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전 이 글을 통해 파스칼 아키텍처의 특징과 대략적인 성능에 관해 점쳐 본 바 있다. 그때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시간 동안 엔비디아는 파스칼의 차상위 라인업 GP104를 공식 출시했으며 이 칩셋을 사용한 지포스 GTX 1080 / 1070은 각각 이번 달 말 / 다음 달 초 출시가 예정되어 PC 게임 매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중이다. GP104 풀 칩을 사용한 플래그십 그래픽카드 GTX 1080은 단일 카드로써 전세대 GTX 980 SLI의 성능을 뛰어넘는다고 선전되어 뭇 사용자들을 기함하게 했는데, 작동 속도도 무려 1733MHz에 달해 그래픽카드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8핀 PCI-E 보조전원 커넥터 하나만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여 전력대 성능비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되었음을 과시한 바 있다. (이상은 이 글 참조)

 

 

이제 정말 출시까지 얼마 남지 않은 GTX 1080이지만, 단 하루라도 제대로 된 성능을 살펴보고 싶은 이들에게 단서가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언제나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지난 분석의 방법론에 그대로 기초하여,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몇몇 사실관계들 (주로 GPU의 작동 속도에 관해) 을 반영한 업데이트를 제공할 목적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여기서 시도되는 방법론이 실제 결과와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하고, 재미삼아 보는 것 이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하자. 우선 지난 글에서 살펴본 성능 예측치는 아래와 같았다.

 

 

당시 GTX X80 Ti라는 이름으로 가정되었던 GP104 풀 칩 그래픽카드의 성능은, 해상도에 따라 달리 계산되지만 대체로 타이탄 X보다는 9~10%가량, GTX 980보다는 39~51% 향상된 성능을 보여 줄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때 GTX X80 Ti의 작동 속도로 간주된 1580MHz라는 숫자는, 당시 막 공개되었던 GP100 칩셋 기반 '테슬라 P100'의 작동 속도 1480MHz에, 타이탄 X와 GTX 980의 작동 속도 차이인 100MHz를 더한 것이다. 맥스웰 세대에서도 GM200(타이탄 X)과 GM204(GTX 980)의 작동 속도가 차등화되어 있었기에, 파스칼 역시 GP100보다 GP104쪽이 아무래도 더 고클럭으로 작동하리라는 심증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된 '에디터스 데이' 행사에서 정식 공개된 GTX 1080의 작동 속도는 베이스클럭이 1607MHz, 평균 부스트클럭은 무려 1733MHz에 달했다. 위 그래프에 표시된 것 중 GTX X80 Ti의 1580MHz라는 작동 속도는 베이스클럭으로써 간주된 것이지만, 나머지 대조군 모두 평균 부스트클럭에 근거해 성능값을 산출했으며 당시 GTX X80 Ti 홀로 베이스클럭을 취한 까닭 역시 단지 '얼마나 부스트될지 알 수 없어서' 였기 때문에, 새롭게 정보가 주어진 이상 재차 계산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에 따른 최종 성능 예상은 아래와 같다.

 

 

맨 오른쪽이 "진짜" GTX 1080의 성능을 나타내며,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지난 달의 글에서 살펴본 최초 예상값을 나타낸다. GP104는 배정밀도 성능을 전세대보다 대폭 강화했던 GP100과 달리, 맥스웰과 마찬가지로 배정밀도 연산을 위한 하드웨어를 특별히 확충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에 따라 쿠다코어 갯수 대비 트랜지스터 수가 GP100보다 상당히 경량화된 편이다. (GP100은 170억 개의 트랜지스터와 3840 쿠다코어를, GP104는 70억여 개의 트랜지스터와 2560 쿠다코어를 내장하고 있다.) 페르미 이래로 취해 온, 전통적인 '투 트랙' 체제를 부활시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그래프 오른쪽 세 번째 및 네 번째는 GTX 1070과 1065의 성능을 가정한 것인데, 잠시 이들의 스펙을 어떻게 가정했는지 - 그 '가정'을 위해 어떤 논리로 접근했는지- 를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엔비디아는 에디터스 데이 행사에서 GTX 1070을 예고하며 6.5 테라플롭스의 단정밀도 연산성능, 8Gbps 전송속도의 8GB GDDR5 메모리를 장착했다는 것 외에 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했다. 왜냐면 플롭스 값이 정해진 이상, '그럴듯한' 클럭과 쿠다코어 갯수 조합은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래의 단계를 밟아 보자.

 

1. 파스칼의 최소 단위인 SM, 즉 스트리밍 멀티프로세서 클러스터는 64개씩의 쿠다코어로 구성된다. 즉 GP104의 풀 스펙인 2560 쿠다코어에서 한 단계 낮아진 것은 2496이지, 2550이나 2500개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64를 한 단위로 하지 않는 어떤 숫자도 GP104 기반 그래픽카드의 스펙으로 기술될 수 없다.

 

2. 6.5 테라플롭스라는 값은 다음과 같이 얻어진다 : 쿠다코어 갯수(N) x 작동 속도(Freq) x 쿠다코어당 FP32 파이프라인 갯수(2개)

 

3. GTX 1080의 작동 속도가 1733MHz였고(평균 부스트클럭 기준), 전세대의 GTX 980과 970의 작동 속도 차이는 약 50MHz였다. (1216MHz vs 1178MHz) 이 갭이 준수된다고 가정하자.

 

4. 2번과 3번에 의해, 쿠다코어의 범위는 다음으로 좁혀진다 : 최대 6500 ÷ (2 x 1683 x N), 최소 6500 ÷ (2 x 1783 x N) → 1822개~1931개

 

5. GTX 980보다 970의 작동 속도가 높지 않았던 것과, 1번에서 언급한 "64의 배수 룰" 을 적용할 경우 가능한 단 하나의 수치쌍은 1920 쿠다코어 / 1690MHz가 된다.

 

따라서, GTX 1070은 다른 모든 스펙이 GTX 1080과 같되 쿠다코어 갯수를 1920개로 약 25% 줄이고, 작동 속도를 1690MHz로 소폭 하향한 것으로 가정하였다. 여기에 더해 GTX 1060 Ti 등의 이름으로 알려졌던 '더 깎아낸 버전'의 이름이 가장 최근 루머에서 GTX 1065로 언급되었던 관계로, 이것을 과거 GTX 670과 660 Ti 등의 관계를 준용해 '다른 모든 스펙이 GTX 1070과 같되 메모리와 ROP만 깎여나간" 것으로 설정해 보았다.

 

위 그래프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GTX 1070은 FHD 및 QHD 해상도에서 타이탄 X를 소폭 앞서며 UHD에서 다소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 종합적으로 거의 동급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엔비디아 스스로 "GTX 1070이 타이탄 X보다 빠르다"고 밝혔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거명하지 않았기에 적어도 거짓말은 아닌 게 된 셈이다. GTX 1065는 과거 GTX 660 Ti의 전례를 감안하면 300달러 초반대 혹은 200달러 후반대의 '스윗 스팟'을 공략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모든 해상도에서 GTX 980을 8~13% 차이로 앞서며 FHD 성능은 GTX 980 Ti의 94%에 달해 매우 좋은 FHD 게이밍 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GTX 1080이 980 SLI보다 빠르다고 했던 주장의 진위를 (추정으로) 검증해 보는 것으로 이 글을 맺겠다. 그래프에 나타난 정보에 따르면 FHD 해상도에서 GTX 1080의 성능은 타이탄 X 대비 117% (이하 "%p" 로 언급하겠다), 980 SLI의 성능은 124%p로 일견 엇비슷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모델이 멀티 VGA를 잘 지원하는 게임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멀티 VGA 효율이 점차 나빠지는 추세 (이 글 참조) 를 감안하면 오늘날 980 SLI의 성능은 124%p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GTX 1080이 실제로 그 성능을 따라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이것 역시, 적어도 FHD 한정으로만큼은 엔비디아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원래 '~과 동급'이면 '~를 꺾었다'로, '~에 박빙 열세'면 '~와 동급'으로 한끗씩 과장하는 게 기업의 생리다.

 

종합적으로, GTX 1080은 타이탄 X보다 15~17% 더 높은 성능으로 데뷔해 타이탄 블랙 / GTX 780 Ti를 엇비슷한 마진으로 앞섰던 GTX 980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가격은 599달러. 신제품이 사용자들을 설레게 하는 것은 플래그십의 위용만큼이나 거기서 파생될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리라. GTX 1070과 1065, 추후 등장할 1060 / 1050까지, '파스칼 지포스'의 모든 라인업에 걸쳐 가성비의 은총이 끼얹어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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