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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을 함께 했던 제 작은 친구를 오늘 떠나보내고 왔습니다.

 

위 사진은 지난 4월 유선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 후 잘 뛰어 놀던 당시의 사진입니다.

 

본래 모든 유선을 제거 해야하지만 처음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서 나이를 감안하면 극적으로 잘 된 케이스라,

이번에는 수술해도 못 깨어날 수 있다고 하셔서 불편함이 없는 한도내에서 잘 먹이고 잘 놀아주고 경과를 지켜보는 쪽으로 결정지었죠.

 

종양이 커지면서 왼쪽 뒷다리쪽 혈액순환을 방해하니 다리가 살짝 부었지만 여전히 잘 먹고 잘 돌아다녀서 기특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4월, 5월 지나 6월에 접어드니 급격하게 종양이 온 몸에 퍼졌습니다.

가슴부터 시작해서 배부터 생식기는 물론 옆구리까지 딱딱하게 종양으로 굳어가더니 결국 피부가 터지고 곪기 시작했습니다.

왼쪽 뒷다리는 너무 부어서 진물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잘 먹고 잘 쌌는데... 이제는 잘 먹지도 않고, 종양이 항문쪽까지 퍼져서인지 배변도 힘들어합니다. 아니 3일간은 배변도 못했어요.

밤마다 고통에 깨갱 되다가 잠에 듭니다. 아니 잠은 사람만 들었을 거예요.

 

오늘 6월 20일. 매번 가던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이 정도로 자라나는 종양은 악성이고 사실상 모든 장기에 전이 됐다고 하시네요.

수술 한다고해도 회복 된다는 보장도 없고 만에 하나 잘 되더라도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는 말씀까지...

 

안락사를 결정했습니다.

 

사실 첫 수술 할때부터 머리 속으로 이 날이 올 거라 예상하고 수차례 마음을 단단히 먹은지라 결정이 수월 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다잡을때마다 눈물도 많이 삼켰기에 무덤덤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취제를 맞고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흐릅니다.

이어서 극약을 투여하고 잠시 후에 완전히 숨을 멈춥니다. 눈은 여전히 뜨고 있네요. 감겨주려고 해도 안감네요.

창피하게 콧물까지 흘리면서 질질 짰습니다. 동생놈은 못 보겠다고 밖으로 나갔고요.

 

귀여워 해줄줄만 알았지 좁쌀만한 종양을 봤을 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던 것이 결국 제 수명도 못 누리고 떠나게 만들었네요.

 

바쁘다는 핑계로 집 근처에서만 산책 시켜서 세상도 많이 못 봤는데...

가여운 것, 부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이곳 저곳 뛰어 놀기를...

 

미안해.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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