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사용자를 위한 두번째 VR 솔루션, 쿼드로 M5500

가장 큰 연례행사인 GPU 테크놀러지 컨퍼런스(GTC) 준비에 여념이 없을 법도 한 엔비디아가 오늘 새로운 그래픽카드를 발표했다. 오큘러스VR과 HTC가 각각 자사의 VR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어댑터를 출시하며 군불을 때고 있는 지금, 노트북에서 이들의 과실을 맛볼 수 있는 그래픽 솔루션은 단 하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아니다. 어쩌면 구원이 아닐지도. 오늘의 주인공은 '지금 가장 비싼 것' 보다도 몇 배는 더 비쌀 테니 말이다. 쿼드로 M5500이 바로 그 이름 되시겠다.

지포스 GTX 980과 마찬가지로 (데스크탑/모바일 모두 해당) GM204 풀 칩을 탑재한 쿼드로 M5500은 현존 최상위 전문가용 모바일 그래픽카드였던 쿼드로 M5000M을 대체하는 것이다. M이라는 접미사를 달고 나왔던 전작과 달리 새 모델넘버에는 접미사가 붙지 않는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앞서 모바일 게이밍 그래픽카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으니, 지포스 GTX 980M이 차지하고 있던 왕좌를 '접미사 뗀' 지포스 GTX 980이 접수한 것을 독자 여러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쿼드로와 지포스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적인 라인업을 형성하는 관례를 감안할 때 이번 쿼드로 M5500의 발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접미사가 떨어짐으로써, 데스크탑 폼팩터의 쿼드로 M6000과 M5000 사이에 자리잡는 모양새가 자연스레 연출된 것이다.

쿼드로 M5500에 탑재된 GM204 GPU는 최대 1140MHz의 부스트 클럭을 가지며, 6.6Gbps의 속도로 작동하는 GDDR5 메모리 8GB와 함께 조합된다. 똑같은 GM204 GPU 기반이나 전체 연산유닛 중 4분의 1이 비활성화되었던 쿼드로 M5000M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인데, 이에 따라 TDP 역시 무려 50%나 상향 조정되어 웬만한 데스크탑 그래픽카드만한 150W를 기록하고 있다. 쉐이더 또는 텍스처에 의존하는 작업에서 약 40% 가량, 메모리 대역폭에 의존하는 작업에서는 32% 가량의 성능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하니 전성비는 기존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데스크탑 그래픽카드급의 성능과 데스크탑 그래픽카드급의 TDP를 지녔으니 이 제품을 폼팩터만 달리한 '사실상의' 데스크탑 그래픽카드로 봐도 좋겠다. 그래선지 이 제품을 탑재할 벤더의 노트북들 역시 통상적인 노트북이라기보다는 '이동시킬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의 개념에 가까운 것이 많다. 짐작컨대 어설픈 타협보단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의 일환에서 옵티머스 기술은 배제될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이 제품이 VR 지원을 전면적으로 내걸고 나왔단 점에서 그런 추측에 힘이 실린다. VR 헤드셋은 HDMI 포트로 그래픽카드와 직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쿼드로 M5500을 탑재한 노트북은 5월께부터 판매가 시작될 것이며, 쿼드로도 진작부터 비쌌고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란 장르도 한번도 쌌던 적이 없는 만큼, 가격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