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lda.png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와일드> 는 저에게 큰 기대작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게임에서 선호하는 것은 영화적인 연출, 스토리 중심의 일직선 진행, 완성도 높은 액션, 그리고 퍼즐 같은 요소. 

반대로 싫어하는 것은 너무 큰 맵과 오랜 이동, 불편한 네비게이션, 스토리와 별 관계 없는 퀘스트, 그리고 자유도.

 

전자는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이 떠오르고, 후자는 바로 젤다가 떠오르네요.

 

네, 전 자유로운 플레이가 잘 안 맞습니다.

 

목표가 거의 없다라고 할 수 있는 샌드박스 형태의 게임은 취향에 전혀 안맞습니다.
자유도가 대단히 높은 RPG 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한 게임이라면 언제나 귀가 솔깃해지고 거기에 '재미있다'는 리뷰라도 읽게 되면 그 게임은 ToDo 가 되어버리곤 하지만, <위처 3> 와 함께 꽤 많은 사람들의 인생 게임에 등극한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은 그런 이유로 몇 년간 제 관심을 1g 도 받지 못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나 스카이림을 할인가 1000원에 팔아도 안살 것 같습니다.
아, 1000원이면 살지도...-_-?;


이번 젤다는 자유도가 어마 어마하게 높은 게임입니다.

 

NPC의 힌트, 길과 오브젝트의 배치, 난이도 등으로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혀있기는 합니다만, 그 과정이 모두 굉장히 자연스럽고, 제 선택에 의해 정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 자유도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걸 하는데 점점 진행되는 그런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게임 튜토리얼을 마치면 퀘스트로 "최종 보스를 잡으세요" 를 줍니다. (빠른 진행도 좋지만 이건 좀...-_-;)

 

그 후로 자유입니다.

 

물론, 이런 얘기도 하죠. "아직은 약하니까, 좀 더 강해져서 도전하는걸 추천합니다"

 

당연한 소리 하고 있습니다. -_-;

 

그리고 더 힌트를 줍니다. "4개의 신수가 있는데, 그걸 물리치면 좀 더 강해질지도?"

 

아하, 신수라. 그게 목표인가? 


보통 젤다 처음하는 사람에게 팁 주는 내용을 보면, '튜토리얼 사당 4개 클리어 후에 페러세일 받으시고, 탐험 좀 하다가 신수 1개 잡으면 감이 좀 옵니다' 라고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딱 저 정도 하면 젤다를 즐길 감이 옵니다. 


근데, 여기서 '탐험 좀 하다가' 가 함정입니다. 

 

저 얘기만 봐서는 신수 1개가 다크소울 3 의 초반 군다 정도 느낌의 보스일 것 같은데, 실제로 제가 첫 신수를 잡은게 거의 15시간은 진행한 후였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100시간 진행할 동안 신수 1개도 안 잡는 분들도 있더군요. 당연한 얘기지만 어떤 신수를 먼저 클리어 할지도 정해져있지 않구요.

 

 

젤다의 자유도와 모험에 대한 즐거움을 설명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 한 것 같습니다.

영상으로 봤을 때와 직접 플레이 했을 때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수가 있구나 싶습니다.

게임을 할 때, '내가 이 세계에 직접 들어와서 여행한다. 살고있다' 라는 느낌을 받은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로 처음입니다.

 

 

젤다를 하면서 제 취향에 맞았던 장점들을 좀 더 얘기해보면,

 

 

- 아름다운 카툰 렌더링

 

원래 카툰 렌더링을 좋아합니다. 드림캐스트의 <젯 셋 라디오 퓨처> 부터 시작해서, 어떤 게임이든 카툰 렌더링이면 호감도가 훨씬 증가하곤 했습니다. 이번 젤다는 카툰 렌더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게임을 워낙 스피디하게 진행하기도 하고, 게임 배경 그래픽을 감상하느니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겠다는 스타일의 플레이어라 배경 같은건 잘 안봅니다. 위처3 석양 장면 멋있다는 감상에 그닥 감흥이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젤다는 종종 화면이 너무 예뻐서 그냥 넋을 놓고 주변을 돌려보는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탑을 점령할 때, 사당을 클리어 하고 밖으로 나올 때, 높은 곳에서 페러세일 타고 뛰어 내릴 때 마다 감탄스럽습니다.

 

 

- 전투


오픈 월드 게임 중 전투가 재미있었던 게임은 <미들어스 :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호라이즌 제로 던> 입니다.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각각 전투의 맛이 꽤나 훌륭했습니다.

 

젤다는 이 게임들 만큼이나 전투가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막대기 하나 주워서 몹을 2마리 정도 단순하게 때려잡으면 무기도 파괴되고 단조로웠는데, 점점 진행하면서 다양한 검과 창 등의 무기가 생기고, 방패 패링 기술, 화살 (불, 폭탄, 전기, 얼음 등)을 쏘게 되고, 거기에 특수 기술 (시한 폭탄, 시간 멈추기, 자석 효과, 얼음벽 세우기) 같은 것들이 추가되면서 전투가 정말 다채롭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전투가 지겹지가 않아요. 타격감도 정말 좋은 편이구요.

 

 

- 퍼즐


120개나 되는 사당은 상당수가 퍼즐 풀이입니다. (신수도 보스전 급 전투 + 퍼즐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특수 기술을 이용해서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요. 여기서 호불호가 좀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에 딱 맞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퍼즐 때문에 불호 게임이 될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더 위트니스> 같은 게임을 하고 싶어서 험블 프리덤 번들도 구입할 정도이고,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도 본 게임 스토리 진행보다도 무덤 퍼즐 쪽을 더 좋아할 정도로 게임 내 퍼즐을 선호해서 젤다가 취향에 100% 맞았습니다. 퍼즐을 정말 안 좋아할 경우 젤다는 추천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이 퍼즐은 공략을 보고 하면 너무 쉽고 재미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젤다 커뮤니티에 가보면 백이면 백 모두가 하는 얘기는 "이 게임은 공략을 절대 보지 마라" 입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무리 막혀도, 한 사당에서 며칠 걸리더라도 공략 안보는 쪽을 추천합니다. 

근본적으로 여기서 오는 성취감이 젤다 재미의 1/4 정도는 된다고 보거든요. 그만큼 큰 분량이기도 하고.

 

 

- 난이도


어렵습니다. 젤다크소울 이라는 별명이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최근에 즐겼던 게임 중에서 이렇게 많이 죽어 나간 게임이 있었나 싶습니다.
가끔 무서운 적을 만나서 전투가 어려울 때도 있고, 등산하다가 기력이 떨어져서 죽기도 합니다.
준비없이 춥거나 더운 곳에 들어가서 불타 죽거나 얼어 죽기도 하구요. 
사당에서 퍼즐 풀다가 낙사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근데, 재미있습니다. 짜증나게 어려운게 아니라 의욕이 생길 정도로만 어렵습니다.

 

 

- 창의적인


아마도 이번 젤다가 GOTY 를 받고, 많은 웹진에서 역대 최고의 게임일지도 모른다. 라는 놀라운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 창의적인 게임 진행 방법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한 MMORPG 뿐 아니라 행동의 한계가 있는 FPS 플레이어만 해도 개발자는 정말 생각도 못한 일들을 저지릅니다. 그래서, QA 하는 걸 보면 정말 괴이한 시도를 많이 해봅니다. 저런짓까지 할까 싶은 일들을 말이죠. (주로 막기 위해서 찾죠)


젤다는 그 유저가 해볼 것 같은 독특한 행동들을 연구해서 플레이가 가능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한 시퀀스 마다 독특한 정신 세계를 가진 QA 인원들이 이런 저런 플레이를 해보면서 "이렇게 해도 될 수 있게 만듭시다"를 시전했나 봅니다. 


뭔가 "이게 되네?'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근데 이게 의미가 있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대략 정답같아 보이는 길이 있는데 좀 어려울 때. 꼼수 같아 보이고 약간은 버그 플레이 처럼 느껴질 방법으로 진행을 했는데, 그게 되고 그것도 일종의 해답이면 아무래도 흥미롭겠죠? 


심지어 창의력이 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서 사당의 퍼즐이 그런 기믹들을 사용하게끔 유도하기도 합니다.

 

 

- 편의성


탑, 사당 모두 순간 이동이 됩니다.
심지어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중에도 이동이 됩니다. -_-
처음 찾아가는 곳은 여행하는 기분이 물씬 풍겨서 스트레스가 없고, 한번 이동한 곳은 순간 이동이 편합니다.

 


단점도 물론 있습니다.

 

- 날씨


비가 옵니다. 비가 오는 장면의 연출은 훌륭합니다. 번개가 심하게 칠 때에는 감전까지 됩니다.
문제는 젤다가 등산 게임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여행, 퍼즐, 전투, 등산 젤다의 4대 요소 같은데요. 중요도로는 거의 첫번째죠-_-
근데, 비가 오면 등산이 안됩니다.
문제는 앞에서 얘기했던 창의적인 방법이고 뭐고 비가 올 때는 다 소용 없습니다. 
그야말로 비가 오면 쉬어야 합니다. 몇 가지 비올 때 할 수 있는 일... 들이 있긴 하지만 게임 전체로 봤을 때는 큰 의미는 없구요. 등산을 앞둔 상태에서 비가 오면 거의 게임이 중단되는 수준이 됩니다. 퀘스트 중에도 불 붙여서 이동해야 하는 것들이 좀 있는데 이 때도 비는 큰 방해요소가 됩니다.


이 날씨가 게임의 재미를 증가 시켜주는 제약 조건이면 괜찮은데, 그냥 방해만 됩니다.

패치로 비오는 빈도를 절반 정도는 줄여줬으면 좋겠습니다.

 

 

- 편의성


음식을 1번에 1개씩 해야 합니다. 

 

 

- 탈 것


말이 너무나 무쓸모입니다.
본격 등산 게임인데, 말이 등산을 못해요.
그러면서 언제나 부르면 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호감도도 좀 귀찮은 부분이고.
차라리 어느 정도 진행한 후에는 '날 것' 을 줬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눈에 보이는 곳은 어디든 올라갈 수 있는 젤다 맵 구조상 날 것을 줘도 괜찮았을텐데...

 

 

 

지금까지 40시간 정도 플레이 했는데 신수 1개, 사당 30개 정도 플레이했습니다.
클리어까지 적어도 100시간~200시간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클리어가 중요한 게임이 아니라, 여행의 재미가 사라지고 지겨워질 때까지 하는 게임 같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가논 잡고 엔딩봐버렸어요 ㅜㅜ" 라는 후기가 무척 많은데, 엔딩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언제까지 이 여행의 즐거움이 계속될지가 관건.
40시간 진행하고도 아직 초반 같은 기분일걸 봐서는 150시간은 가뿐할 것 같습니다.

 

 

젤다를 해서 제 인생 게임이 바뀌었나라고 하면 그건 아닙니다.
엑스컴의 재미는 역대 최고였기에...

 

하지만 재미로도 둘째는 될 것 같고, 
그냥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게임을 뽑으면 엑스컴이 아닌 젤다를 선택할 것 같긴 합니다.

 

진정 놀랍습니다.

 

 

글쓴이 님의 최신글
  1. 2021-02-05 11:41 이야기 > 플레이그 테일 : 이노센스 *14
  2. 2020-07-07 17:19 이야기 > 스팀으로 즐기는 페르소나 4 골든 *8
  3. 2020-04-24 10:23 이야기 >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구입했습니다. *12
  4. 2019-06-12 10:59 이야기 > MS 게임 패스 울티메이트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17
  5. 2019-04-26 15:29 이야기 > 피곤하고 지쳐있지만 그래도 합니다. *12

Who's 반디멍멍

profile

Articles

412 413 414 415 416 417 418 419 420 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