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쿠르와 좀비 둘 다를 잡은+공식한국어화와 외전작이랑 2편 나올때 되니 가격 팍팍 떨어지는 중인 다잉라이트입니다.

오늘에서야 본편을 다 깼는데, 장점은 이미 많은 분들이 말했으니 단점 위주로 풀어볼까 합니다.

 

-높은 난이도
보통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난이도가 꽤나 높은 편입니다. 특히 스킬과 파밍 위주로 풀어가는 게임이라 특정 스킬이 찍히고 안찍히고나 특정 도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많이 납니다. 거기다 죽으면 생존자 포인트(한마디로 경험치)가 서브퀘 획득경험치 수준으로 팍팍 깎여나갑니다. 패널티가 여기저기 많아 끈기가 없다면 포기하기 쉬운 게임입니다.

 

-불합리해 보이는 레벨디자인과 시스템

게임을 하다보면 중간중간 불합리해 보이는 시스템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극초반 스토리 미션에서 적 대장인 라이스 사병(그러니까 무기 든 인간)과 붙어야 하는데, 무기 든 인간은 시스템상 표창같은 투척무기를 쳐내고 정면에서 정직하게 공격하면 모조리 막아내는 제다이 마스터들입니다(심지어 주인공은 필요없어서 시스템상 안 넣은거겠지만 방패 안 들면 무기막기도 못 씁니다). 서브퀘들도 풍부히 나오기 전이라 렙을 올려 갈 수도 없어, 무기들도 하나같이 고만고만합니다. 좀비 대상 반격기는 스킬을 찍으면 나오지만 인간 대상 반격기는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병들을 극초반 메인퀘에 4~5명 이상 상대하게 됩니다. 석유 유저의 전설무기 소매넣기가 없었다면 경험치 팍팍 깎여가며 간신히 클리어했을 뻔했습니다.

거기다 일부 문이나 배전반 등은 QTE 연타로 뜯어내야 합니다. 이 게임이 나온 시기가 QTE 황혼기의 끝인 걸 생각하면 주인공에 몰입해 용 쓰게 만드는 용도로는 나쁘지 않나 싶지만, 결국 QTE는 QTE입니다. 영화같은 게임 만든다고 QTE같은 걸 발명해낸 안일한 이전 세대 개발자들을 욕해야 할 따름입니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긴장감 준답시고 가스통 바이럴(?!)부터 볼레틸 러쉬까지... 정석을 찾으면 되기야 하지만 그 정석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옥상에 다가가면 최종보스와의 순도 100% QTE가 뙇! 파크라이 3에선 번쩍번쩍 불빛이라도 났지!

 

-과몰입

위 두 가지와 게임 특유의 과몰입 유도 요소들이 겹쳐 분명 좀비에 물린 건 주인공인데 플레이를 하는 제가 분노 바이러스에 걸려 좀비가 되어갑니다. 감염자들의 달라붙기는 데드 아일랜드보다 훨씬 아프고 진해졌고 파쿠르 잘못 착지했을 때 소리가 4D로 체감될 정도입니다. 죽으면서 팍팍 깎이는 경험치는 이 과몰입을 가속화시켜줍니다. 게임을 하고나면 던전 앤 파이터 피로도 줄어들듯 현실 체력이 줄어듭니다.

사방에서 바이럴들이 소리를 지르고 가까이에선 생목을 아끼지 않으니 어릴 적 몰컴으로 다져진 조용한 게이밍을 반강제로 하는 저마저도 목구멍에서 바이럴들이 내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거기다 메인퀘 이후 반강제로 밤으로 고정되는 구간들이 꽤 많아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안 가더라도 볼래틸을 마주치게 됩니다. 사람이 죽기 직전 주마등이 떠오른다는데 분노 바이러스를 모니터 너머로 옮겨받는 순간 전 직장상사, 선배, 손절한 친구 등등의 멍멍짓거리같은 과거에 분노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석유 유저가 준 전설 무기로 좀비무쌍을 할 수 있어 인간 바이럴로의 변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과몰입 및 극대노 요소가 상당하니 다잉 라이트 2편은 앙빅과 다키스트 던전, 게팅오버잇처럼 분노요소가 많은 한국 스트리머의 필수게임이 될 것이 자명해보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플레잉 가치가 있는 액션과 파쿠르는, 현존 1인칭게임 중 탑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플링 훅을 얻으면 저스트 코즈가 됩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특성상 배경이 더러운게 호불호가 갈릴 뿐입니다. 거기다 총기를 얻는 순간 총기 수가 매우 적음에도 상기한 액션과 맞물려 수준 높은 FPS를 선보여줍니다. 사병들과 총격전 벌이는 순간 장르가 바뀝니다. 둠 같은 FPS게임 끝판왕에 비견될 수준입니다. 심지어 BGM도 둠이나 GTA에는 못 미치지만 뛰어납니다. 이 시스템 기반으로 배틀로얄 게임을 만든다면 왕좌를 차지할 수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썩은물 유저들이 소매넣기까지 하며 잘 대해주는 게임은 그만큼 게임 접을 요소가 많기 때문에 게임 접지 말라는 강력한 자생적 보조장치라 생각됩니다. 여느 진입장벽 높은 매니아 게임처럼 일단 빠질거리를 찾으면 갓겜입니다.

 

이제 더 팔로잉을 거칠 차례네요. 소매넣기하는 고인물들처럼 소매넣기해주고 싶었는데 지쳐서 그건 힘들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