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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니어 오토마타의 핵심 이야기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Existence Precedes Essence”)는 현대의 실존주의 철학을 태동시키고 정리한 프랑스의 장 폴 사르트르의 유명한 그의 철학에 대한 핵심적인 정리이자,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생각 속에 잠재되어 있는 하나의 시대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저는 철학, 그 중에서도 실존주의와 연관이 깊은 철학 세부분야에서 연구를 하는 것을 꿈으로 가지고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도로서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는 골수 게임 팬으로서 하나의 비디오 게임에 이와 같은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반가웠고, 한편으로는 놀라웠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방문할 수 있는 파스칼의 마을에서 플레이어는 ‘사르트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로봇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로봇은 니어 오토마타에서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매세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존재로서 역할 합니다. 그리고, 니어 오토마타에서 스토리는 이 게임의 핵심적인 강점이자, 실제로 플레이를 하는데 있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플레이의 동기를 이끌어가는 요소이기에 이에 대한 분석과 정리를 최대한 전문적인 철학적 용어를 희석시켜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자 하는, 혹은 플레이 했던 분들에게 더욱 게임을 유의미하게 즐기실 수 있도록 소개하고자 합니다.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라는 간단한 문장구조를 지닌 사르트르의 말은 언뜻 보기에 굉장히 간단하고 명료해 보입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그 말의 의미를 파해치면 우리는 조금 더 깊은 니어 오토마타의 스토리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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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에 등장하는 사르트르 로봇, 스포 방지를 위해 외국어 버전 사진 인용)

 

 

실존은 무엇이고, 본질은 무엇일까요? 실존은 말 그대로 지금 여기에 우리가 실재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본질이라는 말을 일상생활에서 참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누군가와 논쟁을 벌일 때 많이 사용하지요. 예를 들면 ‘인간의 본질은 그게 아니야.’ ‘게임의 본질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혹은 더 나아가 ‘국가의 본질은 무엇이지?’와 같은 의문에도 종종 사용하고는 하죠. 본질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지금 여러분의 책상 혹은 서랍장 어딘가에 놓여 있을 커터칼을 예시로 들어 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우 간단하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죠. 하지만 내친김에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커터칼이 제대로 그 존재 의미를 다 하는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게도 그 커터칼이 공장에서 생산되기 이전에 의도했던 목표, 무언가를 잘 자른다는 목표에 잘 부합하면 커터칼의 존재는 본질에 부합하기에 그 존재 의미가 유의미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이러한 논리를 우리 인간에 적용해볼까요?

아, 뭔가 사고회로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느끼실 겁니다. 인간의 본질은 과연 존재할까요? 나는 분명 여기 존재하는데 그 이유가 방금 예시를 들었던 커터칼처럼 분명하지 않은 것같은 느낌을 받으시고 계실 겁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이러한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고 특히 이러한 오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우리는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학생으로서, 누군가는 직장인으로서, 누군가는 한 명의 가장으로서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죠. 하지만 도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려운 질문에 직면합니다. “나는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며 살아가는걸까?” 이런 것이죠. 우리는 고민하기 어려운 그러한 질문을 너무도 쉽게 외면해버립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찾아오죠. 누구나 한 번쯤 그러한 질문을 조금 깊게 생각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무엇이 발견 되셨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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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B와 9S, 그리고...)

 

 

사람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혹시 그것이 ‘아무것도 없음’, 즉 무(無)가 아니었나요?

 

참 이상합니다. 우리는 분명 여기에 존재하는데, 모순적이게도 그 존재라는 놈 옆에 무라는 놈이 떡하고 버티고 서있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사르트르는 바로 이 점을 발견합니다. 니어 오토마타에서 등장하는 로봇 사르트르도 당연히 계속 이러한 말을 이야기하죠.(가끔은 지겹게 같은 말을…) 더 어려운 과정들이 있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니까 그러한 것은 생략하도록 하죠.

 

한편 사르트르는 마침내, 이러한 인간의 본질 속에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자유롭기에 고독합니다. 정말로 그렇지 않나요? 우리가 만약 자유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고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고독함 혹은 저러한 종종 찾아오는 질문 속에서 공허함조차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또한 자유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미 한 번 본질로서 가지고 있다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죠. 여러분은 자유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자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정작 자유 그 자체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이상한 감정과 함께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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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르트르는 그의 철학만큼으나 '후리한' 인생을 살았다.)

 

 

사르트르는 이에 대해 “인간은 자유형을 선고 받았다.”(“Men is Sentenced to Freedom”)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우리 인간은, 마침내 정해진 본질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한다는 것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게 됩니다. 본질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의 실존이 더욱 선행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다시 니어 오토마타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하지만, 니어 오토마타에서 등장하는 기계생명체는 물론이거나와 주인공 요르하 부대는 인간과는 다릅니다. 그들은 분명한 본질을 가지고 이 세상에 등장한 존재들이죠. 바로 서로의 창조자를 위해 싸우는 목적이 그들의 본질입니다.

 

자,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실존이 선행할까요? 본질이 선행할까요?

 

우리는 차가운 이성 속으로는 당연히 본질이 선행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니어 오토마타의 게임 내적으로는 우리의 이러한 이성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게임 내 연출과 대사로서 의심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에게 차였다는 요르하 부대원, 누군가에게 동경을 가진 팬으로서 존재하는 기계생명체, 평화를 갈구하는 마을의 로봇 지도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본질에서 이탈했지만, 그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인간과는 다른 점이죠.

 

흥미롭게도, 적으로서 등장하는 외계인의 전투 병기, 기계 생명체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궁극적인 적군인 인간의 철학자가 인간을 위해 제기한 철학적 질문을 인용하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존재의미를 찾습니다. 또한 스포일러로 인해 언급할 수 없는 여러가지 상황들로 인해, 이러한 얽히고 섥히는 핵심적인 의문은 더욱 플레이어로 하여금, 판단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들의 존재 목적은 분명하다.’는 그 자체로 이미 명증적이었던 차가운 머리 속 이성의 판단이 처음과는 다르게 유보적인 판단으로 남음으로서 게임 내내 플레이어를 갈등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맹목적으로 자신은 본질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여기는 주인공 2B와의 모습과 확연히 대조되면서, 플레이어는 더욱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니어 오토마타는 수 많은 선택에 기로에 게임은 플레이어를 던져 놓으면서, 이러한 어려운 질문에 대해 주인공과 기계 생명체들을 대신하여 플레이어에게 답변하기를 기대하고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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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이들은 무엇인가요?)

 

 

■ 마치는 말

 

조금 더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로 그저 액션만을 즐기고, 피상적인 이야기만에 만족하며 게임을 전개할 수도 있겠지만, 니어 오토마타가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주제는 그렇게 지나가기엔 조금 아까운 면이 있는 것 같아 이렇게 여러분에게 스토리의 중심적인 문제 의식에 대해 짧은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최대한 철학의 학문적 용어를 희석시키고,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면서 이야기하고자 노력했는데, 어떠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중간에 빈 공간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실 수 있는데, 그러한 것은 너무 전문적일수도 있어 생략한 것이니, 글에 댓글을 다셔서 제가 답변을 드리거나 검색을 하시면 해결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니어 오토마타는 분명 확연히 뛰어난 요소도 존재하지만, 그만큼 부족한 점이 있음에는 부정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그 예로 액션의 호쾌함, 그래픽적 완성도, OST는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지만, 퀘스트들의 단조로움, 오픈 월드 구성의 허술함, 깊이가 아쉬운 아이템, 세부 액션 요소들 등 단점으로 지목할 항목도 상당 수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전문 비평 매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아마 비디오 게임이라는 극히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매체에 철학, 그것도 현대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실존주의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 의식을 함께 담아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2B와 외계 생명체가 만들어낸 그 로봇들은, 실존이 본질보다 앞선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더 나아가 여러분의 지금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삶에서는 지금, 실존이 본질에 앞서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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