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출시되었던 '페르소나 4 디 얼티맥스 울트라 수플렉스 홀드'는 격투게임 팬을 비롯해 여신전생 시리즈 팬들 모두에게 상당한 호평을 이끌었던 게임이다. 전작인 '페르소나 4 디 얼티밋 인 마요나카 아레나'의 컨셉을 이어받으면서도 시스템과 재미요소, 그리고 세계관 특유의 설정들까지 모두 대폭 강화된 형태로 나와 가히 완전판 소리를 들었던 바 있다.

단지 하나 아쉬운 바가 한국 유저들에게 있다면, 국내에 정식 발매된 타이틀이 일본어 버전이었다는 점. 그런데 이 부분에서의 단점이 이번에 해소되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2월 17일에 한국어 버전이 정식으로 발매되면서 언어의 장벽조차 문제가 안 되게 되었다. 씬 연출이나 챕터 구분 등에서 텍스트 과잉이 돋보이던 터라 더 반가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아틀라스와 협업한 아크 시스템 웍스의 게임들도 비슷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페르소나 대비로 보면 상대적으로 세계관이 얇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 '페르소나 4 디 얼티맥스 울트라 수플렉스 홀드' 수준의 텍스트 밀도는 아니겠다. 비주얼 노벨 식으로 스토리 풀어가는 거야 다들 비슷하다고 쳐도, 게임 시스템 전반에 걸쳐서 텍스트가 압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PS3 타이틀 중에서도 드물 정도.

▲ 텍스트를 연출요소로 쓰다 보니, 그 '텍스트 과잉'이 수시로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한글.

여신전생 시리즈 중에서 페르소나 계보가 학원물의 탈을 쓰고 간다는 특질이 있긴 한데, 그와 별개로 애니메이션 연출 기법이 상당히 가미되는 면모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처럼 시류를 잘 타는 것이 페르소나 계보와 제작사인 아틀라스까지 수명연장 또는 위기탈출의 계기가 되긴 했으니 여러모로 눈여겨 볼 부분. 그런데 이러한 연출과 작법은 필연적으로 작중 텍스트를 과잉 수준으로 쓰이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일본어 실력이 안된다면 버전에서는 격투 게임 메뉴나 찾아 들어가거나 하는 정도로 게임 타이틀을 즐기는 범주가 좁혀들어가기 쉬웠다. 어딜 가든 꽉찬 텍스트가 보는 이를 반기는데, 이게 일본어가 모국어거나 아니면 할 줄 아는 언어가 일본어가 아니라면 일본색 물씬 풍기는 게임 정도로만 생각하기 딱 좋은 것이 현실.

그런데 이러한 텍스트가 다 한글이 되어 버린다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게임성이 변모한다. 게임 자체에 품고 있는 메뉴들이 워낙 다양한데, 이 때의 즐길꺼리들이 모두 다 읽을꺼리로 변신한다. 이게 내용이 페르소나 시리즈 총집편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마치 구글링해서 위키피디아 읽듯이 하며 격투와 별개로 게임 설정과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가 딱 좋다.

▲ 2D 카툰렌더링 스타일로 즐기는 페르소나 캐릭터들의 일기토는 참으로 경쾌하다.

한글화는 그냥 단순히 구글링이나 매뉴얼, 커뮤니티 공략을 읽어가며 남의 나라 말로 된 게임을 하던 것과는 다른 경험을 게임 플레이어에게 선사한다. 이게 글이 많을수록 더한 법인데, 격투 게임임에도 '페르소나 4 디 얼티맥스 울트라 수플렉스 홀드' 한국어 버전은 그런 측면을 간만에 만끽하게 만든다. 게임의 핵심 장르는 분명히 격투 액션인데, 비주얼 노벨 등등의 요소도 담고 있으니 더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격투의 비중이 적은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성격을 극대화시키는 형태로 기술과 씬이 연출되어 있으며, 노멀 타입과 쉐도우 타입은 전혀 다른 품새를 게임 속에 녹여냈다. 워낙 페르소나 색깔이 짙고 이야기의 높은 밀도로 놓치지 좋다지만, 난이도를 달리하며 나섰을 때의 반응 등이 너무나 다르다. 격투 그 자체로도 도전 목표는 뚜렷한 셈이랄까.

게임 자체가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의 한글화는 자연스럽게 게임 팬들에게 상당한 혜택을 안겨준다. PS4가 나온 이래로 PS3 신작 발매가 예전보다는 차츰 줄어드는 가운데, 상당 기간 갖고 놀 만한 타이틀이 이렇게 떡 하니 나왔다는 건 여러모로 콘솔 시장에서의 입지가 하루 이틀에 나온 게 아니구나 하는 그런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게임이 나왔다고나 할까.

▲ 아틀라스 페르소나 세계관의 기묘한 집대성을 한글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왔다.

12세이용가 / 평점 : 9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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