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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iyd.kr/987

 

지난주 공개된 인텔의 새 익스트림 에디션, 코어 i7 6950X는 여러 면에서 그동안의 궤를 벗어나 있는 제품이다. 코어 갯수가 늘었다거나 그에 따라 '전례없는' 성능을 가졌단 얘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정도의 성능향상은 마일드한 편. 정작 지켜보는 이를 당황케 한 건 그 가격. 2년 전 하스웰-E는 그 전세대보다 코어 갯수를 33%(=2개) 늘리면서도 가격은 그대로 999달러를 유지했지만 이번엔 무려 2배 가까이 올라 1723달러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코어 갯수는 단 두개 늘어났을 뿐인데, 증가폭으로 환산하자면 25%로 오히려 둔화된 것이다. 어떤 지표를 기준삼더라도, 브로드웰-E는 종전보다 비싸졌다. 그것도 급격히. 터무니없이.

 

그러나 이것마저도 내 당황을 설명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이것뿐이었다면 '그래. 경쟁 상대가 없으니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겼을법도 했다. 당황의 핵심은 바로 경쟁사 아닌, 자사의 상위 라인업인 제온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전통적으로 인텔의 하이엔드 데스크탑 라인업은 엔트리급 제온과 밀접하게 공명해 왔다. 코어 i7 3900 시리즈는 제온 E5 2600과, 4900 시리즈는 E5 2600 V2와, 5900 시리즈는 E5 2600 V3과 상동관계에 있었고 그 중에서도 역대 "2630~2650"이 당대의 i7 익스트림의 코어 구성을 반영하는 거울 역할을 맡아 왔다. 이번 세대 역시 제온 E5 2630 V4가 코어 i7 6950X와 동일한 10코어 구성으로 선 등장한 바 있고, 그 연장선에서 i7 6950X는 이미 출시 전부터 10코어일 것이라 예상되기도 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제온 E5 2650"이란 모델넘버에 매겨진 가격은 1000~1100달러선을 유지했다. 동일한 코어 구성을 갖는 하이엔드 데스크탑용 카운터파트와 수 세대에 걸쳐 비슷한 가격비를 맞춰 온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제온 쪽이 작동 속도가 다소 낮지만 2배에 달하는 메모리를 장착할 수 있고, ECC를 지원하며 멀티프로세싱이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어 양측은 그럭저럭 균형잡힌 오퍼링으로써 기능할 수 있었다. 인텔이 이번 세대 들어 i7 익스트림의 가격을 급격히 올린 것은, 시장에서 "경쟁사"의 존재의 부재가 낳을 수 있는 적절한 예시쯤으로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그 이면에는 자사의 데스크탑과 서버 라인업 사이의 아슬아슬한, 그러나 수 세대간 잘 유지되어 온 균형을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당황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제온 라인업에서 코어 i7 6950X와 동등한 1700달러대 가격으로 제공되는 것은 E5-2680 V4로 무려 14코어와 35MB L3 캐시를 탑재한 제품이다. (코어 갯수와 캐시 용량 모두 6950X보다 40% 더 많다) 여기에 데스크탑 라인업에 대한 제온의 상술한 장점이 결합되면, 이 가격대에서 6950X의 메리트는, 간단히 말해 전무해진다. 정확히는 '오버클럭'이라는 참 편리한 핑계거리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밸런스 붕괴가 이보다 깔끔할 수 없다. 사실관계가 확정된 이상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그렇다면 우리가 따져볼 수 있는 건 '과연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일 것이다. 왜 그랬을까?

 

첫 번째로, 인텔이 오버클럭의 잠재력을 지금까지보다 갑자기, 그리고 급격히 높게 평가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다. 앞서 언급했듯 코어 i7 6950X의 제온 E5 V4에 대한 장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작동속도와 해제되어 있는 배수제한으로 요약되는데, 이를 통해 같은 가격의 제온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구체적으로, 코어 갯수가 14개인 제온 E5-2680 V4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작동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 가격을 용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한 가지 허점이 있다. 과연 이제까지의 i7 익스트림들은 오버클럭이 불가능했느냐는 것. 우리 모두는 과거의 익스트림 에디션들 모두 배수제한이 해제되어 있으며 높은 오버클럭 퍼텐셜을 광고 포인트로 삼았음을 기억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와서- 6950X 홀로 유난 떨 이유가 없단 얘기다.

 

그렇다면 두 번째 가설로 넘어가 보자. 테크니컬한 이야기이기보다는 사뭇 정치적인 주제가 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흥미로울 것이다. 바로 인텔 내부의 파워게임에 관한 얘기다. 주지하다시피, 수년간 분기 연속으로 인텔의 매출구조는 크게 변모하고 있는데 이를 다섯 단어로 요약하면 '클라이언트 컴퓨팅의 축소 / 나머지의 확대' 가 된다. 기술적으로 동일한 실리콘으로부터 제조되기에 흔히 두 제품의 차이가 가벼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으나 하이엔드 데스크탑 CPU인 코어 i7 익스트림은 클라이언트 컴퓨팅(CC) 사업부의 소관에, 제온은 데이터센터(DC) 사업부의 소관에 속한다. 두 제품의 관할이 엄연히 다르단 것. 예로부터 CC와 DC는 인텔 내에서 매출을 견인하는 주요한 두 축으로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사용자들이 브랜딩 이면의 기술적 쟁점에 대한 인지(awareness)가 탁월한 시장이라면 사실상 같은 두 제품을 '코어 i7' 또는 '제온'으로 브랜딩하는 것이 매출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할 테지만 실제 시장은 그런 사용자들로 채워져있지 않다. 물리적인 유사성을 근거로 제온과 코어 i7 사이를 넘나드는 플랫폼을 운용하는 계층은 전체 사용자층 가운데서도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다시 말해 CC와 DC의 관할은 우리 -'기술적 쟁점에 대한 인지' 가 높은 사용자들- 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견고하고, 경직되어 있다. 웬만해선 상대 진영으로 월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CC로서는 줄어드는 매출비중을 반전시키고 사내 입지를 다시 공고히 하기 위해 최상위 라인업의 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처방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마침 그곳에 고착된 사용자층이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으며 이들의 소비는 대단히 가격 비탄력적이다. 이들의 잠재적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경쟁사의 경쟁력 있는 제품'은 적어도 해당 영역대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DC로의 -제온으로의- 월경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열정적인 오버클러커여서든 어째서든.) 이들은 좋든 싫든 CC가 제공하는 당대의 최상위 라인업을 살 수밖에 없고, 또한 기꺼이 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조건 하에 6950X를 1723달러에 출시하는 것은, CC에게는 DC와의 파워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신의 한 수인 셈이다.

 

이유야 무엇이든, 인텔은 그들의 최신 하이엔드 데스크탑 CPU를 1723달러라는 -데스크탑 답지 않은- 가격에 내놓았으며, 분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최상위 데스크탑 CPU 판매량이 전혀 가격 탄력적이지 않다는 사례의 증명쯤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계란으로써, 우리 사용자들이 여기에 금을 내고자 한다면 '이 바닥'의 평균적인 '기술적 쟁점에 대한 인지' 레벨을 끌어올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인텔을 아프게 할 '가망이라도 있는' 경쟁사의 존재 자체가 부재한 시장이지만, '하이엔드 데스크탑' CPU인 6950X 대신 더 가성비 좋은 제온을 산다면, 그리하여 인텔 전체는 아닐지언정 CC에게라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적어도 그들이 두 번째로 이런 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주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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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2016.06.07 22:21
    대근밍 ~~ 이거 사고 싶음~~ 어찌 사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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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레스다 2016.06.08 08:33

    안녕 브로E ㅠ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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