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AMD와 인텔이 이뤄낸 내장그래픽 부문에서의 진보는 엔트리급 그래픽카드 시장을 궤멸적으로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전까지는 어지간한 외장 그래픽카드에 맡겼을법한 일까지도 오늘날 웬만해선 내장그래픽 선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트리급 그래픽카드의 명맥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어서, 하다못해 오래된 엔트리급 그래픽카드의 업그레이드 용도로라도 이들이 필요해질 때가 있으며, 바로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엔비디아는 어제 새로운 저가형 모델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지포스 700 시리즈의 막내 GT 710이 바로 그것이다.

지포스 GT 710은 이미 다른 모델에도 사용되었던 GK208 칩셋에 기반하고 있으며, 칩의 절반 가량을 비활성화해 192 쿠다코어와 16 텍스처유닛, 8 ROP 등만 남겨져 있다. 케플러 아키텍처가 적용되어 다이렉트X 티어 레벨은 11_0까지 지원하며, 맥스웰부터 새로이 지원되는 기능들인 HDMI 2.0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품명이 700 시리즈인 시점에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작동 속도는 954MHz로 366 기가플롭스의 연산성능을 가지며, 독자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는 진작에 1테라플롭스 수준에 도달한 AMD / 인텔의 최신 내장그래픽 대비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픽 메모리로는 1GB 혹은 2GB 구성의 DDR3 메모리를 탑재하며 작동 속도는 1800MHz로 총 14.4GB/s의 대역폭을 갖는다.

한편, 엔비디아의 파트너사는 공식 발표와 동시에 엔트리급 PC에 출하할 GT 710 카드를 대량 선적하기 시작했으며 내장그래픽이 별 볼일 없는 셀러론이나 펜티엄과 좋은 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고만고만한 내장그래픽들을 이겼다고 해서 최신의 화려한 게임들을 돌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그래도 사양을 많이 타지 않는 다중접속 온라인 전장 (MOBA) 게임류를 돌리기에는 적당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아 GK208이 이미 한차례 출시된 적 있던 칩이기도 하고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것이 없음에도 파트너사들이 일제히 GT 710을 신제품으로 내놓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모든 엔트리급 CPU는 내장그래픽을 갖고 있어 이 시장이 크게 돈벌이가 될 곳이 아니란 점을 생각하면 더욱 신기하다. 심지어 저가 하드웨어의 천국인 중국 시장에서조차 그래픽카드 세일즈는 고성능 지향으로 쏠리고 있지, 엔트리급 그래픽카드가 더 이상 각광받지 못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어쨌든 GT 710은 저가 시장을 겨냥해 주로 짧은 기판과 LP 규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엔트리급 그래픽카드가 대부분 오래된 디스플레이에 물려 있는 점을 감안해 D-SUB 단자를 기본 옵션으로 제공할 것이다. 제조사에 따라 DVI, HDMI나 DP가 제공될 가능성도 있다. GT 710의 TDP는 20W로 알려졌으며 발열량이 적은 만큼 팬리스 형태로의 출시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지포스 GT 710은 ASUS, EVGA, 갤럭시, 기가바이트, inno3D, 팰릿, MANLI, MSI, ZOTAC 등 대부분의 엔비디아 파트너사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며 가격은 메모리 구성 등에 따라 30달러에서 50달러 사이로 책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