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으로 GOTY 를 수상한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배트맨 아캄 시티> 의 후속작 중의 하나라고 하기에 블랙게이트는 아쉬운 게임입니다. 아이디어는 좋았습니다. 휴대용 게임기로 이식하기도 좋도록 횡스크롤 액션 스타일로 만들면서, 기존 배트맨 시리즈가 가진 아이덴티티를 게임에 녹여내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다만, 노력에서 끝나서 문제죠.
배트맨 시리즈의 시스템은 정말 훌륭합니다.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스토리 텔링과 영화적인 연출은 오픈 월드 게임들중에서도 돋보이는 수준이고, 단순한 조작으로 얻을 수 있는 액션성과 타격감도 뛰어납니다.
그런 장점들을 2.5D 횡스크롤 액션으로 표현하기는 벅찼던 것일까요? 블랙게이트는 초반의 진입 부분은 여타 배트맨 게임과 비슷하게 몰입도 있게 진행을 하지만, 1시간만 지나도 본전을 다 드러냅니다. 계속 반복되는 스타일이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쉽게 가능하죠. 결혼하면 바뀔 것 같아도 바뀌지 않는게 사람이고, 다음 미션 가면 꿀잼 될 것 같아도 여전히 지루한게 블랙게이트란 게임입니다.
<배트맨 아캄 나이트> 는 최적화 실패로 인한 악평으로 안좋은 인식이 많지만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고, 좋은 게임입니다.
배트카 비중만 높지 않았다면 말이죠.
기존 배트맨 시리즈의 모든 장점에 배트카가 추가됐습니다. 다른 오픈 월드 게임들의 이동 수단에 비해 조종도 편한 편이고 차량을 이용한 전투도 꽤나 좋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제작진이 미쳐버렸나봐요. 잘 만든 배트카에 너무 빠져들어서 주체를 못한듯한 느낌입니다. 배트카는 딱 '배테랑', '배트클로' 정도의 비중으로 등장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악당도, 배트맨도 모두 배트카를 홍보하기 위한 영업 사원들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엔딩 볼 정도의 재미는 됩니다.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은 최초의 작품인데 최초 같지가 않은 퀄러티네요.
2009년 게임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그래픽. 아캄 시티에 못지 않은 연출과 전투 퀄러티. 훌륭합니다.
엑스컴을 끝내고 매우 가볍게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건드려본 블랙게이트가 생각보다 더 별로여서 홧김에 (...) 어사일럼으로 넘어갔는데, 이건 참 괜찮습니다. 락스테디에겐 미안하지만, 그냥 재미로는 아캄 나이트 보다도 나은것 같...
어사일럼은 재미있고 마음에 쏙 들지만, 전작들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멀미가 심해서 하루에 30분 정도씩 끊어서 하려고 합니다. 애초에 그 정도 밖에 시간도 없기도 하구요. 근데 이 정도 멀미가 계속 될 경우 엔딩 볼 수 있을지는 확신을 못하겠네요.
진행중인 어사일럼을 포함해서 여태까지 나온 배트맨 시리즈를 평가하면 (플레이 순서대로)
배트맨 아캄 시티 (8.5)
배트맨 아캄 오리진 (9)
배트맨 아캄 나이트 (8)
배트맨 아캄 오리진 블랙 게이트 (...)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8.5)
정도 점수를 주고 싶네요.
시리즈 전통적인 장점은 역시 연출과 타격감이고,
시리즈 전통적인 단점은 멀미. 죽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