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샀습니다. ㅋㅋㅋ 해야될 말이 너무나 많지만 간단하게 적어봅니다.
IBM은 PC의 규격을 정했고, 거기에는 키보드도 들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 PC/AT 101 키보드 또한 IBM이 만든 것이고, 그 역사상 첫 번째 키보드가 바로 IBM Enhanced Keyboard, 통칭 Model M입니다. IBM이 사용하는 PS/2 규격이 표준이 되었고, 거의 모든 키보드가 이 전송규격과 Model M의 키 배열을 따라서 만들었습니다. 차후에 윈도우즈가 가장 압도적인 OS가 되면서 윈도우키 1쌍, 메뉴 키 3개가 추가되어 현재 풀배열이라고 일컫는 키보드의 키 숫자는 104키입니다.
IBM Model M은 1985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생산설비가 유지되고 있고, 현재도 구할 수 있습니다. 브랜딩만 IBM -> Lexmark -> Unicomp 로 변경되었고 중요한 특징들은 바뀌지 않고 꾸준하게 계속 생산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키보드 중에 하나임에도 지금껏 살아남았습니다. 기계식 시장의 체리처럼 끈질기게요.
모델 M이 경이로운 것은 현재까지도 모든 키보드의 스티커 라벨에 제조 날짜를 표기하고 있으며, 파트 넘버와 제조 지역 또한 알 수 있어 세대 구분이 가능합니다. 제가 구매한 키보드는 1987년 2월 12일 미국 켄터키 주 렉싱턴에서 생산된 (현재도 거기에 공장이 있습니다.(링크)) 1세대 제품군입니다.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어도 새것 처럼 작동합니다.
IBM 모델 M은 멤브레인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입니다. 스프링이 일정 압력을 넘기면 꺾이는 좌굴(Buckling) 현상을 이용해 멤브레인 시트의 접점을 서로 붙입니다. 이 때 키 입력이 일어나고, 손을 떼면 반발력으로 스프링이 펴지면서 키 입력을 떼고 키를 원래 위치로 복원합니다. 오롯이 스프링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 기계적 구조가 단순하고 신뢰성이 높지만 거의 완전히 개방된 스위치 구조 특성상 매우 시끄럽고 독특한 스프링의 잔향을 남깁니다. 따라서 버클링 스프링은 소리 그 자체만으로도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편입니다.
(*Andrzej Sapkowski의 표준 한국어 표기는 안제이 사프코프스키입니다.)
이걸로 타이핑하면 같이 있는 사람과는 싸우자는 소리이니 혼자 있는 곳 외에서는 쓰기가 어렵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것을 지키는 것 또한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있어 중요합니다. 기계식 키보드 시장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스위치를 꾸준히 생산해 온 체리 덕분입니다. 체리 스위치처럼 모델 M은 1985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쉼 없이 만들어져 왔고, 처음 생산된 모델에서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키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닛에 제조 일자가 박혀있는 자부심 넘치는 키보드입니다. 한 세대, 30년을 오롯이 버텨왔는데 앞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도대체 얘는 고장나기나 하는건지 꼭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