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 무비의 시발점은 퀘이크도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게임 내 레코딩 기능을 통하여 UCC가 활성화 된 것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리지널 시절 같습니다. 주옥같은 프로게이머들의 프랙 장면들을 짜깁기한 영상이 own 3d 같은 사이트에 많이 올라왔죠. 그때당시 유튜브는 화질이 너무나도 구려서 제작자들이 기피하는 스트리밍 사이트였고, 지금은 없어진 gotfrag이나 own 3d(own age), movie nations(현재도 있음) 등에 올라왔습니다.

 

Counter-Strike 1.5까지는 대부분의 프랙영상이 그냥 프랙 장면만 데모(리플레이 파일)로 추출하여 연결해놓은 간단한 영상이 주류였다면, Counter-Strike 1.6에서는 HLTV의 보강과 HUD 컨트롤 콘솔의 세분화, HLAE같은 툴의 등장, 그리고 AfterEffect나 Cinema 4D같은 전문 툴의 도움으로 굉장한 퀄리티의 영상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유명한 아마추어 제작 팀들은 Chillside나 Style Production이 있었고, 특히 Style Production의 cRZYFST는 EVE라는 영상으로 그 당시 그냥 일렉음악과 길이만 대충 잘라서 붙여넣은 영상들이 범람하던 시대에 엄청난 수준의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이 EVE의 영향력은 너무나도 커서, 우후죽순 나오는 EVE의 아류작들은 영상미만 잔뜩 살리느라 정작 중요한 프랙 씬이 묻혀버리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Village가 제작한 Canvas는 어찌보면 EVE를 능가하는 퀄리티를 보여줌으로서 게임이 1) 리플레이를 지원하고, 2) 카메라 제어권이 있다면 유저가 만들 수 있는 UCC의 퀄리티는 제한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영상미만을 노린 영상은 이쯤에서 마무리 짓고(사실 loftstein과 같은 재밌는 작품도 있습니다만) 프랙(Frag), 즉 상대를 죽이는 장면에 연출 역량을 쏟은 작품도 있었는데, 이런 작품은 속칭 샷빨에 감탄할 수 있도록 길이나 전 후 씬의 완급 조절을 해야합니다. 여기서도 꽤나 유명했던 작품만을 다뤄보자면,

 

 

지금은 전설이 된 프로게이머 SpawN의 여러 활약을 Chillside팀에서 긁어모아 제작한 Still Mighty 입니다. 이 작품 중간에 나오는 CPL Winter 2005의 장면은 역대급이었죠. 물론 나중에는 다른 SpawN 영상에서도 빠짐없이 다루는 통에 감동이 많이 희석되었지만요.

 

 

그리고 국내 카서들 사이에서도 꽤나 화제가 된 Annihilation 2입니다. 여러 프로게이머들의 영상을 뛰어난 연출력과 편집으로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끝부분엔 당시 e-STRO 소속이었던 solo 선수도 나오구요. 이 영상은 지금도 CS 1.6 영상 중 최고로 꼽힐만 합니다.

 

 

해외 프로게임단인 Mousesports를 다룬 Ready, Willing & Able 입니다. 그때당시 'CS 최고팀' 하면 Mousesports도 빠지지 않고 들어갔죠. 안타깝게도 위 영상에 출연한 cyx 선수는 2010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맙니다.

 

다른 영상도 상당히 많습니다. 한국 팀 e-STRO를 다룬 Korean Uprising이라던가, Pistol Project, fnatic 멤버들이 주인공인 Just Pistols도 추천작입니다.

 

1) Korean Uprising - https://www.youtube.com/watch?v=ov3o4FIDlR4

2) Pistol Project - https://www.youtube.com/watch?v=gcQBIttGvbw

3) Just Pistols - https://www.youtube.com/watch?v=coLHO-CXGvI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소홀해지고 나서, Global Offensive가 출시되었음에도 최근까지 잊고 지내다 예전의 아마추어 제작팀들이 어떻게 지내나, 지금은 영상을 만드나 궁금하여 검색을 좀 해봤는데 위 EVE를 제작한 cRZYFST와 합작으로 프로게이머 fRoD의 영상 <O'fRoD - The Aftermath>를 제작한 적이 있는 Xyanide가 아직도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2008년에 그 유명한 EVE의 cRZYFST와 같이 제작한 이 영상은 배경음악 때문에 꽤나 악평이 심했던걸로 기억합니다. 티저 트레일러는 상당히 멋있던 것과 대조적으로 늦게 나오기도 했거니와 배경음악의 괴랄함, 편집의 산만함 때문에 까였죠. 전 개인적으로 좋아하긴 합니다만 모든 이의 취향은 같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 Xyanide가 최근까지도 Style Productions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Global Offensive 영상인 The Uprising 을 제작하였네요.

 

 

이 양반의 강점은 오디오와 화면의 싱크를 기가막히게 잘 맞춥니다. 콘티를 짤때부터 굉장한 정성을 들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카메라 워킹도 훌륭하구요. 제가 GO의 데모 플레이 시 콘솔이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기때문에 섣불리 뭐라고 평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능숙하게 작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오리지널 CS 시절부터 쌓아온 내공이겠지요.

 

위에서부터 내려오면서 바뀐 점은 연출자의 실력 뿐만이 아니라 영상의 해상도나 비율인데,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720p로 작업하는 프랙 무비는 거의 없었습니다. 영상 제작자의 시스템 스펙도 스펙이거니와 그때 당시 모니터는 16:9는 오히려 드물었고 4:3, 심지어는 16:10도 꽤나 있었습니다. 720 Progressive라는 개념도 희박할 때라 변태 해상도도 많았습니다. 960x600이라던지요. 800x450도 있었구요. 

프레임 레이트도 주목할만한데, 그 당시엔 CRT 모니터의 주사율을 활용한 75hz 이상의 출력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이 많아 24fps, 30fps가 주인 프랙 무비를 보면 좀 답답하게 느끼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블러를 넣거나 앞 뒤 프레임을 샘플링하여 블러 이펙트와 비슷한 효과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낀 제작자들은 35 FPS, 40 FPS 로 프레임레이트를 조금씩 올리기도 했죠. 60FPS는 그 당시 CPU의 한계로 개인용 컴퓨터에서 원활히 재생이 힘들었습니다.

 

아무튼간에 UCC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 1) 리플레이를 지원하느냐, 2) 카메라 제어권이 있느냐 두 개가 가장 큰 듯 싶습니다.

 

더 쓰려고 했는데 졸리기도 하고... 간단한 썰이라는데 너무 길기도 해서 이쯤에서 끊을게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상 제작 팀인 Movie U에 대해서도 좀 썰을 풀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