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발매된 던전스 앤 드래곤즈 라는 책을 보고 TRPG라는 장르를 처음 알게 됐죠.
당시 얼마 안되는 용돈을 모으고 모아서 간신히 룰북과 주사위세트를 샀던 기억이 납니다.
나의 상상력으로 만든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 여럿을 모아서 처음 플레이를 하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더군요.
마스터가 얼마나 게임 구성을 잘하느냐는 둘째치고 '롤플레이'라는 것을 하려면 내가 일종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개념을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대사를 치는 것부터 힘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오글거리는 거 진짜 못 참잖아요.
TRPG라는게 테이블에 여럿이 모여앉아서 서로 캐릭터를 정하고 역할 놀이를 하라는 개념인데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임은 흐지부지 돼버렸고 D&D는 하고 싶은데 TRPG로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D&D 룰을 이용한 CRPG 게임인 발더스 게이트가 나왔습니다.
그 인기는 정말 대단했죠. 플레인 스케이프 토먼트, 아이스윈드 데일, 발더스2까지..
그 당시 밤을 새워가며 플레이 할 정도로 매력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저처럼 D&D에는 엄청난 매력을 느끼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TRPG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컴퓨터게임으로 발매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리고 그게 적중한 거죠.
오늘 스팀에서 세일 들어간 D&D 게임을 보고 갑자기 향수에 젖어 글을 썼습니다.
인피니티 콜렉션이라고 D&D 게임 모음집을 23000원 정도에 팔더라고요.
바로 구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