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안녕하세요? 뜸하게 오니까 자기소개를 또 해야될 거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잼아저씨고, 하드웨어를 포함한 게임과 관련된 모든 이슈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인간이 임의적으로 끊어낸 시간 단위가 바뀐다고 해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변하지 않는데 새해가 되면 뭔가를 준비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네요. 그 기분에 맞게 올해 (게이밍을 위한) 하드웨어를 돌아봤습니다.

 

1. CPU

 1) 인텔: 상상속의 동물 여자친구 10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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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이 요즘에 까이는 이유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10nm으로 생산 공정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캐시 활용이나 부동소수점 유닛 명령어 처리 구조 등이 암드보다 약간 나은 면이 있기 때문에, 게이밍에서는 최고의 성능을 내는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다만 10나노 공정이 늦어지면서 아키텍쳐의 구조적인 개선 없이 그냥 클럭과 코어만 늘리고 있습니다. 분명 로드맵에서는 이미 10nm으로 모든 프로세서를 생산해야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공정 이행에 실패합니다. 공정 미세화는 생산 단가, 성능, 차후의 아키텍쳐 설계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게 어그러진 관계로 모든 게 다 꼬인 느김입니다. 현재 인텔은 소비자용 CPU에서도 이미 경쟁사와 동수인 8코어 CPU를 최상급 라인업에 배치했으며, 또 한번의 14nm 리프레시인 코멧 레이크에서는 현재 경쟁사 CPU를 뛰어넘는 10코어 CPU를 낸다고 하는군요. 부차적으로 코어 당 성능, 생산 단가 등등 일부를 포기하면 발열 문제 또한 없었을 텐데, 10nm에서 달성하려고 한 성능과 생산 수율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2)AMD: ALL HAIL THE NEW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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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www.anandtech.com/show/13829/amd-ryzen-3rd-generation-zen-2-pcie-4-eight-core )

 

 라이젠이 처음 런칭했을 때 로드맵을 봤을 때는 이 정도로 변화를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해봐야 라이젠 1000시리즈에서 2000시리즈 정도의 업데이트만 할 줄 알았는데, CES 2019에서 공개된 이번 Zen 2는 거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고 봐야 합니다. IO 다이와 코어 다이를 분리해서 패키징을 했기 때문에 16코어 CPU도 물리적인 문제 없이 장착이 가능합니다. 저도 저 사실을 몰랐을 때는 루머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견했었는데 이제는 179도 정도 입장을 돌려야 할 거 같습니다.

 

 더불어 시연에서 공개한 8코어 16스레드 Zen 2 마티스 CPU가  i9-9900K보다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시네벤치 R15 스코어로 동급의 결과를 냈습니다. 이에 대해 아난드텍은 3가지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1. TSMC의 (7nm)공정이 9900K급의 클럭을 내지 못하는 경우, AMD가 인텔을 IPC에서 앞서게 되는 것이고, 이는 현대 x86 하드웨어 집단의 거대한 변화를 뜻한다.
  2. TSMC의 공정이 5.0GHz 이상 달성이 가능한 경우, 그리고 추가적인 전력 인가로 더 높은 클럭이 달성 가능하다면 이 CPU가 완성이 되는 경우 아주 재밌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3. AMD 멀티 스레딩이 시네벤치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

한국어로 고쳐 말하면 1. AMD가 인텔 이김 2. TSMC 공정이 인텔 이김. 3. AMD가 총합 성능으로 인텔 이김. 이 되는 셈입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소비자용 CPU의 왕좌는 AMD Zen 2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게 되었습니다. 10코어 코멧레이크가 나온다 하더라도 이쪽은 16코어의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다만 게임 성능을 포함한 실제 성능 벤치마크 자료는 아직 안 나왔고, 부동소수점 유닛을 비롯한 아키텍쳐의 큰 전환이 있었기 때문에 실성능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최소한 시네벤치R15라는, 가장 널리 쓰이는 CPU 줄세우기 프로그램에서 엔지니어링 샘플이 인텔의 그것과 비슷한 성능으로 측정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대단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2. GPU

1) NVIDIA : RTX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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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RTX 2060은 예상하던 성능으로 나왔지만 GTX가 아닌 RTX를 달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가격도 1070Ti 급 성능이 무색하게 1070Ti 급으로 받더군요. 결국 이번 20시리즈는 10시리즈+RTX급이고, 가성비도 딱 10시리즈에 준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RTX는 레이 트레이스 기술을 쓰지 않는 경우 잉여에 가깝기 때문에 일반적인 게이밍에서는 아무런 이득을 거두지 못합니다. 아마도 암호화폐 채굴의 영향으로 이미 시장에 많이 풀린 중고 그래픽 카드의 과공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다른 설계 패러다임을 가진 GPU에 집중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욕먹어도 어차피 3D 기술 중 혁신이라고 한다면 레이 트레이스 기술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언젠가는 자기들의 하드웨어가 표준이 되어서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걸 노리는 게 아닌가 싶네요.

 

2) AMD RADEON: 전통의 사골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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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CU, 4096SP, 256TMU, 64ROP. 제가 천재라서 외우고 다니는 게 아니라, R9 퓨리 시절부터 지겹도록 보아온 AMD플래그십 GPU 풀칩 스펙이라 기억합니다. 이름은 퓨리, 베가64, 베가VII로 바뀌었고, 공정미세화를 거치며 28-14-7nm으로 정확하게 1노드씩 감소해왔습니다. 그 덕에 다이 크기도 596-495-311mm2로 매우 줄어들었고, 클럭 또한 1050-1546-1800MHz으로 괄목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물론 아키텍쳐 개선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큰 효율 증가는 없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동작속도 상승분 정도의 성능 향상만 기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난드텍에서도 128ROP로 스펙이 늘었을 거라는 오보도 나왔지만, ROP의 추가 없어도 코어 클럭이 좀 늘고, 메모리 대역폭이 크게 증가한 덕에 채굴 및 게임 성능이 크게 오르긴 햇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라면 높은 가격 선정인데, 대략 $699로 예상됩니다. 그냥 2080/1080Ti급 성능 정도의 그래픽카드를 그정도 가격에 판다는 게 문제입니다. 

 

 다만 AMD의 그래픽카드 과공급에 따른 RX 570-580풍년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결국 의지의 드라이버 최적화로 RX 580은 1060 6G를 평균적으로 상회하는 성능을 얻게 되었고, RX 570은 1060 3G를 상회하는 성능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벌크로 생산되어 채굴장으로 납품조차 안된 신품 570 580이 대거 풀려 메인스트림 그래픽 카드 시장의 가성비 강자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AMD의 드라이버도 18.12.1 이후 이제 기본적으로 엔비디아 드라이버가 할 수 있는 일을 대부분 할 수 있게 되었으니(방송, 휴대폰 스트리밍, 자동 최적화, 벤치마크 등 편의 기능) 확실히 사후 지원 자체는 AMD쪽이 좋아 보입니다. 

3.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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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SSD의 보급형 공략이 강해졌습니다.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이 상당히 진행되면서 낸드 플래시, 디램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샘숭의 QLC SSD까지 나온 덕분에 많이 싸졌습니다. 사실상 하드디스크는 높은 용량의 가성비를 빼고서는 이제는 설 자리가 없어지는 듯 합니다.  물론 게임에선 로딩 빨라지는 거 말고 큰 이득은 없습니다만, 이미 디스플레이/영상 컨텐츠의 4K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니 만큼 고속/고용량 저장장치는 준 필수가 되는 시대가 된 듯 합니다. 저도 하드가 사망하시면 이제 하드디스크를 사지 않을 계획입니다.

 

 케이스는 강화유리로 속이 보이게 해놓고, 파워 같은데도 RGB LED를 넣는 게 유행이던데 개인적으론 별로 매력적이지 않네요. 어차피 키보드나 마우스 같이 "휴먼 인터페이스"를 꾸미면 몰라도 본체를 감상하는 건 책상 공간 활용에 크게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니가요. 참고적으로 이런 입/출력장치에 "게이밍"이라 붙어 있는 것들은 대부분 마케팅용 문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영호도 삼성 번들 키보드, 로지텍 미니옵 마우스로 민속놀이를 정복한 마당에 입력 장치가 뭔 상관이겠습니까.

4.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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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가장 큰 문제는 PC게임에는 이슈만 있고 대작이 없다는 게 문제인 듯 합니다. 당장에 고티도 콘솔 게임 2개가 탈탈 털어서 쓸어버리고 있기도 하구요. 저도 컴퓨터 켜면 하는 일이 게임이 아니라 작업이 된 만큼, 이전의 파워풀한 게이밍 하드웨어는 다 팔아버리고 가성비 조합으로 바꿨습니다. 인텔/엔비디아에서 암드/암드 조합을 쓰고 있습니다. 2400G+RX570 쓰는데 적당히 트윅해서 쓰니 1080P 게이밍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습니다. 오히려 루미나, 다빈치 리졸브, 엑셀 같은 프로그램 돌릴 때 CPU 성능이 아쉽다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CES에서 돋보였던 건 단연코 암드 CPU 분야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하는 이야기가 불과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AMD는 라데온이 먹여살리나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입장이 역전되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소비자용 CPU에서 이만큼의 발전을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좋아서 말이 안 될 거 같던 루머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면 정말로 괄목상대가 이런 것이구나 싶네요. CPU를 구매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잠깐 젠 2를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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