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2월 12일] - 일상이 된 뿌연 하늘. 그야말로 중국발 미세먼지에 한반도가 공습당한 형국이다. 웬일로 화창하네~ 라고 생각할 때면 칼바람 부는 날이고, 날 좀 풀리나 봐. 포근한데~ 라는 생각이 들면 저 멀리에서 밀려오는 뿌연 먼지에 숨이 막히니 ‘젠장’이라는 말도 절로 나온다.
덕분에 외출 시에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 됐고, 각 가정에 공기청정기는 이제 필수품 반열에 오른 상태다. 때마침 가성비로 좋은 평가 받은 샤오미 미에어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은 우연일까? 메이드인 중국발 미세 먼지로부터 안전하고자 중국산 공기청정기를 들이는 아이러니한 모습에 그저 기가 차고 코가 찬다.
설마 공기청정기 팔아치우려고
일부러 먼지 날리는 건 아닐까?
이런 의심 틈타 배불린 샤오미.
눈에 안 보이는 일명 초미세먼지(PM2.5) 기준 농도가 50㎍/㎥를 넘어가면 ‘나쁨’으로 분류하는데, 이보다 더 악화하면 ‘최악’이란다. 그래서 잦은 환기를 권고하는 뉴스와 달리 뿌연 하늘을 보면 몸은 절로 창문 열기를 거부한다. 선택지는 뻔하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열심히 들이마셔 공기를 정화하거나. 그 점에서 관심을 가져보면 유독 눈길 끄는 한 가지 브랜드다.
바로 공기청정기 업계에서는 김태희라 불리는 발뮤다 되겠다. 낮고 넓적한 기존 공기청정기와 달리 높고 길쭉한 디자인은 지금껏 보았던 제품에서는 볼 수 없던 디자인 철학이다. 디자인 때문에 굳이 발뮤다를 선호하는 두꺼운 수요층이 생겨날 정도다. 남의 것 잘 따라 하는 샤오미의 근성에는 끝이 없었다.
기왕 모방하려면 잘 나가는 제품을 모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했을 게다. 멀리서 보면 발뮤다 제품이라고 우겨도 하나 이상하지 않게 외형을 복제한 것도 부족해 심지어 사용법까지도 똑같이 만든 패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딱 그러한 형국이다. 결정적인 한 방은 가격이다.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도도한 몸값 70만 원에 달하는 원조 발뮤다와 달리 복제품답게 바짝 엎드려 낮은 자세 취했는데, 파격가인 10만 원 대 초중반 가격정책을 들이 내미는 순간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된 건 유명한 일화다. 하긴 우리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니지 않던가! 하지만 참고한 제품은 지난 2013년도 출시됐다.
무려 5년 전 제품을 표절하며 휘파람 부른 셈이다.
“인류 역사는 발명과 모방의 연속이다. 우리가 만든 제품을 누군가 모방하면 대단히 기쁘다. 모방할 정도로 멋진 제품을 우리가 내놨구나! 인정받은 사례 아닌가. 동시에 누군가의 부의 축적에 기여했구나 하는 자부심도 가진다. 모방해서 잘되는 회사는 운이 좋았던 것이지, 스스로 일어선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경쟁상대가 아니라서 기쁘다.” - 발뮤다 창립자 겸 CEO 테라오 겐 曰
자네~ 이번에도 따라 할 텐가?
공기청정기 두 번째 모델
발뮤다 더 퓨어
에어엔진에 트루헤파 추가요.
따라 할 거라면 따라 해보라는 식의 굴욕적인 언사와 함께 표절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발뮤다 CEO. 그러한 의미에서 중국과 접근성도 수월한 한국에서 두 번째 공기 청정기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2012년에 발뮤다가 구현한 공기청정기의 핵심은 에어엔진이다. 강력한 공기 기둥이 바닥의 공기를 빨아 위로 올리는 원리인데, 실내 구석구석의 공기를 빨아들여 걸러낸다. 하지만 먼지는 잘 잡아냈는데, 냄새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7년이 지난 그 사이에 공기청정기 시장은 샤프를 앞세운 플라스마 대군을 선두로 악취 제거에 강점을 내세운 제품군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번에도 역시 손쉬운 방법을 두고 발뮤다만의 철학으로 답을 찾아내고자 한 정황이 목격됐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승부를 걸었다. 악취 제거에 효과 높은 활성탄 필터를 도입했는데 함유한 활성탄 유효표면 면적은 축구장 6배 크기다.
트루헤파(TrueHEPA) 필터는 약 0.3㎛의 미립자를 99.97%까지 잡아내는데 이 과정에서 불쾌한 냄새로 이어지는 미세한 입자는 물론 이보다 굵은 바이러스까지 걸러낸다. 초기 모델을 따라 한 샤오미 제품은 장시간 사용 시 기분 나쁜 냄새가 비위를 거스른다는 보고가 접수되고 있는데, 낮은 필터 여과 효율에서 비롯된 증상이다. 심지어 필터를 갈아도 악취는 없어지지 않는 고질병까지 지니고 있다. 샤오미 미에어 제품의 단점에 치를 떨어봤다면 발뮤다 두 번째 신제품은 그 점에서 안심해도 좋다.
항공기 제트엔진 기술을 응용한 정류 날개는 신의 한 수다. 듀얼 형태로 팬을 구성했으나 제일 위에 위치한 날개는 실제로는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실제 구동하는 편은 고정된 팬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러한 듀얼 팬 구조는 팬을 거쳐 나오는 공기 흐름에 자연스럽게 따르는 와류를 현저하게 낮추는 데 큰 목적이 있다.
덕분에 낮은 공기가 곧바로 천정을 향해 수직으로 올라가는데 사실상 두 번째 발뮤다 공기청정기의 핵심 기술이다. 덕분에 이번 제품은 실내 구석구석의 오염된 공기를 본체 안으로 유입하고, 깨끗하게 청정한 공기를 분당 최대 7,000L까지 방출해 순환시킨다.
존재감을 살린 디자인도 주목하자. 전작은 그야말로 구동하는 공기청정기에 머물렀기에 동작 여/부 확인이 쉽지 않았다. 작은 LED 표시등이 전부였는데 두 번째 발뮤다 공기청정기는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도록 대놓고 디자인했다. 과연 공기청정기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데 확실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크게 두 가지는 소리 또는 빛이다. 하지만 공기청정기 구현 원리가 지닌 태생적 한계는 분명하다. 바로 소음이자 이는 곧 소리라는 의미를 지닌다.
제트기류라는 원리가 공기 흐름에는 유리하나 고속 동작에는 소음이 불가피하다. 실제 고속으로 동작하는 발뮤다 공기청정기는 시끄럽다. 이는 샤오미 제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 또는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 인내심이 허용하는 범위라는 것은 아니다. 이 상황에서 소리가 더해지면 소음이 된다. 자고로 빛이 두 번째 발뮤다 공기청정기의 핵심이자 존재감을 알리는 기능이 된 건 이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논리다. 덕분에 디자인도 변화했다. 타워 형태는 유지했으나 공기흡입 통로를 만들었다. 발뮤다만의 디자인 감각은 그렇게 두 번째 제품에도 녹아들었다.
“집 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
빛이 들어오는 창문인가? 아니면 가구인가?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전제품은 아니다.
뭔지 생각해보면 답은 한가지. 사람이다.”
발뮤다는 두 번째 공기청정기에 사람을 형상화했다. 여기에는 좀 더 편리한 사용성도 있지만, 시각적으로나 심미적으로도 포근한 느낌을 제공하기 위한 요건도 중요하다는 것이 발뮤다의 지론이다. 익히 친숙한 타워 형태는 버리지 않았고, 안정감 있고 동시에 집안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조명을 통해 동작을 알 수 있는 무드등 효과는 편안한 느낌을 안긴다. 발뮤다의 디자인 철학은 그렇게 두 번째 공기청정기에 전수되어 발뮤다 신드룸을 예고했다.
《발뮤다 테라오 겐 CEO와 1문 1답》
Q. 일본보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한국만의 차별화 전략은?
By 김현동 에디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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