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첫째 단오입니다.

2010년 8월 15일, 친구네 남편 군부대에서 짬타이거가 연병장 구석에 새끼를 낳았는데

부대장이 고양이를 싫어하는사람이라서 내다버리라고 구박을 해대서 키울 사람을 찾기에 데려왔습니다.

잘 때 사람처럼 무언가를 베고 자고, 가끔 이불도 덮고 잡니다.

단오가 요새 머리맡에서 제 배게 위쪽부분을 베고 잡니다.

이렇게요 ㅎㅎ

월요일날이었나.. 단오를 쓰다듬다가 자려고 했는데

단오 앞다리를 만졌는데 생각보다 너무 가늘게 느껴지는겁니다...

둘째도 셋째도 불러서 만져봤는데 첫째만 제 기억속의 다리에 비해 너무너무 가늘었어요.

단오도 이제 나이를 먹었구나..(사람나이로는 40살쯤 되었다더군요) 하며 잠이 들었는데

평일 며칠동안 밥 먹는걸 한번도 보질 못하겠고

한두번인가 노란색 점액 같은걸 토하길래 어디 아픈가 아니면 입맛이 없나..싶어서

어제는 그 좋아하던 파우치 간식도 줘 보았습니다.

간식의 국물(?)만 혀로 몇번 핥아먹고는 건데기는 입도 대질 않더군요..

어렷을적부터 병원 갈 때마다 단오는 호랑이 기운을 타고난 성깔있는 고양이였는데(물고 할큅니다ㅎㅎ)

건더기를 먹지를 않길래 이에 문제가 있는지 보려고 끌어안고 이도 살펴보았는데

평소였으면 하악거리고 발버둥치며 할퀴었을텐데 싫다고 으르릉 소리만 내고

반항을 못하는 거예요. 마치 진짜 아파서 기운 없는것 마냥요.

정말로 걱정이 되어서 오늘 오전에 병원에 데려갔는데 엑스레이상으로는 큰 문제는 없다며

피검사를 해보자 해서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피를 분리하는 기계를 잠시 보고 오신 수의사님이 혈장이 개나리색이라고 하더군요.

원래 혈장은 좀 연한 보리차정도의 색이어야 하는데 노랗다구요.

아무래도 신장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네이년으로 바로 찾아봤습니다.

급성신부전의 경우 거의 죽고, 만성신부전의 경우 계속 약을 먹이고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결과가 나왔는데 신장 효소 수치는 별 이상이 없는데 심각한 탈수 증세가 있고

간 수치가 엄청 안좋게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정상범위가 10~90 이라고 써있는 수치 하나는 463이 나오고..

400~1100이 정상범위라고 써있는 다른 하나는 3200이 나왔더라구요.

이게 일시적으로 밥을 잘 안 먹어서(고양이는 3일정도만 밥을 못 먹어도 간경화가 오거나 죽을 수 있습니다)

나온 수치인지, 아니면 정말 간에 이상이 있어서 나온 수치인지 봐야 한다며

입원시켜서 수액을 맞고, 사람이 죽 같은걸 먹듯이 고양이 죽을 강제로라도 좀 먹여보고

검사를 한 번 더 해봐야 확실해질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

만약에 월요일날 제가 다리를 안 만져 봤으면,

토한걸 어디 구석에 토해서 제가 못 봤으면,

어제 간식을 안 줘서 제대로 먹지 않는 걸 몰랐으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단오가 머리맡에서 쌕쌕거리며 자는 숨소리를 들으며 잤는데

오늘은 정말..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