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북'도 요즘은 잘 안 쓰이는 단어다 보니, '넷북' 운운하면 정말 고전적으로 느껴진다. 한 때 노트북의 대중화를 기치로 50만원 이하 대에서 인터넷 접속해서 브라우저 잘 쓸 수 있다는 거 내세우던 프로덕트 라인이엇는데, 요즘은 그냥 옛날 사람인 거 인증하는 단어가 다 된 거 보니 참 세월이 야속하다 싶다.

요즘에야 오피스 작업 정도만 할 것이라면 50만원도 아니라 30만원 미만의 노트북이 새걸로 판매되는 세상이니까, '넷북' 시절이 더 옛날 이야기 같다. 그런데. 이처럼 물가는 오르는데 가격은 되려 내려가면서 성능이 더 좋아지는 마법과 같은 일들이 벌어진 영역이 또 있다. 바로 태블릿이다.

원래 상식적으로 본다면, 애플 아이패드가 만든 시장에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들어가서 분탕질... 그래서 쌈마이한 것들도 넘쳐흐르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윈도우 태블릿이다. 요즘 많이들 공급되는 '윈도우 8.1 with Bing' 탑재 제품들 중심으로 보라. 운영체제가 기기 값을 압도하는 모습을 그냥 숫자로 보게 될 것이다. 수학도 아니라 산수 차원에서.

▲ MS-DOS 시절(...) 추억하게 만드는 물건 하나가 손 안에 들어왔다.

단돈 10만원 정도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운영체제가 정품 혜택까지 몰고 오는 태블릿 하나를 뚝딱 장만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DOS 시절처럼 데스크톱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럴리는 없을 것 같고. 일단은 태블릿만 이렇다. 그러다 보니, 어째 이런저런 이유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포기한 두툼한 노트북만 신세가 처량해졌다. 잡힌 물고기 답다 싶다.

어쨌든. 가격은 저렴하다고 해도, 그 옛날 돈 백만원 하던 프리미엄 넷북(...) 보다는 성능이 어째 더 좋다. 인텔에서 공급하는 22nm 공정 베이트레일 아톰 프로세서가 기본 사양이다 보니, 아무래도 5~6년 전 셀러론이나 펜티엄 프로세서 보다는 훨씬 좋은 게 사실이다. 분명 윈도우 버전이 무려 '8'임에도 빠릿빠릿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스코드 마개조도 한 몫 한 듯 싶다.

얼마 전에 윈도우 보급의 기치를 내건 행사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열리고 그랬는데, 그래서 그런지 잊고 지냈던 부분들을 다시 살펴보고 새삼 놀랄 일이 많았다. 서버 등등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모두 리눅스 기반 오픈소스로 쓰고, 데스크톱 작업이나 일상 업무를 맥북에서 하다 보니 윈도우 안 쓰고 산 게 꽤 되어서 더 그렇기도 하겠고. 적어도 아이폰 4s 나왔을 때부터는 윈도우 없이도 살았으니 더 놀랄 일이 많다.

캐리어 쓰는 게 아무래도 기기 쓰는 거랑 연관이 깊어진 요즘이다. 아이폰이 아이패드를 낳고, 아이패드가 맥북을 끌고 와서 업무 환경이 일단 그 모양. 그렇다고 해서 애플 팬보이도 아닌 것이, LG G3이랑 쉴드 태블릿 붙여 쓰는 것도 나름 꽤 애용하는 업무 환경. 그러고 보니 진짜 윈도우 안 쓰고 사는 요즘인데... 이러니까 윈도우 8.1 버전 패키지 값 반값에 태블릿 사는 날도 다 온 게 아닌가 싶다.

▲ 엔비디아 쉴드 태블릿으로 단련되어서 그런지, 아이폰 6 잡다 아이폰 5 잡은 기분.

보급을 목적으로 기기가 출시되는 기간에는, 사실 사양 논쟁이란 것이 의미가 없다. 이미 본체보다 운영체제가 더 비싸다는 게 오픈마켓 검색에서 튀어나오는 판국에 '메모리가 적다', '스토리지가 적다' 그러는 건 본말이 전도된 부분. 어차피 태더링이나 오픈 와이파이에 붙어서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나 쓰는 게 거의 전부인 기계에서는 그냥 인터넷이나 붙어 먹는 게 딱이다. 집착이 없으면 번뇌도 없듯이.

물론, 제약은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웹 및 앱 환경이. 일례로 국내 포털들이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와 관련해 개발된 연계 서비스들, 대표적으로 부동산 관련 서비스들 웹으로 접속해 보면 당장 버거움이 나타난다. MAC OS 환경이라면 샌디브릿지 기반 맥북도 허덕이는 걸 볼 수 있는 요즘인데... 우리나라 웹 서비스들은 무슨 리치 인터넷에 그리도 목숨을 걸었는지, 코드 까보면 참 가관.

그럼에도 다행이라면, 그럭저럭 라이트한 서비스에 붙이거나 포맷 리더 정도로 쓰기에는 좋다는 점이다. 가격에 비해서 괴이할 정도로 디스플레이가 좋다는 점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북이나 웹툰 보기에 정말 좋다는 생각이다. 이 이상이 없다 싶다. 무슨 여기에서 인코딩 할 일도 없겠고. 개인적으로 기획하거나 컨설팅하는 웹 기반 서비스 테스트하거나 남의 집 구경가기엔 딱 좋다 싶다.

▲ 스토리지 확장은 정말 MicroSD 하나만 믿고 가야 된다... 아니면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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