이다. 유통 구조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 ‘마인드’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더 큰 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탕’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면 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용산은 물론 몇몇 오프라인 시장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국내 유통시장이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도 곤란하다. 사실 폭리를 취할 만큼 여유가 넘치는 유통 구조도 아니다.

미국은 저렇게 파는데, 우리나라는 왜?
시장 규모가 아니더라도 수입사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포스 RTX 3080의 예를 들어보자. 엔비디아는 이 제품에 699달러라는 가격을 책정했다. 매매기준율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가격을 설정하면 약 80만 원가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서 699달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미 기준의 ‘권장 소매가격(MSRP – Manufacture’s Suggested Retail Price)’이다. 세금을 제외하고 언급되는 경우가 많음으로 여기에서 세금(주에 따라 다르겠으나 주로 10%)을 부쳐도 90만 원이 채 안 된다.

직구하면 200달러 이상 제품이니 부가세가 붙는다. PC 부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했다. 부가세 10%가 붙으니 모두 감안하면 100만 원대 초반 혹은 그 이하가 될 것이다. 모두의 예상 YSRP(...)인 130만~150만 원대 사이라면 직구가 유리했을 터다. 그러나 실제로는 90만 원대 후반에서 100만 원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분명 좋은 일(제품이 없는 것은 불행)이다.

중요한 이야기는 지포스 RTX 3080의 699달러가 엔비디아 측이 직접 판매하는 지포스 RTX 3080 ‘파운더스 에디션’ 기준이라는 것.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에이수스, MSI, 기가바이트, 팰릿, 피씨파트너(이노3D, 조텍, 만리 등) 등 AIC 파트너가 제조하는 제품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들은 다양한 제품을 설계, 생산하고 있으며 그 능력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우리가 흔히 ‘레퍼런스’라고 부르는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가 제안한 기본 사양을 갖춘 제품을 의미하는 요즘, 오버클럭이 아닌 일반 제품에 소비자는 엔비디아 제안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격은 실제 제조사(AIC 파트너)들이 정하고, 지사와 수입사는 해당 가격에 수입한다. 당연한 구조인데 문제는 물량이 부족한 인기 제품은 시장 규모에 따라 지역 불균형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이 경쟁에서 불리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시장 규모와 비교가 안 되니 수입 물량 배정을 많이 받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흥미롭게도 고성능 제품 수요가 높은 국가로 분류되지만, 실제 판매 비중으로 놓고 보면 그냥 ‘기타’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제조사는 한국을 ‘중요한 시장’이라 입을 모아도 정작 ‘돈 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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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포스 RTX 3080으로 돌아와 이야기해보자. 실제 국내 수입유통사 중에서 699달러 이하로 발주에 성공한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고가에 주문하거나 이미 단종된 구형 제품을 함께 주문해야 일정 비율로 신제품을 배정받는 형태로 수입되고 있다. 국내 일부 대기업이 행해 논란이 되었던 ‘끼워팔기’가 해외에서도 존재한다. 물량은 한정되어 있고 이걸 가져가려는 곳은 넘쳐나니 생기는 일이다.

지사 입장에서는 인기 품목이니 제품을 다수 수입해 판매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본사는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수량을 적게 배정해준다. 미국과 유럽 등 덩치 큰 국가에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이야기다. 과거 비트코인 대란으로 그래픽카드가 귀할 때, 한 유명 제조사가 각 지사에 수량 배정을 위한 ‘입찰 경쟁’을 시켰다는 이야기는 유통 업계에 도는 일화 중 하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은 주로 수입 원가에 물류를 포함한 부대 비용 등으로 책정된다. 사실 수입사는 이 부대 비용을 어떻게든 줄이고 줄여서 최적의 가격에 출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수입 원가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입을 포기하거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내 입지를 위해 소량 들여오는 식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인기 PC 부품 가격이 유독 타 국가와 비교해 높은 이유는 이런저런 외적 요인이 하나둘 들러붙으며 생긴 결과물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지포스 RTX 30 시리즈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총판 및 각 판매처로 제품을 이동시키지 않고 온라인상에 직접 판매한 것도 있겠으나, 단호하게 까발리자면 수입유통사 스스로가 마진을 포기한 부분도 있다. 혹은 마케팅 비용을 가격에 반영했을 수 있다. 물건은 없고 이미 사건은 터졌으니 서로 눈치 보면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결국, 시간 싸움이다.

시장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변화는 필수
RTX 30 시리즈 사건은 그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오해할 수도 있겠다. 다시 한번 더 언급하지만, YSRP(용산 제안 가격) 그대로 구매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국내 ‘유통 구조’와 함께 판매자의 ‘마인드’ 변화는 필요하다. 반면, 시장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손에 넣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이것을 무조건 강요할 수 없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건 그에 상응하는 손실이 따르는 것이 국내 시장의 현실이다. 그 점에서 이번 3080 논란이 태동한 쿠팡을 정상 유통이라고 보는 건 당장의 이득에 눈 뒤집혀 속지 말고 단호하게 경계해달라.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판매를 해도 45일 여신에 수수료 덤터기는 결코 재미를 보는 장사가 아니다. 앞으로 팔수록 뒤로까지는 구조인 데다가 쿠팡의 돌려막기 식 결제는 이미 업계에서는 최악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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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하는 처지에서는 마진을 포기하고 심지어 마케팅 비용까지 녹여가며 겨우 만든 것임에 지속할 수 없는 전략이다. 즉 쿠팡을 통한 판매에 환호할수록 종국에는 소비자 또한 득이 될 건 없다. 비난하는 유통 질서를 다 무너뜨리고 직판하는 구도가 되었을 때 유감이지만 수수료 인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배달의 민족으로 소비자 가격이 인하되었는가? 오히려 배달비까지 덤터기로 물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추석 직전에 수수료 인상을 슬그머니 시도했다가 난리가 난 일화를 잊지마시라. 당시 대표는 사과문에 입장을 철회했지만, 엄연히 재검토일 뿐 아직도 유효하다. 언제든지 인상 할 수 있게 불씨를 남겨둔 상태다. 결정적으로 지금도 쿠팡의 수수료는 절대로 적지 않다. 다른 오픈마켓이라고 다를 건 없다. 소비자가 승자의 기쁨에(?) 도취하는 순간 재앙은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한번 무너진 유통구조를 다시금 회복하는 건 요원하다.

유통사를 상대로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를 만든 건 그저 물건 공급 안 하고 관망한 엔비디아와 수조 원에 달하는 머니 파워 소진한 쿠팡의 장난질에 모두가 놀아난 것이지 용산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건 정작 내막도 모르고 행하는 성급한 오해다. 재차 말하자면 한국 시장은 규모도 작은 데다가 엔비디아가 내세운 가격에 구매 가능한 물건도 공급에서 제외된 척박한 시장이다. 그저 상징적인 숫자일 뿐이다.

그런데도 지포스 RTX 30 사건은 시장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 본다. 소비자가 냉정한 눈으로 시장을 계속 주시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과 소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선까지 양보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결국 시장도 소비자가 있어야 유지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By 김현동 에디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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