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WRC 8이 발매되어, 구입 후 일주일 정도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터키 숏코스 주행 영상 올려봅니다. (구형 글카라 중옵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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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드라이빙 어시스트 끔, 매뉴얼 시퀀셜.
보닛 캠 플레이.
엑박360 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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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및 소감 //더트 랠리 2.0과 비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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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01. 물리 엔진 - 그간 WRC 시리즈의 정체성과도 같던 아케이드 물리를 싹 걷어내고 완전히 갈아 엎어 전작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라 봐도 될 정도로 하드코어 시뮬에 가까운 랠리 게임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첫 인상은 마치 약간 캐주얼해진 현세대 버전의 RBR(1)을 보는 것 같았는데, 서스펜션의 움직임, 하중이동에 따른 피칭과 스티어링을 돌리고 카운터를 걸 때의 요잉 및 피봇각의 변화, 그래블에서 가속시 적은 마찰에 의한 휠 스핀 및 RPM의 요동, 언더/오버 스티어 표현, 물 웅덩이를 지날때 갑작스러운 미끄러짐과 범프스티어의 발생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물리 논란이 끊이질 않던 더트 랠리 2.0과 비교해봤을때 대부분 더 나은 수준의 물리를 보여줍니다.(2) 옵션에서 차량 데미지를 Realistic으로 설정할 경우, 타이어 펑쳐나 손상 부위에 따른 차량 밸런스 붕괴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차량 세팅 옵션도 이전에 비하면 엄청 세밀해졌네요.
전작들에 비해 세팅폭이 넓은데 특히 디테일해진 디퍼렌셜/LSD 파트가 눈에 띕니다.
02. 그래픽 및 사양 - 전작인 WRC7이 약간 만화같은 색감에 다소 과장된 표현의 그래픽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은 과한 색감을 줄이고 보다 현실적으로 변한 모습입니다. 다만 다소 무거워진 엔진 탓인지 QHD나 4K이상에서는 최적화가 약간 아쉽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전체적으로 쨍한 느낌이 있습니다.
03. 스테이지 퀄리티 - 항상 wrc시리즈는 FIA 공식 라이센스 게임답게 더트 랠리 시리즈에 비하면 코스 퀄리티가 월등히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번 작도 더트 랠리 2.0과 비교해봤을 때 비교불가의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실제 WRC 2019시즌 캘린더에 따라 칠레와 터키가 추가되었습니다.
04. 커리어 모드 - 완전한 WRC 8의 압승입니다. 더트 랠리 시리즈는 1편부터 커리어가 매우 단조롭고 재미없기로 유명한데, WRC 8은 커리어 시스템도 대폭 손을 봐서 전작과 비교해도 재미있게 만들어놨습니다. 기간 연장만 하면 되는 크루와 단순히 출력만 높아지던 업그레이드 시스템, 승급해도 딱히 다른 것 없이 난이도만 높아지던 더트 랠리 시리즈의 시스템과는 달리, 크루에도 체력 게이지와 예비 크루 개념이 생겼고, 업그레이드는 총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포인트가 생기면 유저가 먼저 필요로 하는 것 부터 선택해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승급은 주니어(R2, 전륜)에서 WRC2 및 WRC2 PRO클래스(R5, AWD), WRC 탑 클래스(RC1, AWD)까지 실력여하에 따라 오퍼를 받아 결정되는 방식으로 전작과 거의 비슷합니다. (전체적으로 코마의 F1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인데, 정작 더트 랠리 시리즈는 왜 그렇게 재미없게 만들었는지 의문..)
전작과 마찬가지로 제조사 우승과 명성도 승급에 영향을 미칩니다.
유저가 속한 팀과 제조사의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과 관계도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WRC 8에서는 크루의 중요도가 한층 올라간 느낌입니다.
업그레이드 시스템은 총 4가지로 분류되어 있으며, 포인트를 모아 획득하는 방식.
실제 WRC팀 캘린더와 마찬가지로 랠리 이벤트가 없을 때에는 휴식이나 훈련, 제조사 테스트 등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05. DLC 장난질 없음 - 굳이 비싼 돈주고 디럭스 버전을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게임입니다. DLC에는 클래식 차량 몇대가 포함되어 있는데, WRC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대다수의 유저는 현세대 머신으로 달리기위해 구입하기 때문에, 없어도 그만이고 게임 진행에는 지장이 전혀 없는 곁다리 컨텐츠입니다. 채 완성되지도 않은 게임을 내놓고, 시즌제로 코스와 차량 DLC를 팔아먹으며 유저들에게 빅엿을 선사한 더트 랠리 2.0과는 매우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06. 가변하는 날씨 - 항상 정해진 조건의 날씨가 아닌, 맑다가 갑자기 비가 오기도 하고, 태풍이 불기도 하는 등 실제 랠리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날씨를 예측해주는 기상 전문가도 크루에 추가되었습니다. 물론 노면 물리도 변화하기 때문에, 타이어 선택이 중요해졌습니다.
07. 다이내믹한 포스 피드백 - 출시 초 밋밋해서 엄청 까였던 더트 랠리 2.0과 달리, 스티어링 휠 셋을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호평 받고 있습니다. 약간 게인이 쎈 것 빼고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매우 좋은 편이고, RBR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단점]
01. 1년 에픽 스토어 독점 - 사실상 가장 큰 문제. WRC 8은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었고, 따라서 에픽과 1년 독점 계약을 하게되면 개발사에 혜택이 있습니다. 스팀으로는 내년 발매 예정인데, 그때면 이미 후속작이 나오게 되어 메리트가 떨어집니다.
02. 콘솔(엑원X/PS4/스위치)은 30프레임 - 거친 노면을 달리면서 이리저리 튀어다니는 랠리 게임 특성상 30프레임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언리얼 엔진 최적화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콘솔 유저들은 벌써부터 불만 표시 중.
03. 페이스 노트가 대부분 맞지 않음 - 페이스 노트가 대부분 매우 공격적으로 작성되어 있어 불러주는 것보다 방어적으로 주행해야 합니다. Double Tightens, Hardly 등의 세밀한 표현이 부족하고 정작 필요한 곳에 Don't Cut을 안불러주는 등 못 믿을 구간이 꽤 보입니다. 이는 더트 랠리 2.0도 갖고 있는 문제긴 합니다만,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04. 한국은 늦은 발매 - 일단 게임을 선발매하고 후에 심의를 맡겼기 때문에, 아직 한국은 에픽스토어 WRC 8 페이지에 접속해도 '심의 중'이라는 안내문만 뜹니다. 11월 1일이 정식발매일로 정해져있어 두 달 정도의 갭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따라서 한국에 계신분들은 지금 바로 플레이하려면 리셀러에서 구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북미 에픽 스토어 우회도 막힘) 사족으로 전작까지는 인트라링스가 유통했지만, WRC 8은 H2에서 유통한다고 합니다.
05. 산만한 UI와 여전히 부족한 리플레이 - 메뉴 및 유저 인터페이스가 다소 산만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커리어 업그레이드나 차량 세팅, 컨트롤러 세팅 등에서 패드나 휠로는 커서를 옮기기 불편한 부분이 있네요. 리플레이는 7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밋밋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편이라 박진감이나 각도 등 보는 재미는 더트 랠리 시리즈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리플레이에서는 여전히 코-드라이버의 콜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06. 높아진 진입 장벽 - 장점에서 말했듯 물리 엔진이 매우 향상되었으나, 이에 따라 난이도가 급상승하게 되었습니다. 전작까지 더트 랠리 시리즈 대비 캐주얼하게 즐기던 유저분들도 많은걸로 알고 있는데 WRC 8은 가볍게 접근하기는 힘들어 보이네요.
[총평]
더트 랠리 2.0은 이제 잊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간만에 생각치도 않은 곳에서 웰메이드 랠리 게임이 나왔네요. 2019년의 랠리 게임을 꼽으라면 더트 랠리 2.0이 아닌 WRC 8을 선택하는 유저가 훨씬 많을 것이라 봅니다.
원래 실제 WRC 시즌에 맞춰 매년 발매해오던 WRC 시리즈였지만 2018년은 출시하지 않았는데, 개발사가 그동안 그냥 놀기만 한게 아니란걸 보여주는 것 같네요. 발매 전 캐치프레이즈 그대로 정말 더트 랠리 시리즈 잡으려고 작정 했나봅니다. 여하튼 할만한 랠리 게임이 나와줘서 유저로서는 기쁠 따름이네요.
Tough Loads... Rough Roads... the Land Rover can tak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