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정점에 게임이 있습니다. 쏟아붓는 비용이 높을수록 재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는 모바일 게임들은 논외입니다.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런 시스템이 제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게임의 범주에 넣는게 맞는지가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즐겁습니다. 예전에는 플레이 하는 것만이 재미있어서 친구나 동생 차례를 견디는 것이 고통이었는데, 이제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는 직접 할 때 보다 경기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고 (그리고 덜 빡치고) 수집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스팀도 있습니다.
ESD 시스템, 온라인 패치, 클라우드 세이브의 편리함과 지갑이 저절로 열리는 할인 이벤트는 게임을 '사서' 안하는 것에서 사서 '안하는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게이브 뉴웰은 97번째로 미국에서 잘사는 놈이 됐고, 하프라이프 3 의 미래는 없어졌구요.
저는 Motion Sickness 라는 병을 앓고 있어서 어차피 총쏘는 공대생 따위 관심도 없습니다.
근데, 문제는 스팀이네요.
수집을 꺼리고 클리어를 선호하는 정복왕인 저에게 엔딩보는 것보다 게임수가 늘어나는게 더 빠른 것은 꽤 심한 스트레스입니다.
별걸 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생각하신다면...
눈 앞에 113/114 를 완료할 보물상자 있는데 그냥 지나갈 수 있나요?
99% 완료인 지도에서 한칸만 더 가면 되는데, 뒤돌아 설 수 있나요?
전 그건 괜찮습니다. 다음 게임을 1초라도 빨리 시작할 수 있다면 말이죠.
더 문제는 험블번들입니다.
적어도 험블번들을 알기 전까지는 클리어 속도와 증가 속도의 균형이 맞았단 말입니다.
$1 에 워킹데드,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인슬레이브드, DmC, 스트라이더 같은 게임을 주는건 반칙 아닌가요?
네, 그래도 여기까지만 해도 견딜만 합니다.
가장 큰 고통은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게시물을 보다 'XXX 게임 재미있네요' 라는 평가를 보면 어느덧 해야할 게임, 하고 싶은 게임이 됩니다. 심지어 하다가 중도 포기했던 게임이어도 좋은 평가를 보게 되면 '내가 잘 못 알았나?' 싶은 마음이 들죠.
몰랐던 게임을 알게 됩니다.
전혀 계획에 없던 게임이 ToDo 에 올라갑니다.
ToDo 에 있는 게임이 할인을 합니다.
라이브러리에 추가가 됩니다.
전 추가되면 클리어해야 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집념과 끈기로 스팀에 쌓아뒀던 게임들 상당수를 정복했건만 (역시 정복왕)
PS4 가 생기고, 3DS 가 생기고, PSVita 가 생기고, 닌텐도 스위치가 생길 예정(응?) 입니다.
PS4 는 선물 받았다가 독점 게임 몇 개만 하고 눈 앞에서 제거 성공!
아쉽게도 3DS 는 PS4 와 달리 PC 게임과 겹치는 게임이 거의 없네요. ToDo +20
PSVita 는 친구가 그야말로 갑자기 빌려줬는데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ToDo +10
페르소나3 포터블과 달리 페르소나4 는 정말 재미있군요?-_-
도대체 왜 왜 왜 슈퍼로봇대전V 랑 이스 8은 PS4로만 나오지 않고 PSVita로도 나온건가요!!!
그것도 한글판으로...
제 친구는 왜 자기는 안할거면서 하늘의 궤적 FC 에볼루션을 DL 로 사버렸을까요!!
그것도 PSVita 를 저에게 빌려준 다음날...
실행도 안해본 게임 30개쯤 들어있는 스팀 계정도 저에게 줘서 곤란한데 말이죠.
그것도 플레이 타임이 끝도 없는 문명5, 스카이림, 파판13 이런것들이 들어있는 계정을...
농담같이 썼지만 게임 클리어 욕심은 정말 내려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당장은 역대급으로 엑스컴에 빠져있어서 괜찮은데,
자꾸만 해야 할 게임 목록을 만들어 놓고 보면서 기대반 스트레스반 하는 것도 좀... -_-
근데,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 이틀 후 출시네요?-_-
설마... 엄청난 명작은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