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와 1080Ti, 놀라운 끝판왕을 기다리며
올해도 끝나가는데 영화보다도, 게임보다도 더 거짓말 같은 현실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네요. 그래도 내년은 한발짝 더 가까워지고, 새로운 하드웨어들도 물결을 따라 새로 밀려들어오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 1사분기만 하더라도 14/16nm FinFET CPU/GPU들이 새로이 나올 예정입니다.
CPU 쪽은 불꽃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줬고(링크) 근본적으로 스카이 레이크와 동일한 아키텍쳐이기에 큰 기대가 되지 않는 인텔 케이비 레이크와, 재작년부터 떡밥을 솔솔솔솔 뿌리더니 이제는 "맞짱뜨자 인텔" 하고 당당하게 선포한(링크) AMD의 라이즌이 있죠. 다만 게이밍의 멀티코어 활용 능력은 아직까지도 전반적으로 떨어지기에 내년 초 출시할 라이즌 8C16T SR7은 인텔 케이비 레이크 4C4T i5나 4C8T i7보다 당장 높은 게이밍 퍼포먼스를 내긴 힘들다 봅니다. 다만 지금까지를 되짚어 본다면 멀티코어 활용 여건이 점점 더 나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므로, 자주 바꾸지 않는 CPU에선 뭘 선택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에 게임과 가장 관련성이 높으면서, 구성하고 있는 PC 중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기도 한 그래픽카드 쪽이야말로 제가 진정으로 관심이 있고, 진정으로 기대가 되는 쪽입니다. 지금까지의 예측들에 따르면 성능은 기대해도 좋을 듯 합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가격이리라 봅니다. 지금까지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있는 양사의 GPU에 대해 보이는 부분만 조금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어떻게? 가 생각나는 베가
지난 라데온 인스팅트 기계 학습 가속기 MI25 가 공개되었을 때 저렇게 귀엽게는 아니지만 저도 놀랐습니다. 일단 종전의 예상치보다 높은 성능이기 때문입니다. 반정밀도 성능이 25TFlops에 이른다는 것은 지금까지 예측한 SP 개수대로라면 1527MHz라는, 폴라리스보다 한참 높은 동작속도이기 때문입니다. RX 480은 액체질소 냉각이 아니고서는 저 동작속도를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RX 480보다 한참 큰 사이즈라 높은 클럭 달성이 더 어려운 베가가 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절로 "어떻게 한 거지?" 라고 묻게 됩니다.
연산유닛이 많아진 것 보다 사실 동작속도가 빨라지는게 GPU에선 유리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연산 유닛이 곧 셰이더 유닛입니다. GPU에는 셰이더 유닛(Unified Shader)만 있는 게 아닙니다. 텍스쳐 유닛(Texture Mapping Unit), 래스터 유닛 (Raster Operations Pipeline) 세 가지로 구성되며 각각 서로의 일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성능은 유닛 개수에 동작속도를 곱한 만큼 내므로(각 단정밀도 성능, 텍스쳐 필레이트, 픽셀 필레이트) 단순히 그 성능만 올라가게 되는 유닛 개수 증가 보다는 세 가지 모두 성능이 향상되는 동작속도 향상이 더 낫죠. 그래서 베가의 클럭이 폴라리스보다 높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외였습니다.
물론 제조 비용의 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연산 유닛을 예상보다 더 많이 때려박았으면 더 낮은 동작속도로도 저 성능이 나올 것입니다. 어차피 테슬라, 인스팅트 같은 연산가속기는 일반 소비자용이 아니라 가격 단위 자체가 다르기에 그럴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일반 소비자용으로 컷다운, 혹은 다운 클럭된 더 낮은 스펙의 모델만 제공할수도 있겠죠. 결론적으로 나와봐야 알겠지만, 라데온 인스팅트 MI25의 스펙대로 나와주리라 기대해 봅니다.
2. 얼마나? 가 생각나는 1080Ti
마찬가지로 저렇게 귀엽게는 아닙니다만, 지포스 1080Ti로 예상되는 모델의 유출을 보고 오히려 강력한 성능에 경악하고 독특한 메모리 구성에 갸우뚱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서 근본적인 질문인 얼마나 강력할까와, 얼마나 받을까를 고민하게 되더군요.
(2개분의 SM을 비활성화 할 것이 유력한 1080Ti의 GP102 블록 다이어그램)
그간 유출되었던 US:TMU:ROP 3328:204:96 @ 1503~1623 MHz 스펙은 그 자체만으로도 타이탄X를 상회하는 성능입니다. 물론 동클럭에선 성능이 밀리겠지만, 기본 클럭이 타이탄 X보다 높습니다. 지난번의 980Ti 와 Titan X(Maxwell)의 관계와 비슷할 겁니다.
(Zauba 선적분에서 유출된 PG611 그래픽카드의 스펙은 10GB GDDR 램을 장착했다고 합니다.)
(타이탄 XP의 PCB 샷. 250W TDP, 8+6pin (총 300W 전원)에 7+1 Phase 전원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1080Ti는 이와 같지만 2개의 VRAM 칩셋이 없을 것이고, 마이크론 GDDR5X 램이 아닌 GDDR5 램을 장착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독특하게도 384bit 메모리 컨트롤러를 사용했음에도 12개 램 칩셋을 꽉 안채우고 10GB의 VRAM 용량만을 가졌다는 루머가 나왔죠. 지포스 600 시리즈에서 이런 전례가 있으니 매우 특이한 일은 아닙니다. 또한 GDDR5X 10GHz가 아니라 GDDR5 8GHz를 장착해서 타이탄보다도 더 적은 메모리 용량/메모리 대역폭을 가져 성능을 미묘하게 제약할 가능성이 있죠. 고해상도에선 메모리 대역폭도 중요한데 아마 이걸 통해 타이탄 XP 팀킬을 막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당장에 지포스 10시리즈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모 사이트 판매량(링크)만 봐도 원사이드한 게임은 계속되고 있죠. 아마 1080Ti가 무난하게 게이밍 그래픽카드 최고봉의 자리에 오를 것이고, 고주사율과 고해상도 유저 수요층에게 적절하게 어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3. 예상되는 성능과 가성비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코어 구성, 클럭, 아키텍쳐 개선치, 실제 Fire Strike 결과, 유출된 성능 등을 고려해 Fire Strike 점수를 예상/비교해 봤습니다.
베가는 아마 19 ~ 22K 정도의 성능일 것이고, 1080Ti는 27~30K 정도 성능을 낼 듯 합니다. 다만 어느정도 성능 이상이 되는 GPU들은 걸리는 부하가 낮으면 어느 벤치마크든 제 성능대로 측정이 안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보다 낮은 결과가 나올수 있죠.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이나 울트라를 쓰면, 혹은 부하가 빡센 최신 게임들에선 하위 라인업과의 격차를 벌릴 수도 있을 겁니다.
1050 계열은 75W TDP에 맞춘 별종이니 논외로 하더라도 GTX 1060은 결코 GTX 1070의 발끝을 따라가지 못하고, 1070은 1080을, 1080은 1080Ti를 결코 따라가지 못합니다. 재작년 GTX 970이 GTX 980을 따라 잡을듯 말 듯 한 성능으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이번에는 그런 위상을 가진 라인업은 없는 듯 합니다. 되려 AMD RX 470이 그런 성향을 갖고 있지만, 970과 980 만큼의 가격차는 아니기에 그냥 딱 그정도 가치죠.
GTX 1060 6G = 100% 로 가정했을 때 레퍼런스급의 상대성능입니다. 일단 베가10 급으로 예상되는 라인업 RX460, GTX 1050 시리즈가 얼마나 약한 성능을 가졌는지도 보여주지만, 1080Ti가 얼마나 강력한지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건 성능의 양극화입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엔트리급과 플래그십의 성능과 가격 차이가 커졌습니다. 900 시리즈에서 GTX 950이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얘는 엔트리 보다는 메인스트림에 가까워서 좀 애매한 아웃라이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근래 게임들의 최적화가 어려워진 데는 이러한 성능의 파편화도 영향을 주었을 듯 합니다.
현재 국내 가격을 바탕으로 유력한 가성비를 메겨봤습니다. 사실상 가격은 저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든 부분인데, 베가 풀칩은 아마 고심을 하겠지만 1080의 가격, 퓨리 X의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599~649 정도로 출시할 듯 합니다. 아마 국내가가 80~85만원 정도로 안정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단은 그래프에선 85만원이 기준입니다. 1080Ti는 단연코 최고가 지포스 기록을 경신할 듯 한데(종전 기록은 780Ti $699) 지난번 980Ti의 타이탄X 대비 가격으로 따져봐도, 실거래가 $749 정도가 맞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파운더즈 에디션은 $799에, MSRP는 $699에 공개하는 꼼수를 부릴 것도 같네요. 어쨌든 국내에선 95~100만원 정도로 안정화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프에선 95만원을 안정화 가격으로 잡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1080이 가격 인하 압박을 받게 되는데, 과연 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980Ti 발매 이후론 980 가격을 인하해준 선례가 있죠.
4. 2017 CPU/GPU에 대한 생각
다가오는 신제품의 물결에 대한 저의 생각은 결론적으로 이렇습니다.
라인업 | 특징 | 설명 |
케이비 레이크 | + 클럭 상승으로 왕좌에 있을 싱글코어 성능 - 순정에서 기대대비 낮은 온도 저하치 |
현재 대다수의 게임에서 보여줄 최상급 퍼포먼스 비싸면 스카이 레이크 대신 구매할 이유가 없음 |
라이즌 | + 동 가격대 인텔보다 1.5~2배 많은 코어/스레드 - 상대적으로 떨어질 게 분명한 싱글코어 성능 |
어쨌든 총합 퍼포먼스는 앞서기에 미래에 좋을 듯 당장은 현시창 |
베가 | + 1080급으로 보이는 성능 - 1080급으로 보이는 가격 |
지포스 퍼포먼스 급 이상의 유일한 대항마 1080급 가격이면 1080을 살 확률이 높음 |
1080Ti | + 끝판왕의 성능 - 끝판왕의 가격 |
고해상도/고주사율에서의 높은 시각적 만족도 가격 정책이 엔비디아의 진면목일 듯 |
5. 여담
와치 독스 2를 플레이하면서 하드웨어를 모니터링해보면 사실 경악스럽습니다. VRAM 사용량, CPU/GPU 사용률 대비 내는 프레임레이트를 보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긴 열렸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새로운 기술은 나오고, 더 강력한 하드웨어들이 나오면서 시각적 만족도도 높아지지만 그것이 눈을 높여 결국 끝 간 데 없는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씁쓸해 졌습니다. 이 세계에서도 붉은 여왕이 되어야 하는구나 싶네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고, 내년에도 또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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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잼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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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그정도 견적에서 i5+GTX 1060 조합으로 많이 구매하시죠. FHD 타겟 게이밍이라면 스위트 스팟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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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코어 i7-2600 샌디브릿지
BIOSTAR TP67B+
AMD Radeon HD 6850 사파이어 단종
3rsystem r460 에스프레소
몇년전에사서 현재도 쓰는컴퓨터인데 새로구입시 이컴퓨터는 어떻게 처리하는게 가장 좋을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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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CPU 성능만 놓고보면 라이젠하고 게이밍 퍼포먼스가 비등비등할 거 같은데, 메인보드에서 USB 3.0, SATA-3, PCi-e 3.0 미지원 등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죠. 이 부분은 SSD나 초고성능 GPU 안 쓰시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당장에 글카만 AMD RX 480, GTX 1060~1070 정도만 쓰셔도 현역급 성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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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부터 cpu는 괜찮은데 그래픽카드출시가 너무빠르게 변동되고...
게임실행에도 문제가생겨서 많이아쉽더라고요..
그런데 그래픽카드바꾸려면 메인보드도 바꿔야 되고 심하면 케이스도
바꿔야하는경우가 생기는걸로알고있어서 한번 바꿀때 싸악 갈아버릴생각이였는데
현재 메인보드에 말씀하신 그래픽카드가 장착될까요..
그리고 메인보드에 붙어있는 cpu 새로맞추는컴퓨터에 재활용가능한가요? 궁금하네요 ㅎㄷㄷ -
그래픽카드 메인보드와 호환 됩니다. 메인보드 땜에 그래픽카드 장착 못하는 경우는 이제 없다고 봐야합니다. 케이스는 그래픽카드 최대 290mm 까지 호환되네요. 팬 2개짜리들 까진 호환 되는 듯 합니다만 정확하게 실측을 안해서 모르겠습니다. 갤럭시 1060 exoc 같은 건 무리없이 장착될 거 같아요.
구형 인텔 CPU 들은 신규 메인보드 규격과 호환성이 없습니다. 아예 소켓이 달라서 물리적인 호환성이 없어요. -
제가 오래전 구매할 당시에그래픽카드가 아무리좋아도 메인보드와 호환이안되면
쓸모가없는 경우가 흔했고,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 둘다봐야하는상황이 많아서
그 당시상황으로 이야기를했군요 현재컴퓨터가 구형이라..@_@
CPU는 안타깝지만
현메인보드가 GTX1060~70 까지 장착커버가능하다니...기대이상이네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ㅎ -
와.. AGP/PCi-e 갈리는 게 벌써 10년 된 이야기네요. 어쨌든 샌디브릿지는 아직 팔팔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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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980을 떠나보낼때가 되었습니다. XD
그래도 1080Ti의 메모리는 경악스럽네요 ㅠ_ㅜ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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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5K 유저 타겟이라면 타이탄X가 어느정도 메리트가 될 수도 있겠죠. 600번대에선 메모리 컨트롤러 및 ROP 도 커팅한 상태로 나왔기에 좀 아쉬웠었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성능에 악영향을 미칠 거 같습니다. 970 3.5GB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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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발견
경학->경악
라이즌은 싱글코어 성능이 좀더 뛰어나면 좋긴하겠는데...amd시스템 좀 맞추고싶네요.
vega가 1070~1080성능에 가격도 괜찮길 바랍니다. 근데 역시 신제품은 6개월이상 지나고 특가 같은걸 해야 살만하더군요. entry급 아닌 이상 거품이 상당해요. 게다가 용산...이하 생략합니다. -
베가가 예측이 많이 어려운데 $500~$650 사이의 어딘가에 답이 있을 듯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1080보다 비싸게 받는 건 노양심일 거 같아요.
100~150선이면 잼아저씨님한테 컴퓨터맞춤부탁드려야하는건가요
저는 i7 이후 아는게없네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