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970' 제품과 관련해, 이 제품이 탑재한 4GB 메모리가 실제 사용환경에서 다 사용되지 못하고 3.5GB 부근까지만 사용된다는 제보로 처음 문제제기가 되었던 바 있습니다. 단순한 해프닝쯤으로 여겨지던 사건이 다수 유저의 동일증상 호소로 점차 실체적인 문제가 아닌가 하는 심증을 얻어가게 되었고, 해외에서 메모리 파티션별 대역폭 벤치마크를 수행하고 주요 미디어들이 이러한 문제제기에 가세한 끝에 엔비디아로부터 총 두 차례에 걸쳐 공식적인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첫 답변은 "4GB 메모리 구성이 3.5GB + 0.5GB 영역으로 분할되어 있다" 는 다소 두루뭉술한 언급이었고, 두번째이자 가장 최근의 답변은 "원래 GTX 970은 ROP/L2캐시 클러스터 중 1/8이 비활성화되어 있는데 출시 당시 소통상의 오류가 있었다." 였습니다. 이로써 GTX 970의 사양은 처음 알려진 것과 아래와 같은 차이점을 두고 정정되었습니다. 이상의 내용은 아래 링크에 요약된 바를 옮긴 것입니다.

- 최초 : 1664ALU / 104TMU / 64ROP / 2048KB L2 / 256bit GDDR5
- 수정 : 1664ALU / 104TMU / 56ROP / 1792KB L2 / 256bit GDDR5 (*주 : 유효 224bit)
- 링크 : http://www.pcper.com/reviews/Graphics-Cards/NVIDIA-Discloses-Full-Memory-Structure-and-Limitations-GTX-970

엔비디아의 실토에 앞서 글쓴이는 http://iyd.kr/707 이 글로 ROP / 메모리 모두 1/8씩 줄어들었을 가능성을 지적했는데, 공식 설명에 따르면 ROP는 줄어든 것이 맞고 일단 메모리 인터페이스 자체는 그대로 보존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위 다이어그램에 나온 바도 그렇듯 결과적으로 "8번째 멤컨" (잘려나간 1/8 ROP에 연결된 멤컨을 편의상 이렇게 표현해 보자면,) 이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니만큼 실제 효력을 갖는 메모리 비트레이트는 (공식적인 설명이 어떻든 간에) 당초 예상한 바와 같이 224bit 수준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다만 이것은 (역시, 위 다이어그램에 나타나 있듯) SM 커팅과는 상관없는 것이고 실제로 커팅된 비율 역시 같지 않습니다. (3/16 ≠ 1/8) 이제껏 여러 커뮤니티의 사용자분들의 견해를 보다 보니 간혹 SM 커팅비율만큼인 3/16이 줄어들어 208bit가 된 것 아니냐, ROP 역시 동일비율로 감소해 52개가 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던데 일단 해당 견해는, 최소한 지금으로써는 별다른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과한 폄하로 나아가는 것도 경계해야겠지만 그와 동시에, "같은 현상이 980에서도 관찰되더라", "세부 스펙이 뭐가 중요하냐. 발휘되는 성능을 보고 사면 됐지." 이런 견해 역시 전형적인 물타기로 선을 그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제 성능이 어떻게 발휘되는지와 별개로 제품 사양을 실제와 달리 표기한 게 사건의 핵심이고, 같은 사건이 더 큰 업계 -예를 들면 자동차- 에서 발생했더라면 리콜까지 가능했을 (심지어 리콜로 끝날 일도 아니고, 징벌적 배상금마저 때려맞을 수 있었을) 일이라 생각하는데 찻잔 속의 태풍으로 되어가는 것을 보며 새삼 컴퓨터 하드웨어 시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그마한 시장인가... 하는 씁쓸함을 느낌니다. 더불어 이런 논의가 선순환할 수 있게 자리를 깔아줘야 할 하드웨어 커뮤니티의 '공론장으로써의 역할' 역시 회의가 제기될법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소한 이슈제기 자체는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그렇다면 유저들에 발빠르게 반응해 궁금증을 풀어 주는 역할이야말로 유저들이 그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기대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요.

신생 커뮤니티로 새로 출발하는 OCLab은 기존 커뮤니티가 미흡했던 부분에 귀 기울여 더 훌륭하고 신뢰받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