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지난 18일 자사의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그리드 시스템용 연산장치인 테슬라 M10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지포스 타이탄'에 그 DNA를 녹여낸 것으로 잘 알고 있을 테슬라는, 그 자체로는 지포스도 아니며 그래픽카드는 더더욱 아니다. GPU를 사용했으되 디스플레이 출력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순수한 연산장치로 활용되는, 따라서 일반 사용자층은 좀처럼 접할 기회가 없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들이 그래픽 렌더링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은 곧 통상적인 '게임용 그래픽카드'가 신경써야 할, 오버헤드라든지 특히 멀티 GPU 구성에서의 효율저하 등이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겠지만, 혹은 그런 테슬라 중에서도 유독, 이번 M10은 전례 없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엔트리급 맥스웰 GPU인 GM107을 무려 네 개나 탑재하고 있기 때문. 알다시피 이것은 지포스 GTX 750 Ti에 사용된 것이다. 쿠다코어 640개를 내장한 GPU를 네 개 탑재함으로써 테슬라 M10은 총 2560개의 쿠다코어를 갖게 되었고, 이는 마침 얼마 전 공개된 지포스 GTX 1080의 그것과 동일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처럼, 과정이야 어떻든 수준급의 연산 성능을 갖기만 하면 되는 테슬라의 설계철학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엔비디아는, 배정밀도 연산성능이 형편없이 낮아진 맥스웰 세대에서 테슬라를 발표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딥러닝 / 그리드 컴퓨팅 등 나름의 분야에 최적화한 라인업을 발표한 바 있었다. 순서대로 테슬라 M4 / M6 / M40 / M60의 모델넘버를 갖는 이들은 각각 1024, 1536, 3072, 4096개씩의 쿠다코어를 가졌으며 M4는 GM206 GPU에, M40은 GM200 GPU의 풀 칩에 기반하고 있다. M6과 M60은 모두 GM204 기반이지만 전자는 GM204 컷팅 칩 하나, 후자는 풀 칩 두 개를 탑재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번에 출시된 M10은 GM107 풀 칩 네 개를 탑재해 2560개의 쿠다코어를 가지므로, 모델넘버 순서가 그대로 연산성능 서열을 반영한다고 보아도 좋다.

 

 

(이미지 출처 : ServeTheHome)

 

지포스 라인업이 단일 최고성능 GPU를 탑재한 타이탄 X 위로 어떤 멀티 GPU 모델도 추가하지 않은 것과 달리, 테슬라는 이미 GM204 듀얼 구성의 M60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앞서 언급했던 지포스와 테슬라의 설계철학 차이가 다시 드러난다. 비교적 단순한 "연산"과 달리, 그래픽 렌더링은 훨씬 복잡한 단계를 거치며 각 단계마다 끼어드는 오버헤드, 둔화되는 멀티 GPU 효율 등은 종합적으로 엔비디아가 "듀얼 GPU 지포스"를 출시하지 않게 한 원인이 되었으리라. 그 반면 테슬라가 겨냥하는 HPC 시장에서는 듀얼을 넘어 쿼드 GPU 카드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테슬라 M10은 모델넘버가 의미하듯 M4 / M6보다는 높은 연산성능을 필요로 하는, M40 / M60보다는 좀더 대중적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 투입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상위 모델보다도 더 많은 수의 가상 머신을 구동할 수 있단 것인데, M60이 최대 32개의 VM을 돌릴 수 있는 것과 달리 M10은 (쿠다코어 갯수가 더 적음에도) 그 두 배인 64개의 VM을 구동할 수 있다. 물론 각 VM 세션에서의 성능은 M60쪽이 더 높겠지만, 말하자면 M10은 '그리 높은 연산성능을 요구하지는 않는 개별 VM 세션을 최대한 많이' 구동해야 하는 서버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용 그래픽카드와 테슬라의 노선이 엇비슷하던 지난 수년간, 테슬라는 지포스의 미래라 봐도 좋을 만큼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한 보드를 각자의 이름으로 출시하곤 했다. 그 때와 비교해, 멀찍이 달라져 버린 지금의 상황은, 지포스가 상징하는 '일반인들의 컴퓨팅 환경'이 엔터프라이즈 시장과는 영영 공통분모를 잃고, 고성장의 과실을 공유하지 못한 채 고립되어 정체될 미래에 대한 복선으로 여겨져 자못 서글프기까지 하다.

 

비단 그래픽카드 시장만 이런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서버용 CPU와 데스크탑용 CPU의 비약적인 격차 확대를 목도하고 있다. 어쩌면 PC의 미래는 더 이상 한 세대 전의 서버에 있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우리 손바닥 위에 있는 바로 이것, 스마트폰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이미 도래한 미래에, 우리는 기껏해야 테슬라가 구동하는 수많은 VM 세션 중 하나를 맛볼 수 있을 따름이다.

글쓴이 님의 최신글
  1. 2016-08-11 01:51 IT 소식 > 잘 키운 시게이트 하나 삼성 넷보다 낫다? : 사상 초유의 60TB SSD 소개 *7
  2. 2016-08-04 22:29 이야기 > 라데온 RX 470 엠바고가 풀렸습니다 + 향후 리뷰 계획 *5
  3. 2016-08-02 11:56 IT 소식 > 닌텐도 차기 콘솔 엔비디아 SoC 탑재설 : 테그라의 부활?
  4. 2016-08-02 03:00 이야기 > 냉동참치를 소개합니다 *11
  5. 2016-07-27 15:21 IT 소식 > AMD, 폴라리스 기반 전문가용 그래픽카드 발표 *1

Who's DGLee

profile

페북/drmolaByIYD

트위터/iyd_twit

팔로우 및 친추 환영합니다! :D

▼ 펼쳐 보기
Prev 하이엔드 서버 위한 24코어 제온 E7 V4, "브로드웰-EX"... 하이엔드 서버 위한 24코어 제온 E7 V4, "브로드웰-EX"... 2016.06.06by DGLee 조택 GTX 1080 PGF 티저 Next 조택 GTX 1080 PGF 티저 2016.05.13by 잼아저씨

Articles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