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그래서 반복 플레이 하는 거야 게임 실력 향상 차원에서 비일비재하다지만, 그 반복 플레이가 메인이 되어 그냥 플레이어 자신이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하고 또 하고 전승 리셋시켜서 또 다시 구르는 지옥도가 펼쳐지는 건 디스가이아 시리즈 하나 뿐인 듯 싶다.

제작사인 니혼이치 작품이 처음 한국에 공식으로 선보였던 것이, 한글화로는 라 퓌셀이었고 일본어 직수입으로는 마알왕국 시리즈가 시초. 그런데 이 때부터 노가다 플레이가 당연하다고 패기 넘치게 나왔던 터라, 니혼이치 회사 이름도 그렇고, 이 회사에서 나오는 게임은 으레 그려러니 노가다 게임으로 게임 플레이어들 DNA에 뭔가 각인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그냥 이름만으로도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싶은 작품들이 바로 디스가이아 시리즈. 그런데 이번에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5'가 드디어 정식 넘버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4 용 타이틀로서 SCEK를 통해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일단 처음 3월에는 일본어판이, 2015년 중에는 한국어 버전 발매가 공표된 가운데, 한국 플레이어들도 또 다른 차원의 노가다를 PS4에서 구르게 되었다.

▲ 과거로부터 전승되어 온 모에 스타일이 남녀 공히 집대성된 그림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PS2 때도 그렇고, PS3 때도 그렇고. 디스가이아 시리즈를 이끄는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이 이끄는 대본소 무협지 같은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들의 향연이다. 당연히 텍스트 과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캐릭터들이 말이 많아서, 일본어 교본 소리도 예로부터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측면이 대중화에는 걸림돌처럼 여겨졌으나, SCEK의 한글화 발표로 해당되는 우려는 일소되었다.

대신, 한국 플레이어들이 한 명이라도 더 게임 폐인이 무언지를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쉐도우 오브 다크니스같은 측면. 어쨌든 3월 26일 일본 발매일과 거의 비슷하게 국내에 공급된 디스가이아 5 편의 일본어 버전은 일본어에 익숙하거나 잘 아는 사람들이 먼저 선행 플레이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일본어는 몰라도 게임 시스템을 튜토리얼처럼 미리 1주차 해볼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본래 디스가이아 시리즈는 게임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직관적이어서, 말 몰라도 타일만 봐도 앵글이 잡히는 그런 플레이를 지향해 왔다. 단지, 이게 앞으로 거듭될 수 없이 많은 반복 플레이의 초입이라는 측면에서 언어판이 중간에 바뀌는 부분은 세이브 공유가 되는지 않되는지에 따라 속행 여부를 판가름 낼 부분. 아니면 튜토리얼처럼 일본어 버전을 즐기고 한국어 버전으로 '본 게임' 들어가는 것도 요령이겠다.

▲ PS4 플랫폼으로 온 덕분인지, 화면 한 가득 물량공세를 펼치는 연출을 많이 본다.

디스가이아 5가 정말 대단한 것이 무엇이냐면, 2D 스타일 게임인데 PS4 플랫폼 역량을 왕창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가장 직접적인 면모는 화면을 가득 매우는 캐릭터들과 넓이겠다. 아무래도 더 넓게 보는 가운데, 그 넓은 화면을 꽉꽉 채우는 캐릭터들이 경이적이다. 그러면서도 게임의 속도감을 이어갈 수 있게 스테이지 전환 등도 시원하게 가다듬어져 있다.

분명히 PS2, PS3 시절에도 콘솔로 나왔던 작품인데... 디스가이아 5는 진짜 콘솔에서 SRPG를 하는 기분을 들게 해준다. 예전 작품들이 포터블 기기로 똑같게 나오고 그래서 5편이 PS4로 가는 것이 과하단 지적이 있었는데, 실제 게임을 잡아보면 디스가이아 게임플레이를 콘솔 플랫폼에 적합하게 대폭 확장시킨 게 눈에 쏙 들어온다. 난장판이되, 통제되는 난장판을 화면 속에 그린다.

PS4 런칭이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래서 더 과거 유명했던 작품들이 PS4에 맞춰져 하나 둘 속속 게이머들에게 선보이는 걸 보는 건 매우 큰 즐거움이다. 속속 HD 에디션으로 재발매되는 것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진짜 콘솔 역량을 이끌어내는 신작이 더 끌리는 법. 정식 넘버링으로 우리 곁을 찾아 온 디스가이아 5는 다시금 이 땅에 새로운 노가다와 폐인양성의 전설을 세우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걱정을 품게 만든다.

▲ 어째 매번 다시 한 번 또... 디스가이아의 세계에서 노가다의 끝을 보게 된다.

12세이용가 / 평점 : 8점 (10점 만점)

Copyright ⓒ Acrofa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