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텍, VR 레디 소형 PC 공개 : 맥미니 크기에 우겨넣은 GTX 980

전작 이야기를 반드시 먼저 해야겠다. 조텍의 소형 폼팩터 게이밍 PC였던 매그너스 EN970 얘기다. 듀얼코어 브로드웰 기반의 인텔 코어 i5 5200U와 16GB DDR3 메모리, 엔비디아 지포스 GTX 970M 그래픽 칩셋을 가로세로 채 한뼘이 안 되는 작은 부피에 우겨넣은 이 제품은 미니 PC를 꿈꾸던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데스크탑 GTX 960급의 실성능을 갖는 GTX 970M을 탑재한 것으로 기술적 혁신을 운운하기는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애초 GTX 970M부터가 노트북 지향으로 나온 솔루션이 아니던가. 기가바이트에서는 GTX 960에는 살짝 못 미칠지언정 엇비슷한 성능의 GTX 760을 탑재한 미니 PC를 이미 일년 전 출시하기도 했었다.

(조텍 ZBOX MAGNUS EN970)

확실한 우위를 선언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서였을까. 조텍은 바로 어제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것을 만들어냈다. 소형 폼팩터에 지포스 GTX 980을 탑재한 'VR 레디' 미니 PC가 바로 그것이다. 앞서 엔비디아는 데스크탑용으로 출시되었던 GTX 980과 완전히 동일한 사양과 이름을 갖는 '지포스 GTX 980' MXM 모듈을 발표한 바 있다. 단지 TDP가 165W에서 145W로 낮아졌을 따름이다. 데스크탑에서는 상당한 저전력 축에 들었지만 모바일, 소형 폼팩터에서는 100W가 넘는 그래픽카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렇기에 조텍의 이번 시도는 확실히 기술적 혁신을 동반한 것이다.

인텔이 제공하는 메인스트림 CPU 중 가장 저전력에 속하는 코어 i3 U 시리즈도 TDP가 15W나 된다. 145W의 GTX 980과 묶이면 시스템 전체의 소비전력은 160W를 넘는다. 문제는 이것조차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라는 점이다. 조텍은 아직까지 이 시스템에 어떤 CPU가 사용되는지 공개하지 않았으나, 오큘러스 VR의 최소 사양이 코어 i5 4590 이상의 CPU임을 생각하면 여기에도 쿼드코어급 CPU가 탑재된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결국 소형 폼팩터에서 180W 이상의 발열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과학'의 영역으로 남는데, 이에 대해 조텍은 '멀티플 리퀴드 채널'과 히트파이프를 사용해 유사 수랭식 쿨링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CPU가 무엇이든 간에, 이름만 GTX 970이었던 전작 매그너스 EN970과 달리 GPU를 두 단계나 상향시키며 명실상부한 GTX 980을 탑재해낸 매그너스 EN980은 그것 자체로 칭찬받을만 하다. 아직 구체적인 사항들이 베일에 싸여 있지만, 수 주 내로 개최될 GDC 2016 및 CeBIT 행사에서 완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므로 조만간 그 실체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부디 가격이 안드로메다급이 아니기만을 빈다. 참고로 기가바이트의 GTX 760을 탑재한 브릭스와 조텍의 전작 매그너스 EN970 모두 10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을 지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