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위한 삼성의 보급형 SSD, 750 EVO 출시

 

 

삼성은 미 동부시 기준 금일 오전 8시(한국시각 오후 10시) 정각을 기해 보급형 SSD 라인업인 750 EVO SATA 시리즈를 공개했다. 앞서 미국의 한 매체가 실수로 이 제품을 노출시킨 관계로 여러분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지난 11월 이미 이 제품의 존재를 알아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재작년 840 시리즈를 출시한 이래로 삼성은 최상위 PRO 라인업에는 MLC 낸드를, 차상위 EVO 및 접미사 없는 기본 라인업에는 TLC 낸드를 사용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해 왔다. 주지하다시피 840 EVO 및 840은 일반 소비자용 SSD로서는 업계 최초로 TLC를 탑재한 것이었으며 삼성은 그간 TLC의 보급에 선봉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750 EVO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TLC 낸드를 사용하며, 삼성이 그간 제공하지 않았던 800 시리즈 하위의 보급형 라인업을 담당하게 된다. 그간 의도적으로 저가 시장에의 진출을 꺼리며 미드-하이엔드급의 850 EVO를 그들 라인업의 하한선으로 삼던 것에서 사뭇 달라진 행보이다. 너나할것 없이 저가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아래로의 경주(race to the bottom)'가 삼성의 경영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이다.

 

기존의 고가 지향 제품으로부터 거품을 빼기 위해, 삼성은 750 EVO에 몇 가지 새로운 원가절감책을 적용했다. MLC 대신 TLC를 사용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850 EVO에 탑재되었던 트리플코어 MGX 컨트롤러를 다운그레이드한 듀얼코어 컨트롤러를 탑재시켰고, 250GB 모델의 경우 850 EVO의 동 용량 모델에 512MB의 DRAM 캐시가 탑재되던 것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256MB의 DRAM 캐시를 탑재하고 있다. 이외에도, 850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던 3D V-낸드 역시 제거되어 750 EVO는 일반 판형(planar)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는 것 등이 주요한 차이점이다.

 

850 시리즈의 대량 생산을 통해 기껏 3D V-낸드의 생산을 안정화시킨 삼성이, 아무리 보급형이라지만 자사의 (아마도 가장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에) 다시 구형의 판형 낸드플래시를 적용했다는 사실이 자못 놀랍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비록 3D V-낸드를 최초로 양산한 곳이 삼성이긴 하지만서도) 그들은 판형 낸드의 연구개발을 결코 포기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삼성은 이달 초 ISSCC 학회에서 그들의 두 가지 새로운 낸드를 소개했는데, 하나는 칩당 256Gb 용량의 48 레이어 3세대 3D V-낸드였고 다른 하나는 14nm 공정으로 제조되는 128Gb 용량의 판형 낸드였다. 750 EVO에 사용되는 것은 '최첨단에서 단 한 걸음 비켜난' 16nm 공정의 128Gb 판형 낸드로 추정된다. 나름 최신의 낸드를 사용한 것이다.

 

삼성의 16nm TLC 낸드는 19nm TLC의 직속 후계자로, 19nm TLC를 사용했던 제품 중에는 성능하락으로 오명을 남겼던 840 EVO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840 EVO 출시 후 다년간, 수차례에 걸쳐 삼성이 문제해결을 시도했으며 이때 축적한 경험이 750 EVO의 개발 단계에 고스란히 적용되었을 것이란 점이다. 최소한 동등한 최첨단 공정의 TLC 낸드를 사용하는 경쟁 상품들 -도시바의 15nm 낸드 또는 마이크론의 16nm 낸드- 보다 더 불리할 것은 없으리라 본다.

 

 

750 EVO의 성능은 같은 용량의 850 EVO와 거의 모든 면에서 같다. 다만 850 EVO가 최대 2TB 용량으로까지 출시된 것과 달리 120GB와 250GB의 두 저용량으로만 제공된다는 점과, 4KB 랜덤 쓰기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 등이 핸디캡이 될 것이다. 보증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 것 역시 750 EVO가 다소 저렴한 가격에 출시될 것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참작할 만하다. 쓰기 내구성 역시 얼핏 보면 850 EVO보다 훨씬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애초 750 EVO가 저용량대로만 제공되는 것을 생각하면 보증기간 동안 충분히 쓰고도 남는 것이다. 부가 기능 측면에서는 저가형임에도 불구하고 AES-256 등 보안 관련 기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렇듯 850 EVO와 비슷한 성능을 제공하기에, 750 EVO가 저용량대의 850 EVO를 서서히 대체하게 되더라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3D V-낸드를 사용하는 850 EVO가 장기적으로 256Gb 칩으로 이행하기에는 저용량대 제품군이 지나치게 적은 수의 낸드로만 구성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으며(=성능이 떨어진다), 세대가 다른 낸드를 공존시키며 저용량대 라인업을 유지하느니 차라리 750 EVO로 대체해 버리는 것이 여러 모로 합리적일 수도 있다.

 

불과 수 시간 전 출시되었음에 불구하고 이미 몇몇 온라인 상점에서는 750 EVO의 가격이 등록되어 있는데, 실제로 재고를 보유한 곳은 거의 없으리라 추측된다. 삼성이 권고한 소비자 권장 가격(MSRP)은 120GB 모델이 55달러(한화 약 6만 6천원), 250GB 모델이 75달러(약 9만원)이며 이는 동 용량대의 850 EVO보다 각각 10달러(1만 2천원) 정도씩 더 저렴해진 것이다. 이 정도면 보급형 SSD 시장도 꽤나 흥미진진해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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