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게 만들었던 MSX의 명작 <YS 1> 이후로, RPG는 제가 가장 선호하는 쟝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꽤 많은 RPG 게임을 했지만 모조리 JRPG 이거나, SRPG 였네요.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서양식 RPG 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플레이 해본 서양식 RPG 라고 해봤자 <위쳐2> 와 <매스 이펙트> 뿐이군요.
<드래곤 에이지 : 오리진> 은 엄청난 호평으로 기대감이 생겨서 꼭 하고야 말겠다고 구입해놨는데,
평균 플레이 타임 4~50시간의 압박으로 좀처럼 시작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숙제하듯이 인디 게임을 여러개 하다보니 서서히 게임 불감증이 오는 것 같아서 큰 맘 먹고 시작했습니다.
딱 1시간 만에 엄청난 게임이라는 느낌이 오더군요.
튜토리얼 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초반 도입부에서 이미 순식간에 몰입되었고,
동료를 얻고,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자 대책없이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게임 내 대화들도 지겹지가 않습니다.
매스 이펙트 때에는 파라곤/레니게이드 시스템 때문에 착한 대사만 했는데,
DAO 에서는 그런거 신경 안쓰고 내 맘대로 대사 고르는 것도 만족스럽습니다.
대사 선택지에 살짝 시니컬한 개그 대사들이 있어서 좋네요~
그야말로 모든게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이 게임은 정말 최고입니다.
2.
하지만 10시간 정도 즐기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그래픽, 특히 모델링이 좀 별로여서 시작할 때 '한방 모드팩'을 설치해서 시작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요상한 버그가 생겨났습니다.
쌍수 도적으로 칼질을 하면, 칼빵 한 번에 15~25 정도 딜량이 나왔었는데
어느 순간 딜량이 4~500 이 넘게 나오는겁니다.
확인해보니 민첩이 +1000 이 되어 있더군요.
순간 재미가 급감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모드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아다녔습니다.
여기에 10시간은 쓴 것 같습니다. (...)
이 증상을 겪는 사람이 꽤 있고, <주문 보호> 모드를 삭제하면 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렇게 해도, 심지어 모드 전체를 다 삭제한 바닐라로 실행해도
그 세이브 파일로는 계속 그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이 귀찮아서 한방 모드팩을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살짝 현자 타임이 오고, '포기할까?' 라는 마음이 슬슬 찾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놀라운 재미가 절 다시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직접 모드를 정리하고 (모델링, 텍스쳐 등 비주얼 관련된 모드만 설치)
과감하게 연애 컨텐츠는 포기하고 여자 케릭터로 생성했습니다.
(남자 NPC 를 꼬시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릴리아나랑은 동성애도 된다고 하지만, 제 직업이 도적인지라 패스)
상당히 예쁘게 케릭터를 생성해 놨더니 처음 할 때 보다 더 몰입도 + 의욕이 넘치네요
역시, 비주얼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3.
버그와 메모리 누수 부분을 제외하면 게임적인 것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듭니다.
그 중에서도 전투가 특히 재미있습니다.
처음 진행할 때에는 전멸을 5번은 당하고 겨우 겨우 도입부를 넘겼었는데,
2번째 (모드 문제 전에도 직업 선택 등 문제로 다시 시작했었거든요) 에는 막힘없이 진행했고,
모드 문제로 3번째 시작했을 때에는 난이도를 쉬움에서 보통으로 올리고도 '약간 쉬운가?' 라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 초반부이기도 하고, 그만큼 시스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죠.
시스템과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더 재미있습니다.
케릭터들도 매력이 넘치네요.
굳이 말 시키지 않아도 알리스타와 모리건이 말싸움하는 것도 재미있고,
'넌 여자인데 회색감시자라 호감도 -1 이야'를 시전한 스텐도 웃기군요-_-
릴리아나는 아무런 근거없이 당연히 마법사... 라고 생각하고,
'힐러로 쓰겠어!'라며 동료로 영입하자마자 로브에 지팡이를 셋팅했는데...
알고보니 도적.
응? 종교인이라면서 왜 도적!?
하긴... 주인공도 귀족이면서 도적인데...
어쨌든 외모나 목소리나 성격이나 다 모리건 보다는 더 마음에 듭니다만,
탱, AD딜, AP딜, 힐 이 조합을 만들려다보니 잉여 케릭터가 되서 아쉽습니다.
제가 탱커를 하고, 모리건(AP딜), 릴리아나(AD딜), 윈(힐)
이렇게 여자 4인 파티를 꾸미는 것도 방법이지만 탱커를 하긴 싫어서 불가능.
4.
전 같은 시리즈 게임을 이어서 하지 않는 편입니다.
<위쳐 2> 를 꽤 재미있게 했어도, <위쳐 3> 로 넘어가지 않았고,
<매스 이펙트> 를 아주 재미있게 했지만, <매스 이펙트 2> 를 이어하지 않았죠.
이유는...
시간이 많이 없다보니, 시리즈의 한편이라도 즐겨봤으면 새로운 걸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드래곤 에이지 : 오리진> 이후에는 <엑스컴 : 에너미 언노운> <어쎄신 크리드 2> <세인츠 로우 3> 중에서 한 가지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처음으로 후속작을 바로 이어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듭니다.
심지어, 바이오웨어를 망쳤다고 평가받는 망작 2편도 해보고 싶네요.
5.
누드 패치 (네추럴 바디) 보다는 란제리 패치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