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며 분명 느꼈어요.
애매하게 있던 현실의 내 성향을, 이성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선택의 순간들요.
'이 선택 몇번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모든 서사의 결말이 정해진다.'
진짜 스크린 앞에서 심각하게 고민했던 클라이막스들.
선택하고 나니 '아, 나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하는 전개와 납득.
애초에 완전한 비극이나 희극으로 끝날 수 없을 거라는 예감대로의 결말.
결국 남는건 화려한 전투나 비쥬얼이 아니라, 이 안에서 만나고 겪은 사람들의 인상과 추억인데,
그것들이 살아 숨쉽니다. 주조연 들의 선택이 납득 되구요.
2077은 제가 꼽을 수 있는 몇 안되는 SF 마스터피스에 넣을 것입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감정과 기억이 생생할 것이란 확신이 기준입니다.
소설에서는 삼체, 스페이스 오딧세이.
게임에서는 바이오쇼크 인피니티, 이제 사이버펑크 2077이 추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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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창작자로서 느낀 바도 큽니다.
지금까지는 화려한 SF적 비쥬얼에 공감대가 없었습니다. 안드로이드, 기계팔에서 나오는 칼, 총.
공감대가 없으니 그냥 평면적인 이미지였습니다.
이 게임을 만나기 전까진요.
말이 사이버'펑크' 지, 현대까지 나온 모든 SF적 키 비쥬얼이 담겨 있습니다.
지저분한 뒷골목 미래부터 최첨단 까지요.
(스포가 될만한 샷들은 걸렀습니다. 안심하세요)
탄탄한 서사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아트워크들을 보면서 바쁜 순간에도 자꾸 멈춰서서 스크린샷을 찍었습니다.
제게 중요한 순간임을 직감하면서요. 연출에 사용되는 톤과 색감, 디자인들과 공간들을 보면서 입이 벌어졌습니다.
작업자로서 분석할 것들이 넘쳐흐르는, 신선한 식재료를 가득 얻었습니다.
버그는 분명 여러번 겪긴 했습니다. 자막이 안없어진다든가 인물들 얼굴이 이상하다든가, 세이브 로드를 안하면 진행이 안되는 식으로. 감안했습니다. 위쳐3 처럼, 지속적인 패치와 DLC로 갓겜이 될 수 있을겁니다.
다회차는 안 할것 같습니다.
1회차 진심으로 했던 결론이 바로 사이버 펑크 세계에서의 제 인생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보이는 여러 비판과 조롱적인 코멘트는 멀리했습니다.
잘만들어봐야 결국 무대고, 인형극입니다.
감상도 하기 전에 무대 뒤를 들여다보는건 도움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