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이북 리더를 구매하고 ( http://itcm.co.kr/g_board/1110044 )게임 관련 소설을 출퇴근하며 읽었습니다. 원래 속독가인지라 책을 빌려보는 게 좋은데 마침 리디북스 쪽에선 워크래프트 개봉 행사를 하며 게임 관련 소설들을 할인해 줘서 재밌게 빌려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위쳐 시리즈 > 스타크래프트 소설 >  워크래프트 소설 > 바이오쇼크 소설 > 디아블로 소설 > 데드스페이스 소설 순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위쳐 시리즈는 국내엔  프리퀄인 <이성의 목소리>와 본편인 <운명의 검>이 나왔는데 읽어보니 괜히 폴란드의 본좌 소설이라는 평을 듣는 게 아닙니다. 각각 메인 스토리격인 단편 '더 작은 해악(The Lesser evil)' 과 '운명의 검(The Sword of Destiny)' 에서 게롤트와 게롤트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죠. 

 

The lesser Evil
악은 악이오, 스트레고보르
작든 크든 피해를 입는 건 매한가지요. 크냐, 작냐는 상대적 수치일뿐, 그 경계선은 분명하지 않소. (중략) 다만 나에게 두가지 해악을 두고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차라리 아무것도 고르지 않겠소. 

The Sword of Destiny

예정된 운명을 조롱하고, 그걸 갖고 놀고 있구먼. 운명의 검은 양날의 검이라네. 그 한쪽은 자네이지. 다른 쪽은... 죽음일까? 우리는 죽을 존재, 자네의 손에 죽을 존재라네. (중략) 죽음이 자네에게 한 발짝식 다가갈 때마다 다른 이들이 자네 때문에 죽을 걸세. 내 말을 기억하게.

저 내용은 피의 남작 퀘스트에서 인용되고(스포주의 링크), 아래의 트레일러에서 인용되었습니다.

(사실 CC에서도 두개의 칼날, 어느쪽이 될 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가 아니라, 말 그대로 운명의 검은 양날, 한쪽이 바로 당신이다가 더 정확합니다. )

 실제로 피의 남작 퀘스트는 2015 골든 조이스틱 어워즈에서 "최고의 순간" 상을 바로 이 내용으로 탔고, 위쳐 본편 자체도 올해의 게임이 되었으니 참 대단합니다. 위쳐 3가 이처럼 본좌급 게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내용을 잘 캐치해낸 CDPR의 역량도 있지만, 악과 차악이라는 미묘하고 흐릿한 그 경계와 운명 그 이상의 것을 그리고 있는 위쳐 3 원작 소설의 세밀하면서도 깊은 통찰이 먼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불어 비극은 비극답게, 희극은 희극 답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짱짱 재밌어요.

 다만 읽어보면 영어판을 중역한 것이라 원문의 맛을 못 살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게임과의 번역 단어 차이도 있어 이게 뭔가 싶은 것도 있네요. 잘 된 번역은 저도 감탄할 수준이었지만 번역 역량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전반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 The Sword of Destiny의 핵심 문장도 제가 일부 번역을 수정했는데, 소설 본문에선 뉘앙스를 좀 못 살렸네요.

 어쨌든 올해 내로 3부인 엘프의 혈통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되네요. 더불어 

미르친 이빈스키 CDPR CEO도 언젠가는 위쳐 시리즈를 다시 만들고 싶다고 하니, 사이버펑크 2077 이후에도 기대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