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의 세대는 10년 주기 정도로 보는 게 일반적다. 이제 갓 4세대가 보급 중인 플레이스테이션 이전에야 좀 더 긴 기간이었다고는 해도, 90년대 경부터는 초기 2~3년 내외의 성장기를 지나면 전성기, 그리고 후속 세대로 가교를 이어주는 퇴조기 2~3년 내외 정도를 일련의 사이클로 본다. 현재는 PS3와 PS4가 동시기에 활약하는 그런 중첩된 시기인데, 이러한 시기에 꽤 기억에 남을 작품들이 여럿 나온다.

세대 별로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면, 아무래도 은퇴를 목전에 둔 콘솔에서는 가히 '회광반조' 소리가 나올 법한 작품들이 제작사 마다 무슨 기념하듯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는 점. 그리고 대세가 될 콘솔에서는 실험작 또는 컬트한 작품들이 시범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 있겠다. 특히나 아무래도 게임기 특성 상 비주얼이나 연출 등등에서 과거 기술적인 제약으로 못했던 것을 해보는 그런 모습이 많아진다.

이런 절묘한 시기에 '레디 앳 던'이라는 신생 개발사에서 선보인 '디 오더 1886'은 이제 막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PS4 독점작으로, 게다가 공식 한글화까지 더해져 나온 작품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발매 이전부터 화제가 많았고, 발매 이후에는 오랜만에 게임 갖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든 작품이라서 여러모로 눈길이 많이 가는 편이다.

▲ 본격 스팀펑크 시크릿 에이전트 인터랙티브 무비.

'디 오더 1886'의 시작은 꽤 충격적이다. 특히나 민주화 운동이나 옛날식 군기 같은 걸 인생으로 겪어본 3040 세대에게는 봤거나 들었던 물고문부터 씬이 시작된다. 여기에서 한창 욕 보던 캐릭터가 바로 주인공인 갤러헤드. 요즘 개봉한 화제작인 영화 '킹스맨'도 원탁의 기사 전설에서 명사들 꽤 차용했는데, 이 작품 역시 설정들이나 돌아가는 이야기 보면 원탁의 기사 냄새가 풀풀 풍긴다.

주인공이 속한 '디 오더'는 중세식 기사단 개념과 스팀펑크 수준의 기술적 발전이 묘하게 얽혀 있는 집단이다. 옷은 근대 엠파이어 스타일로 고증되어 나온 것으로 보이고, 무기들은 러브 크래프트 작품에서 이계인들이 쓰던 것 같은 것들이 나온다. 코즈믹 호러물 같은 느낌도 있으면서, 그와 함께 적들을 보면 늑대인간 혼종이 설치는 '언더월드' 컨셉도 물씬 풍긴다.

게임은 1886년이라는 시기적인 특징에 맞춰서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인공의 액션이나 이야기 흐름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들 그리고 (적 포함) 캐릭터들은 이 자체를 특정 지역 내의 미션 또는 챕터로 본다면 하나의 세계관 내에 갇혀 있다는 인상이 짙다. 간만에 그냥 DLC로 볼륨을 늘려줬으면 하는 작품이 나온 셈이랄까? 무언가, '그라운드 제로즈' 때의 느낌이 감돈다.

▲ 뱀파이어 빠진 언더월드가 이런 느낌이겠다 싶을 정도.

게임 속에서 접해 볼 수 있는 비주얼과 연출 등은 지금까지 나온 PS4 작품 중에서도 수위권을 다툴 정도로 보인다. 극장에서 보는 몬스터 영화에서의 격투씬이 게임으로, 자신의 손으로 다뤄지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일각의 표현대로 장르가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플레이어가 이야기에 개입할 여지가 꽤 넓은 편. 단지 풀 스토리 라기 보다는 챕터 정도인 양은 아쉬움을 남긴다.

요즘은 과거처럼 게임이 FPS 장르물이 원톱으로 있는 게 아니고, 되려 블록버스터화 되면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게임' 식으로 원 소스 멀티유즈(OSMU) 포트폴리오가 정착하면서 스토리 텔링이 강조되는 추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PS3 초창기에 '레지스탕스' 시리즈가 그러했듯이 일종의 게임 제작의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하는 느낌이다. 레터박스를 통해 프로세싱 여지를 극대화하는 것도 마찬가지겠고.

'디 오더 1886'은 어떻게 보면 DOS 시절 시에라 게임들이 못 이뤘던 꿈을 거의 다 이룬 듯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때 처럼 CD 여러 장 갈아 끼워가며 '판타스마 고리아' 같은 걸 봤었던 이라면 여러모로 세상 정말 변했다는 느낌 받기 좋은 게임이다. 단지, 다운로드 콘텐츠를 정말 잘 활용할 수 있음에도 그 부분을 아낀 건 생각해 볼 부분이다.

▲ PS4 플랫폼의 미래를 살짝 맛보기로 보여준듯한 느낌. 분명, 나름의 가치가 있다.

청소년이용불가 / 평점 : 8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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