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 주의)


날씨가 춥지 않은 시기에는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회사까지 걸어가는 15분 동안 전자책을 봤습니다.

 

kindle-voyage-product-photos01.jpg


휴대용 게임기나 휴대폰 액정은 자연광에서 보기에 적합하지 않고, 

길 가면서도 게임을 (그것도 본격 휴대용 게임기로) 하고 있으면 제 이미지가...

 

근데 요즘 너무 추워졌네요. 
E-Ink 는 추위에 워낙 약해서 자칫 잘못하면 액정이 아예 나갈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PSVita 하기위해 사용하던 이어폰을 그대로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다보니 제 가성비 이어폰에 감동이 밀려와서 자랑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소위 '막눈, 막귀, 싸구려 입맛' 을 모두 가진자(...) 였습니다.

 

뭐, 화면은 글자 깨지지 않고 잘 보이면 됐지 싶었고, 이어폰은 양쪽에서 소리만 잘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었죠.

 

맛있는거 먹을래? 하면 "맥도널드? 아니면 한솥도시락?" 할 정도로 입맛도 서민적입니다.
처음 직장 생활 할 때에는 8개월간 한솥 도시락 치킨 셋트만 주 5일씩 먹은 적도 있습니다.
안질려요. 지금도 좋아합니다. 치킨 도시락.

 

한솥 치킨.jpg

 

게임내의 노가다에 12분만에 질려버리는 것에 비하면 제 식성은 참.

 

 

어쨌든 막귀지만, 그래도 크레신의 도끼는 꽤 맘에 들어서, 벌크 3000원에 판매할 때 5~6개 사놓고 5년 넘게 잘 쓰고 있었습니다. 단종될까봐 걱정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 모델로 평생 쓸 계획이었거든요.

 

도끼.jpg

 

 

그러다가 LG 스마트폰을 쓰게 됐는데요. (할부원금 0원. 사랑해요 LG) 
이 스마트폰의 이어폰이 바로 그 '쿼드비트' 였습니다.
폰이 나올 때 마다 폭망하는 것에 비해, 이어폰은 갈수록 승승장구하던 모델이죠.

 

 

쿼드비트.jpg

 

처음으로 써본 쿼드비트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일단 '인 이어' 방식이 소리 전달이 꽤 좋았고, 이어폰의 퀄러티가 상당했습니다.
특히, 고음처리는 너무 예술이었어요.
일부 사이트에서 측정한 그래프가 고가 제품하고 비슷하게 나와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쿼드비트 이후로 갑자기 '소리' 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 어떤 취미보다 빠르게 집안을 거덜낸다는 HiFi 세계에 빠져든거죠.
하지만, 제 용돈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성비 장비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하이파이 동호회에서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리시버 80, 디바이스 20
수치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대략 저 정도 느낌입니다.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같은 장비를 바꿨을 때의 체감이 80% 정도면 디바이스를 바꾸면 20% 정도라는거죠. 그래서, 일단 좋은 소리를 듣고 싶으면 리시버를 바꿔야 합니다. 쿼드비트는 상당히 좋은 소리를 들려줬지만, 제 호기심을 만족시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게임 (IT) 회사를 다니면서 좋은 점은 점심 시간에 게임 하는게 크게 눈치가 안보인다는 것과 각종 얼리 어덥터가 엄청나게 많다는 겁니다. 어떤 장비에 관심이 생겨서 주위를 바라보면, 이미 테스트 해볼 장비가 가득합니다. 

 

몇 년 전에 처음으로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이 폭발해서 주위를 찾아보니 한국에 유통되는 거의 모든 기종의 기계식 키보드 진열 전시장 같더군요. 한성부터, 레오폴드, 필코, 그리고 제왕 리얼포스까지 그것도 모델별로 아주 가득했습니다. 덕분에 다 눌러보고 구입해서 딱 취향에 맞는(IDFactory 갈축) 후회 없는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이어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그동안 남이 귓구멍에 뭘 꽂고 있는지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었는데, 관심을 가지고 보니까 모델들이 엄청 화려합니다. 그 비싼 IE800 부터 UE900S 같은 모델 등 역시나 온갖 이어폰 전시장이네요. 고급 모델부터 가성비 이어폰까지 다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막귀'란건 없더군요.
막귀는 '좋은 음질 차이를 잘 모르겠다'가 아니라 '관심이 없다' '흥미가 없다' 쪽인것 같습니다. 사실,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면 심지어 관심이 아니라 '집중만 해서' 들어봐도 이어폰 마다 소리 차이는 굉장합니다. 와이프나 부모님, 친구들까지 누구에게 들려줘도 모두들 차이 확 느낍니다. 단지, "소리가 좋긴 좋은데 그렇게까지 돈 내고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어쨌든 다양한 이어폰 들 중에 제가 선택한 것은 "텐막 프로"

 

텐막프로.jpg

 

비슷한 가격대의 가성비 이어폰 여러개와 비교해서 들어본 결과 제 취향에는 텐막 프로가 딱 맞았습니다.
공간감이 좋고, 저음도 적당하고, 고음과 중음도 잘 잡아주는 밸런스형.

 

UE900S 사용하는 직원에게 들려줬을 때 소감은...

 

"10만원대 중반 정도면 저도 이거 사고 싶어요"
"이거 4만원인데요?"

 

IE800 사용하는 직원에게 들려줬을 때 소감은...

 

"음, 이 가격에 팔면 이거 완전 상도덕 위반인데요..."

 

딱 이 반응이었습니다. 
그만큼 가성비가 정말 좋은 모델인건 분명합니다. (본격 자랑글)

 


어쨌든 80% 를 완성했으니, 나머지 20% 를 완성해야죠.

바로, 디바이스!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DAC 와 DAP 가 있습니다. DAC 는 거치형 장비고, DAP 는 포터블 플레이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아이리버의 아스텔앤컨 AK100 이나 FIIO X3 처럼 DAC 와 DAP 가 동시에 지원되는 모델도 있습니다. 

 

집과 회사에서 쓰기 위해 저렴한 DAC 모델 2개를 중고로 구입하고, 출퇴근이나 이동중에 듣기 위해 DAP 도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프로디지큐브.jpg

오디오트렉 프로디지 큐브 블랙 (중고가 5만)

 

 

fiio-e10.jpg

FIIO E10 (중고가 4만)

 

fiio-x1-digital-audio-player-24-192.jpg

FIIO X1 (중고가 8만)

 


네, 진짜 소리에 미쳤었습니다.

에버노트에 디바이스 별 사용한 음원 칩셋까지 기록해 놨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이렇게 100% 를 완성하고 음악을 들으니 정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들리지 않던 악기의 소리가 선명하게 분리되서 귀를 울려주는데... 완전 끝내줍니다.

크게 비싼 돈 들인 것도 아니고 만족도는 엄청 높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음질에 대한 관심과 각종 기기에 대한 호기심에 미쳐서 미처 생각 못한게 있었습니다.


저는 음악을 별로 안들어요-_-


사실 거의 안듣습니다. 

 

일할 때나 공부할 때 음악 들으면 정서 산만해져서 집중을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렇다고 이동중에 듣기에는 3DS 도 있고, PSVita 도 있어요.

 

이것들을 대체 왜 샀죠!-_-?


결국 DAC, DAP 는 모조리 팔아버렸고 남은건 달랑 텐막 프로 이어폰 하나입니다.
그래도, 80% 잖아요 리시버가.......

 

이걸로 게임하면 게롤트 목소리 완전 멋있습니다. (...)

 


그 동안은 음악 안 듣다가 겨울되서 들어보니 역시 잘 사긴 잘 산것 같아요.

감동먹어서 글 하나를 쓸 정도로 말이에요.

 

이어폰 하나 정도는 괜찮은 모델 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호기심에 원래 취미도 아닌 것에 빠져들어서 몇달간 삽질만 안하면 말이에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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