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에 컴퓨터를 6년 만에 바꾸면서 스팀에 입문했습니다.
그때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는 마음에
70퍼센트 이상 할인, 2만 원 미만의 게임만 구매하기로 다짐했습니다.
1년 6개월 가까이 된 지금, 그 다짐은 허사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도 않을 게임을 미리 사 놓고 설치조차 안 했다가
가격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이미 구매한 게임이 에픽 스토어에서 무료로 풀리는 일은 어찌나 많은지!
큰 마음 먹고 산 파라독스(패러독스)사의 게임과 DLC들이
험블에서 헐값에 번들로 나오는 것을 볼 때의 심정이란...
그 밖에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해외 리셀러 사이트에서 산 게임은 리보크도 당해 보고,
몇천 원 저렴하게 사겠다고 네이버 스토어 이용했다가 러시아 키도 받아 보고,
이미 에픽에서 받은 게임을 있는 줄도 모르고 스팀으로 또 사고...
매달 초에는 험블 번들이 나오길 기다리며 목록에 AAA 게임이 없으면 투덜대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번 스팀 여름 세일에 제 찜 목록 게임들의 할인율이 박한 것을 슬퍼하고...
그런데도 저는 게임을 사고 있습니다.
요즘은 몸이 피곤해 게임을 거의 못 하는데도 말이죠.
트로피코 6와 레일웨이 엠파이어를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다음 달 험블 초이스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삭제하고
슈퍼로봇대전 V를 해 보고 싶은데 가격은 아직도 부담스럽고,
본편만 가지고 있는 포털 나이츠가
레전더리 에디션으로 사는 게 더 이득이라는 사실에 고민하고...
어느 순간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게임을 사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멈출 수가 없습니다.
모진 말이라도 들어야 그만두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