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데이 시리즈를 처음 만난 것은 E3 현장에서였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쇼 플레이스에서 코스프레 하는 것 등등 그 때부터 초지일관 이어온 바가 하나 있다면 바로 '범죄란 무엇인가'라는 테마였다. 그래서 가장 경파스러운 무장강도가 주역인 게임으로 페이데이 시리즈가 성립되었다.

GTA 시리즈처럼 크게 성공한 오픈월드 게임들은, 대개 보면 범죄자들이 한탕 치르는 그런 형태를 반복적으로 취한다. 여기에서의 범죄는 급전 땡기는 수단 정도로만 다루는 것이 일반적. 게다가, 대개 그 외의 여가생활이 워낙 질펀하게 펼쳐지는 것이 더 매력요소나 재미요소로 다뤄지는 측면이 더 강하다.

반면 페이데이 시리즈는 군더더기 다 빼고, 범죄적 삶을 적나라하게 지향한다. 달라스, 울프, 훅스톤, 체인스 등 네 명의 캐릭터는 범죄외길을 걸으며 모든 삶의 향방이 강도질에 쏠려 있다. 은행을 털고, 참 오지게 모은 돈으로 무기나 사들이고. 그런 게 다다. 약간이나마 여가생활(?) 같은 부분은 마스크나 좀 참신한 거 찾아 보는 정도. 참으로 심플한 삶을 보게 된다.

▲ 일러스트부터 사람을 압도하는 맛이 있는 '돈 내는 날 제2편 : 범죄의 물결'

이번에 PS4 버전으로 발매된 '페이데이 2 크라임웨이브 에디션'은 기본적으로 앞서 나온 2편을 PS4 버전으로 패키징한 정도로 볼 수 있다. 다른 플랫폼에서 게임을 꾸준히 즐겨온 사람이라면, 듀얼쇼크 4 컨트롤러로 손맛 맞추는 그런 정도의 의미가 있겠다. 그리고 새로워진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서비스로 플레이 패턴을 재설정하는 그런 의미도 있겠다.

기본적으로 게임 본편과 다른 플랫폼으로 먼저 선보여졌던 콘텐츠들이 어느 정도 모인 형태로 나와서, 다른 리마스터링 타이틀들처럼 새로운 콘솔에서 새로운 조작감으로 게임을 한다는 쪽 정도로 게임의 가치를 가늠하면 얼추 맞겠다. 단지, PS4 쪽으로 장사터를 바꾼 모양인지 과거 플랫폼보다는 PS4 쪽에서 새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려 한다는 소식은 일말의 불안감이 일어날 부분 같다.

아무래도 이런 게임 만끽하는 유저층이 그리 두툼한 편은 아니어서 사업적인 측면의 평판이 몰리긴 하지만, 택티컬 컴뱃 스타일의 슈팅 액션게임으로서는 완성도는 보장된다. '천조국 무장강도'라는 소재 자체가 워낙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그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친밀도는 높은 편이어서 게임으로 이를 흡수하는 것은 해보면 알겠지만 정말 부드럽게 게임 속 세계로 들어간다.

▲ 나쁜 짓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영어도 잘해야 악당 짓을 잘한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게 꼭 한국에서의 이야기만은 아닌 모양인지, 처음에야 조촐하게 동네 가게부터 털면서 시동을 건다. 통상적인 난이도 설정보다는 스케일에 따라 점점 챙길 것이 많아지는 우리네 세상살이처럼 게임플레이가 단계적으로 전진한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적 삶을 게임 속에서 신랄하게 체험하기 확실히 좋은 편.

단지. 게임에서 장벽이 되는 부분은 언어쪽이다. 영어 숙련자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꽤나 디테일한 플래닝 때문에 미션 클리어를 위해서는 독해 능력이 필요하다. 요즘 한글화가 잘된 게임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다소 감 떨어졌을 본인과 같은 이들에게는 좀 청천벽력같은 측면이 이 부분이다. 게임 진행을 위해 숙지해둘 텍스트가 총싸움 게임치고는 많은 편이다.

물론, 잘 쏘고 잘 피하면 어떻게든 된다. 무장강도 답게, 일의 성패는 털었으냐 못 털었느냐 이 기준 하나만 있다. 여성 캐릭터가 드라마 측면에서 튀어나오는 그런 장르물도 아닌 탓에, 글자 그대로 '경파(硬派)'에 쏠린 게임플레이만 잘한다면 꾸역꾸역 게임 클리어를 향해 가는 그런 측면이 있긴 하다. 이런 쪽이 취향이라면 어중간한 오픈월드 류 게임보다는 페이데이가 취향을 직격할 것이다.

▲ 음란 같은 거 제끼고 '범죄' 단 하나에 포커스를 맞추고 파고 들어가면 이런 게임이 나온다.

청소년이용불가 / 평점 : 7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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