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원래 컴덕끼가 어렸을 때 부터 있었는데 ITCM 오고나서 중증으로 발병한 거 같습니다. 정신차려보니 FinFET 공정에 대해 이해하고 있더군요. 허나 그 관심의 뿌리는 늘 게임에 있습니다. 저는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부턴 기술적인 이야기는 빼고 적게 하고, 현재 제가 바라보는 게이밍 하드웨어로서의 PC의 상황에 대해 조금 말씀드릴게요.

 

1. 인텔

 

솔직히 제가 보는 인텔은 신입니다. 노트북/데스크탑 CPU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는 인텔이고, GPU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는 인텔입니다. SSD 시장에선 삼성이 압도적인 1위(42%)고 인텔의 점유율은 3%대밖에 안되지만 기술력 만큼은 삼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전방위적인 강력함과 꾸준함은 거대한 기술 앞에 제가 한낱 미물임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더더군다나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일부분이라는 사실이 더 놀랍게 합니다.

 

(전통적 "intel" 획득 방법)

 

뭐 인텔을 빠는 건 여기까지 하고, 객관적으로 말씀드리면 솔직히 데스크톱 시장의 CPU 성능 성장 적체는 다 인텔 때문입니다. AMD가 저~기 뒤에 있다보니까 딱히 잘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신세대는 전세대 모델의 성능, 인적인(?)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이죠. 10년 넘게 메인스트림 라인업에서 상위급은 항상 쿼드코어고, 비싼 돈(HEDT)을 줘야 6~10코어 등등을 맛볼수가 있습니다. 경쟁사들 대비 성능 우위의 이유중 하나였던 공정 전환 속도도 느려졌고, 전반적으로 어영부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당장에 곧 출시될 케이비 레이크만 하더라도 아키텍쳐나 공정 개선 없고 그냥 클럭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내년까지고, 루머긴 해도 2018년에는 역사적으로 12년 만에 커피 레이크에서 6코어 CPU가 메인스트림 상위 라인업(i5, i7)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멀티코어가 게임을 포함한 프로그램의 지형도를 바꾸었듯이 6코어 CPU가 주류로 들어선다면 게임의 CPU의 활용의 지형도를 바꿔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옵테인의 이해)

 

또 아직까진 태동 단계긴 하지만 RAM과 SSD 개념을 결합한 신기술 3D X-Point(크로스포인트)를 적용한 신개념 메모리 Optane(옵테인) 또한 가시권에 있습니다. 현재 NVMe 컨트롤러 SSD(=빠른 SSD)들이 PCi-e 3.0 x4 라는 속도라면 그보다도 훨씬 빠른 램의 속도에 다가가는 SSD죠. 루머상으론 곧 출시할 케이비 레이크 CPU의 고급형 메인보드 H270, Z270에서 이 옵테인 SSD를 쓸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보조 메모리"가 "주 메모리"의 자리를 빼앗는 혁명이 다가옵니다.

 

(사실 케이비 레이크 자체는 클럭만 향상되었지만 주변기기 지원이 강력해 졌습니다.)

 

뭐 이건 실제로 쓰이기에 골아픈 문제들이 산적해 있을테니 지금 당장 게임과는 크게 관련이 없지만, 램과 저장장치를 합해 1TB+를 쓸 수 있다면 참 재밌지 않을까 싶네요. 게임의 로딩이 뭔지 궁금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2. 엔비디아

 

사실 엔비디아는 진짜 장사를 잘합니다. 인텔, AMD, 엔비디아 3사 중 가장 뛰어난 성장률을 보였기도 했고, 연달은 아키텍쳐의 성공으로 이 기사(링크) 만 보더라도 경쟁사 점유율 뺏어다가 냠냠 했지요. 강력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카드를 연산/그래픽 작업/ 게이밍용으로 분화 발전시켰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여러 기술적인 이유들은 빼고 말하면, 이번 세대 파스칼은 경이롭게도 소모 전력/발열을 늘리지 않고서도 전세대 맥스웰 대비 40% 정도 빠른 동작속도로 동작하는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엔비디아의 성장 동력은 아직까지도 게이밍이죠.)

 

그건 그렇고 앞으로 나올 건 지포스 끝판왕 1080Ti 급의 GP102와 볼타 아키텍쳐죠. 1080Ti는 루머 스펙대로라고 한다면 레퍼런스만으로 타이탄 XP보다 강력합니다. 하지만 선적분에서 특이하게 10GB GDDR5(X) 램을 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기술적인 이유를 생략합니다만 엔비디아로선 굉장히 예외적인 구성입니다. 뭐 이런 기묘한 구조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라면 성능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가격이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전세대 980Ti 출시 가격($649) 보다 싸긴 쉽지 않고, 지포스 가격의 신기록을 쓸지도 모르겠네요.

 

(384bit 임에도(램 컨트롤러 12개) VRAM이 10GB만 달린건 굉장히 예외적입니다.)

 

 

볼타는 아마도 18년 이후에나 보일 것 같은데, 엔비디아도 다음 그래픽카드 라인업은 파스칼 리비전으로 때울 거 같다는 루머가 돌더군요. 물론 그정도 범위의 예측은 그냥 믿거나 말거나이기에 볼타에 대한 소식은 내년에나 윤곽이 좀 드러날 거 같습니다.

 

(볼타는 파스칼 대비 전력당 단정밀도 성능이 두배라는 그래프입니다.)

 

소비자로서 기대해야할 부분은 신 그래픽카드 라인업이 파스칼 리비전으로 나오게 될 경우 기대되는 가격 인하겠죠. 다만 600-700번대 선례를 보면 썩 좋다고 말하기 힘든 가성비성장을 보였기에 개인적으론 약간 회의적입니다. 그래도 비싼 감이 있는 1070/1080급 라인업은 저렴해 질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

 

 

3. AMD

 

AMD는 사실 양쪽에서 만년 콩이고, 까봐야 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두가지 소식은 긍정적입니다.

 

첫째 내년 초에 나올 젠 FX 시리즈 "서밋 릿지" CPU의 가격 루먼데, 대략 250~350달러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인텔 메인스트림 i5~i7 급 가격으로 6코어 12스레드, 8코어 16스레드라는 인텔 제온/익스트림급 코어 숫자를 만날 수 있죠. 물론 클럭 당 성능과 게이밍 성능은 지금까지의 엔지니어링 샘플의 유출 결과만 놓고 보면 인텔 대비 썩 좋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지금까지 노인학대 당하는 FX시리즈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킬 정도는 되어보이긴 하네요. 아쉽지만 가성비 게이밍 머신용 "레이븐 릿지" APU라인업은 더 늦어질 거 같습니다.

 

 

둘째론 AMD가 반도체 팹 Global Foundry사와 5년 장기 계약을 맺으며 공정미세화된 CPU/GPU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점입니다. CPU쪽에선 젠 다음의 젠+와, GPU 쪽에선 베가 다음 예정되어 있는 나비(Navi) 아키텍쳐가 아마도 7nm FinFET 공정으로 경쟁사보다 한 단계 앞서 출시될 거 같다고 하더군요.

 

 

 

근시일 내에 GPU쪽에서 또 기대되는 건 베가의 출시와 폴라리스의 리비전이죠. 피지(퓨리 시리즈) 후속일 베가의 성능 자체는 예상되는 스펙으론 단정밀도 성능 외에 게이밍 성능은 1080Ti 에는 미칠 수 없다고 보고, 잘 나와도 1080급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근래에 RX490 듀얼 GPU 카드 관련 루머들이 나오기에 더욱 더 혼돈에 빠졌습니다. 추가적인 정보가 많이 필요합니다만 AMD는 나와봐야 안다는 점에서 그냥 혼돈의 카오스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2017년까지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출시될 물건들 중 메인스트림 라인업에서 혜택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 같습니다.

• 일단 인텔 옵테인, 양사 그래픽카드 끝판왕 모두 가격 상 메인스트림과는 크게 떨어져 있을 것 같습니다.
• 나올지 모르겠지만 폴라리스/파스칼 리비전은 나온다 하더라도 세대 교체 만큼의 성능 증가가 어렵고,가격 인하를 할 거 같습니다. 미국 발매 가격이 떨어져도 가격이 즉각 빠르게 떨어지지 않는 한국 특성상 어영부영할 거 같습니다.
• 인텔의 CPU 케이비 레이크 또한 스카이 레이크에서 클럭만 10%~15% 정도 올린지라 구매가 좀 애매합니다.
• AMD의 CPU 젠 FX라인업은 물론 작업용으론 상당히 좋은 가성비를 낼 거 같지만 8코어까지 활용하는 게임이 극히 드문지라 코어 당 성능이 강력한 인텔 i5가 게이밍에서 평균적으로 더 강력할 확률이 높습니다.

아마 2018년이 되면 또 다른 지평이 열리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제 추론입니다.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제가 틀리더라도 "서프라이즈" 한 방식으로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