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데몬"을 만났습니다.
시작부터 땅이 무너지더니 추락하면서 반피가 까입니다.
급한대로 물약을 마십니다.
그 짧은 시간 성큼 성큼 다가오더니 거대한 검으로 제 여전사의 머리를 가차없이 찍어버립니다.
휘두르는 동작에서 이미 죽음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사라진 반피.
"YOU DIED"
데몬 얼굴 보고 3초만에, 칼 한번 못 찔러보고, 구르기 한번 못해보고 사망.
다행이도 이 보스전의 숏컷은 대단히 짧습니다.
짧은 만큼... 빠른 시간안에 많이 죽습니다.
2분에 한번 씩, 2시간 동안 죽으면 얼마나 죽은거죠. 60번?
'종의 가고일'도 잡고,
'산양머리 데몬' 도 잡고,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드디어 "이건 못 잡는가?" 하는 자신에 대한 의심이 생깁니다.
사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그런 마음은 가고일과 산양머리 때도 느꼈던 것 같지만 추억은 미화되니까요.
그리고 가고일에게는 30번 정도 밖에 안죽었거든요.
보스를 만나면 인사하고 죽는 것을 반복하는 장면을 본 아내가
"오빠 뭐하는지 모르겠어. 계속 그 장면이야" 라고 하며 자러 갑니다.
저도 제가 뭐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잠은 오지 않네요.
하지만, 다크 소울의 신비로움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멘탈만 터지지 않고 하다보면, 결국은 어떻게든 극복을 하게 됩니다.
누구라도 말이죠.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습니다.
한 대도 맞지 않고 때려 잡습니다.
보스가 쓰러질 때의 희열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텅빈 스테이지의 적막감은 절 다시 불타게 합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지나가던 뼈다귀 병사에게 얻어맞고는...
'후...
보스 잡고 방심했었네. 잃어버린 소울 찾으러 가야지...'
하지만, 멀리 보이는 초록색에 흥분한 탓일까요?
그만 발을 헛디뎌서 낙사!
보스잡고 얻은 소울이 다 날아갑니다.
'...'
조용히 슬립 버튼을 누릅니다.
스위치의 패드가 본체에 달려있어서 다행이에요.
고문 당하는 것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위해 가학적인 개발자들이 악의를 가득 담아 만든 다크 소울.
실제 어려운 정도보다 소문의 무서움 때문에 더 접하기 힘든 게임.
그리고 직접 해보면 소문은 약과였음을 알게 되는 게임.
그런데, 하다보면 고통을 즐기게 되는 게임.
신기한 게임입니다.
다크소울을 정의 내릴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문장은 '어렵지만 재미있다' 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미있다라는 점인데요.
그게... 놀랍게 재미있습니다.
또, 어렵다고는 하지만 극복 못할 어려움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레벨 디자인이 기가 막힙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맵 디자인도 감탄만 나올 따름이구요.
지금은 게이머를 병자로 만든다는 <병자의 마을> 을 통과했는데요.
확실히 감기도 악화되고, 마음에 병도 좀 생긴것 같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제가 미쳐가는게 아니고 게임이 재미있어서 그래요.
다음은 더 악랄하다는 <센의 고성> 으로 향해야 하는데... 두근 두근 하는군요.
다크 소울을 하면서 얻은 수확은 재미와 용기입니다.
이제 그 어떤 어렵다는 게임도 두렵지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