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그것도 아기 아빠에게 취미 생활은 사치입니다. 
그렇다고 안할 수는 없죠. 
직장 생활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것은 <다크소울>과 <블러드본>을 5시간씩 교대로 플레이 하는 것과 같습니다. 게임에서는 케릭터가 됐든 플레이어 본인이 됐든 레벨업을 하고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현실에서는 본인의 레벨업은 느린데, 적(?)은 빠른 속도로 레벨이 높아집니다. 특히, 육아쪽은 계속해서 새로운 패턴으로 공격을 하기 떄문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멘탈 회복을 위해 취미 생활은 사치이면서 필수입니다. 삶의 화톳불 같은거죠.

 

그 취미 중에서도 게임은 가성비나 에너지 소모에 있어서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건전하고, '웬만해서는' 저렴한 편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숨기기 쉽습니다. -_-

 

하지만 직장인+유뷰남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건전함이나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죠. 6시 30분쯤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출근. 몸도 마음도 지쳐갈 6시에 정시 퇴근을 한다고 해도, 집에 도착해서 밥 먹고 아기랑 책 보고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면 10시가 됩니다. 타임워프입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집안 일이라도 좀 하면 어느덧 11시가 되고, 실제 <다크 소울> 을 할 체력은 남아있지 않죠. 

그런 제목부터 피곤한 게임은 어둡고 영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좀 더 부담 없는 게임을 선택합니다. 

 

가장 부담 없는 쟝르는 JRPG 입니다. 엄청난 컨트롤도 필요 없고, 일직선 진행이라 생각할게 없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맨날 "내가 다 지켜준다"는 JRPG 는 닭살 돋거나 지루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15> <테일즈 오브 베르세리아> <드래곤즈 도그마> 모두 몇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 포기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3,5,6,7,9,10 을 모두 클리어 할 정도로 애착 게임인데, 스퀘어에닉스가 저에게 빅엿을 던졌습니다. 파티에 여자가 없는게 말이나 됩니까? 개발자라 직장에 가도 남자들 뿐이고, 친구도 남자 뿐이고, 아기도 힘쎄고 과격한 남자 아기인데, 게임에서까지 남자애들만 봐야하나요....

 

연애할 때 1주일에 3편쯤 보던 영화도, 육아가 시작 된 후로는 3개월에 1편을 잘 못 봅니다. 그래서 영화적인 연출이 좋고,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영화를 본 느낌까지 겸할 수 있는 TPS 액션 어드밴쳐 게임들이 끌립니다. 

 

<툼레이더 리부트> <호라이즌 제로 던> <라쳇 앤 클랭크> 이런 게임 만든 사람은 정말 칭찬해줘야 합니다. 
플레이 타임도 아기 아빠에게 부담 없으면서, 게임의 재미와 연출까지 너무 완벽합니다.

 

대화 선택만 해도 되면서 스토리가 좋은 <텔테일 게임즈> 게임들도 유부남을 위한 게임입니다.
내가 드라마를 보고 있는건지 게임을 하고 있는건지 혼란스럽지만 어쨌든 재미있으니 괜찮습니다.

 


시간이 없다지만 정말 자는 시간을 비롯해 그 모든 짜투리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1년 좀 넘는 시간 동안 50개가 넘는 게임을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더 시간이 없습니다. 

 

곧 둘째가 태어나거든요. 
네, 당연히 남자애죠. -_-

남자애 한명만 더 낳으면 파이널 판타지 파티 만들어집니다.

 

<호라이즌 제로 던> <언차티드 1> <라쳇 앤 클랭크> 를 끝으로 PS4 도 처분할 생각입니다. 게임 하나 끝내면 한달씩 방치되어 있어서 뭔가 콘솔 게임기의 로망, 낭만 같은게 없습니다. 게다가 몇 몇 독점작을 제외하면 PC로 다 나와버려서 PC 로 하는게 더 이득입니다. 스팀이 가격도 싸고, 세이브도 회사가서 이어하기 좋으라고 클라우드에 저장해 줍니다. 딱 하나 <이스 8> 이 미치도록 끌리긴 하는데, 스팀에 출시되면 누군가 한글 패치 해주겠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와이프도 게임 회사를 다녀서 게임에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번 생일에는 3DS 를 선물로 사줬습니다.
아기 재울 때 모니터 켜 있으면 애가 잘 안 자니까 누워서 조용히 게임 하라고...-_-

 

근데, NDSL 이후로 오랜만에 접한 휴대용 게임기는... 놀랍게 훌륭합니다!
3DS 자체의 완성도와 한글화 되어 출시된 게임들도 멋지지만 그것보다는 '휴대용 콘솔 기기' 라는게 정말 좋습니다. 

10시 넘어서 지친 몸으로 PC 나 PS4 게임을 시작하려고 하면 '불굴의 의지와 집념' 같은게 필요했는데, 3DS는 슬립모드 되어 있던 본체를 펼치기만 하면 됩니다. 

 

유부남이든 걸그룹 보컬이든 게임을 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떄문'이겠지만, 게임이 '재미는 있는데 휴식이 되지는 않는' 상황이 참 많습니다. 분명히 재미있게 즐겼음에도 피로도는 더 높아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 나 <삽질 기사> 를 하지 않았더라도 말이죠. 

 

휴대용 게임기인 3DS 는 재미도 있지만 휴식이 됩니다.

 

나이먹고 JRPG는 이제 할 수 없게 됐는줄 알았는데 3DS의 <페르소나 Q> 는 너무 꿀잼입니다. JRPG 가 이렇게 재미있었나요? 50게임중 1위로 뽑았던 <드래곤 에이지 : 오리진> 할 때 보다도 몰입도가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JRPG 의 명가는 스퀘어에닉스가 아니라 아틀라스네요. <페르소나 5> 의 평가를 봐도 그렇고. 이게 다 파티에 남자들만 넣어서 그런거죠.


뭔가 3DS 가 생기면서 게임 라이프에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은 싫지만 휴대용 게임기는 정말 좋습니다. 

 

처음 스위치 발표했을 때,  
거치형이라기엔 또(!) 성능도 부족하고, 휴대용이라기엔 무겁고 배터리가 부족할 것 같아서 애매한 포지션으로 망할 것 같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완전 꿈의 콘솔 기기였습니다. 실제로 제 예상과 다르게 엄청나게 대박났네요. 거치형이 부담스러운 많은 유부남들을 간과했었나봐요.

 

3DS 로 명작 좀 하면서 스위치 정발을 기다려야겠습니다.

어차피 둘째 키우다보면 시간은 금방갈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육아 강추입니다. 

문명, FM, HoMM 시리즈 보다 더 타임 워프입니다.
하다보면 1~2년이 휙휙 지나갑니다. 


추천 순서 :
결혼 > 육아 > 3DS > STEAM > PS4


유부남의 충고 :
아직 결혼 안했으면 죽도록 게임하세요. 질려서 못할 정도로 게임하세요. 나중에 후회합니다.
결혼 했더라도 아기가 아직 없으면 늦지 않았습니다. 죽도록 게임하세요. 진짜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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