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폴라리스 기반 전문가용 그래픽카드 발표

 

 

 

사실 AMD로부터 마지막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를 본 지 꽤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28nm 제조공정의 끝물을 탄 피지 GPU는 FP64 연산유닛이 대폭 삭감되어 워크스테이션용으로는 사실 부적합했다. 이를 감안할 때 진정한 의미의 AMD표 워크스테이션용 그래픽카드는 2014년의 통가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SIGGRAPH 2016 행사에서의 AMD의 발표는 상당히 의미깊게 다가온다. 기존 파이어프로 라인업에 만 2년만에 제대로 된 업데이트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선 라데온 프로 WX 시리즈부터 보자. (언제부터 라데온 프로가 파이어프로를 대신하게 되었는지 신경쓰이면 지는 거다) 이날 발표된 WX 7100, WX 5100 및 WX 4100의 3종은 모두 폴라리스 아키텍처에 기반하고 있으며 각각 데스크탑의 라데온 RX 480, RX 470, RX 460에 대응한다. 가격은 최상위 모델인 라데온 프로 WX 7100이 1000달러 미만일 것이라는 것 외엔 미정. 자세한 사항은 아래 표를 참고하자.

 

 

 

앞서 신경쓰이면 지는 거라 했지만 양심상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맞다. 라데온 프로 WX는 정식으로 파이어프로 W 라인업을 계승하는 새로운 브랜딩이다. 이에 따르면 라데온 프로 WX 7100은 통가 기반의 파이어프로 W7100을 계승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데스크탑의 라데온 RX 480이 폴라리스 10의 풀 칩으로서 2304개의 스트림프로세서 등을 탑재하고 있었지만, 라데온 프로 WX 7100은 외려 그 컷팅 칩인 라데온 RX 470과 유사한 사양을 갖는다는 점이다.

 

 

 

 

라데온 프로 WX 7100은 8GB의 GDDR5 메모리를 탑재하며, 작동 속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라데온 RX 480이 8Gbps의 메모리를 탑재한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7Gbps 내외의 작동 속도를 갖지 않을까 생각된다.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겨냥한 만큼 RX 480보다 더 많은 16GB 메모리를 기대할법도 했지만, 아마 더 비싼 상위 제품을 위해 남겨놓았으리라 생각하자. TDP는 GPU 구성을 감안할 때, 그리고 전작인 파이어프로 W7100의 예에 비춰 보았을 때 150W 언저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입출력 포트로는 4개의 디스플레이포트 1.4를 지원한다. 폼팩터는 싱글 슬롯 풀사이즈.

 

두번째로 살펴볼 것은 라데온 프로 WX 5100이다. 이것 역시 폴라리스 10 GPU를 탑재했으나, 상위 모델인 라데온 프로 WX 7100과 카운터파트인 라데온 RX 470보다도 '더' 컷팅된 칩셋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스트림프로세서가 768개에 불과했던 파이어프로 W5100을 대체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오히려 엄청나게 과분한 업그레이드에 가깝다. 1792개의 스트림프로세서에 적어도 4 테라플롭스 이상의 연산성능이 공언된 만큼 작동 속도는 1.2GHz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상위 모델과 마찬가지로 8GB의 GDDR5 메모리를 탑재하며, 작동 속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데온 프로 WX 7100보다는 다소 하향되었으리라 짐작된다. 폼팩터는 라데온 프로 WX 7100과 마찬가지로 싱글 슬롯 풀 프로파일이나 길이는 좀더 짧다.

 

세번째로 라데온 프로 WX 4100을 살펴보도록 하자. 앞의 둘이 퍼포먼스급 GPU인 폴라리스 10에 기반한 파생 모델인 것과 달리 이 제품은 폴라리스 11 GPU를 탑재하고 있다. 심지어 앞의 둘은 각각의 데스크탑 카운터파트인 라데온 RX 480 / 470보다 더 적은 스트림프로세서 개수를 가졌었는데 라데온 프로 WX 4100은 라데온 RX 460보다 더 많은 스트림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 전작에 해당하는 파이어프로 W4300보다 최소 33% 더 많은 스트림프로세서를 가졌으며, 작동 속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 이전 세대의 GCN 아키텍처보다는 높을 것이기에 종합적으로 성능향상폭은 괄목할만한 수준일 것이다.

 

 

 

 

이 제품은 4GB의 GDDR5 메모리를 탑재하며, 보조전원 커넥터 없이 75W 미만의 TDP를 갖도록 설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싱글 슬롯 로우 프로파일 폼팩터를 가지며 미니 디스플레이포트 4개를 지원한다.

 

혹자들에겐 파이어프로에서 라데온 프로로의 브랜드 변경이 가장 인상적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오늘의 씬 스틸러는 워런티 정책 변경에 있었다. 기존의 파이어프로들에 일괄적으로 3년간의 워런티를 보증하던 것에서 대폭 상향되어, 앞으로의 라데온 프로들은 10년간의 워런티를 보증한다고 한다. 물론 첨단 그래픽카드 시장에 이것이 무슨 의미이랴만(잠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그래픽 시장을 톺아보자면 - 다이렉트X 9을 지원하는 R500 기반 파이어GL 7300이 활개를 치고 있었더랬다). 상술한 라데온 프로 WX 3종은 오는 4분기에 출시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것은 한층 기괴한 무언가. SSD를 한 몸에 품은 라데온 프로 솔리드 스테이트 그래픽(SSG) 되시겠다.

 

 

 

 

SSG. '쓱'도 '신세계'도 아니다. 라데온 프로 SSG는 폴라리스 10 GPU를 탑재한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라는 데까지는 앞서 설명했던 라데온 프로 WX 7100 / 5100과 같다. 그러나 이들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으니 바로 두 개의 PCI-Express 3.0 M.2 슬롯 규격의 SSD를 최소 1TB 이상 탑재하고 있다는 것. CPU의 관할에 속하는 전통적인 스토리지와 달리 GPU의 직속으로 일종의 로컬 스토리지 역할을 수행한다고.

 

AMD에 따르면 현존하는 그들의 최상위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마저 32GB의 메모리를 탑재하는 데 그쳐 있는데, 사실 대규모 데이터 처리나 초 고해상도(8K 등) 영상 작업을 감당하기엔 이 정도의 메모리마저 벅차기 때문에 하위 계층 메모리로써 SSD를 탑재한 것이라고 한다. 다만 현재 공개된 것은 베타 단계의 제품으로, 개발자용 킷은 9999달러에 제공되며 실제 출시는 내년경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