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는 누가 뭐래도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태블릿PC이고, 아이폰과 함께 전세계 모바일 시장을 완전히 평정한 혁신의 제품이다. 다만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달리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은 아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불편할 건 없다. 그리고 반드시 '아이패드'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인지 본 리뷰어는 아이패드는 물론이고 다른 태블릿PC에도 별 감흥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솔직히 딱히 쓸 데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화면이 5~6인치라 태블릿PC의 필요성은 더욱 줄어든다. 차라리 키보드가 달려있는 맥북이라면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본 리뷰어에게는 그렇다 쳐도 아이패드는 어쨌든 전세계 사용자들이 애용하고 있는 태블릿PC의 일반명사다. 노트북보다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좋고, 품질과 화질, 성능도 우수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동영상이나 사진)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현재 아이패드는 9.7인치 화면의 '아이패드 에어2'와 7.9인치 화면의 '아이패드 미니3'가 판매되고 있다. 아이패드 미니는 스마트폰마냥 바지나 자켓 주머니에는 넣기 어렵지만, 가방에 넣어 사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다만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 미니3는 전작 미니2에 비해 지문인식 기능만 추가됐을 뿐 별다른 개선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신제품이 출시됐음에도 전작(미니2)이 더 많이 팔리는 걸 보면, 애플의 혁신곡선도 이제 평행을 향하고 있나 보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도 물론 완성도나 품질, 성능 면에서는 탁월하지만, 과거 스마트폰 시장의 목덜미를 잡고 흔들었던 그 고유의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았다. 뭐 어쩌랴, 세월에는 장사 없다.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 에어 크기 비교>

이런 형국에서 아이패드 미니3에 관한 리뷰를 싣는 건 본 리뷰어에게나 독자에게나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리뷰는 아이패드 미니2(http://it.donga.com/16279/)로 갈음하고(참고로 2013년 10월 기사다), 여기서는 줄곧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그리고 어쩌다가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사용하던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아이패드 미니3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과연 본 리뷰어는 아이패드 미니3(이하 미니3)를 어떤 경우에 주로 사용하고 어떻게 활용했는지 한 달에 걸쳐 모니터링했다.

<아이폰6,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에어 크기 비교>

우선, 본 리뷰어의 모바일 기기 사용 패턴을 간단히 살펴 보면, 평소에 스마트폰은 인터넷 검색이나 메일 송수신, 음악 감상, SNS/블로그/카페 이용, 유튜브 동영상 시청, 기타 일상 앱(카메라, 지도, 사전, 메신저/메시지 등) 사용 등이 주를 이룬다(대부분의 사용자와 비슷하리라). 모바일 게임은 딱 하나 설치했는데 그마저 거의 실행하지 않는다. 하루 중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의지 때문에 킬링타임(시간 때우기)용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는 않는다.

태블릿PC의 경우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집이든 사무실이든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도록 방치된다. 스마트폰 화면이 6인치라 굳이 태블릿PC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전자책 읽기를 통해 사용빈도를 높이고자 했으나 종이책 특유의 감성이 없어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했다.

적용 사례 1. 자녀에게 양질의 게임기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에게는 역시 품질 좋은 게임기로 인식된다. 요즘 모바일 게임이 워낙 잘 나와서 완성도에 따른 몰입도가 대단히 좋다. 특히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덕에 화질 하나는 정말 혀를 내두를 만하다. 5~6인치 크기의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체감할 수 없는 시원한 느낌이 분명히 있다. 딸아이가 즐겨 하는 '뜀박질' 게임('~런', '~러너' 계통) 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두 눈을 떼지 못하고 게임에 몰입하는 아이를 보니, 현 시점에서 최적의 엔터테인먼트 모바일 기기라는 걸 공감한다. 모든 게임을 매끄럽게 실행해 내는 안정적인 성능도 아이패드 만의 강점이기도 하다. 고성능 게임이라 그런지 본체의 발열이 좀 있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 손시리지 않아 좋다.  

적용 사례 2. 침대 누워 동영상/영화 보기 
사진이나 영상 관람에는 화면이 조금이라도 커야 유리하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같은 사진, 같은 영상이라도 스마트폰으로 보던 때와 감흥이 다르다. 침대에 편안하게 모로 누워 베개 등을 이용해 미니3를 적절히 거치하면, 영화관의 VIP룸 부럽지 않은 편안한 관람 환경이 완성된다. 실시간TV 시청 앱이든 유튜브든 인터넷 동영상이든 스트리밍 형태의 재생 방식이라면 문제 없지만, 파일 재생이라면 PC와 연결해 아이튠즈를 통해 영상을 복사해야 하니 (안드로이드 기기에 비해) 약간 번거롭긴 하다. 아이패드는 역시 콘텐츠 소비형 엔터테인먼트 기기라는 걸 증명하는 사례다.  

적용 사례 3. 밀리는 지하철 안 전자책 읽기
책 읽기를 좋아해 늘 두세 권의 책을 가지고 다닌다. 분량이 300쪽이 넘는 책은 무게도 만만치 않은데, 이럴 때 전자책(e북) 생각이 가끔 난다. 종이책의 감성적 느낌이 없어 전자책은 그리 자주 보진 않지만, 장르 소설 등은 전자책 리더로 틈틈이 읽고 있다. 7.9인치 화면의 미니3는 전자책 읽기에 아주 적절하다. 우선 얇고 가벼우니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도,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책 읽기가 가능하다. 아울러 8인치에 가까운 화면 크기로 종이책과 유사한 가시성/가독성을 보여준다. 전자책뿐 아니라 잡지 앱이나 멀티미디어 콘텐츠 앱, 웹툰(인터넷 만화) 앱 등도 미니3의 활용도를 높여 주는 앱이다. 기기 자체의 성능, 완성도, 그리고 앱의 최적화 등에서는 역시 아이패드가 우수한 제품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적용 사례 4. 잔잔한 브금(BGM) 플레이어로 활용 
사무실이나 집에서 잔잔한 피아노연주 음악이나 가벼운 재즈를 틀어 놓으니 좋다. 스마트 커버로 가로로 세운 뒤 '멜론' 등의 스트리밍 음악 앱으로 원하는 장르만 연속 재생하면 된다. 스마트폰이라면 중간중간 기기를 사용하느라 음악이 끊어지지만, 미니3를 이용하니 마치 원두커피향이 그윽한 카페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스트리밍 재생을 비롯해, 특히 팟캐스트에 등록된 여러 방송도 틀어 놓을 수 있어 좋다. 어학 교육 방송도 듣든 안 듣든 재생해 놓으면 분위기 산다. 음악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무선 연결하거나, 스테레오 잭으로 유선 연결하면 된다. 미니3는 크기도 작아 책상 한 켠에 올려 놓고 일종의 리모컨으로 사용하니 편리하다. 쓸 만한 스피커와 연결한다면, 소규모 매장이나 카페에 활용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브금 플레이어라 할 만하다.

적용 사례 5. 외장 키보드로 간단한 문서 작성 거뜬
화면 터치는 장문 입력에는 아무래도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아이패드가 세상 없이 좋은 태블릿PC라도 키보드 없이 장문을 입력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때 외장 키보드를 활용하면 훌륭히 커버된다. 요즘에는 외장 키보드와 케이스가 함께 제공되는 제품도 있어 더욱 유용하다. 키보드는 블루투스로 연결되며, 처음 한번 연결해 두면 이후로는 따로 연결 설정을 할 필요 없다. 장문 입력에 있어 화면 터치보다는 한결 수월하지만, 미니3 크기에 맞춘 거라 일반적인 PC 키보드처럼 능숙하진 못하다. 그래도 간단한 이메일이나 텍스트 문서(에버노트 등의 메모 앱), 인터넷 콘텐츠(카페, 블로그) 등을 작성하는 데는 큰 무리 없다. 키보드 케이스를 장착한다 해도 작고 가벼워 누구라도 부담 없이 들고 다닐 만하다는 장점이 크다. 

        
그래도 이리 따져 보니 제법 쓸모가 있다. 태블릿PC라는 게 스마트폰처럼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하는 제품은 아니기에, 주변에서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패드 미니3도 엔터테인먼트 보조 기기로서 손색이 없다. 그렇다. 있으면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아이패드 시리즈는 활용 범위를 넓히는 주변기기나 액세서리가 (안드로이드 기기보다) 다양하게 출시돼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이패드 미니3는 1년 전 출시된 미니2에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제는 눈에 띄게 달라지길 기대하는 게 오히려 무리일 게다. 아이패드 미니4가 출시된다면 아마도 외형적 모습 변화나 성능적 개선은 크지 않을 테고, 사용자 편의 기능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전세계 사용자들(특히 애플마니아)이 애플과 애플 기기에 기대하는 바가 워낙 크기에, 이를 얼마나 감성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그것만이 애플이 올 한해 한국/중국 경쟁자에게 휘둘리지 않을 버팀이 될 테니까. 

글 / IT동아 이문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