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주위 PS4 유저들 사이에서 블루레이 슬롯 점유를 가장 오래 한 게임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에 나온 답변들이 거의 대부분 같았다. 많은 타이틀들이 나온 가운데, 이들 중 무슨 게임을 오래했느냐면 대개 'MLB 14 The Show'를 손꼽았다.

프로야구 인기가 대단하긴 하나, 아쉽게도 콘솔 게임으로는 KBO 리그를 만나볼 길이 예나 지금이나 없다. 물론,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은 차고 넘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느긋하게 거실에 앉아서 대형 TV로 퀵매치 하는 즐거움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앙대 리그가 다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PS4로 메이저리그를 노닐 수 있는 첫 게임이 달랑 하나 나왔고, 그 결과 야구게임 팬들은 거기로 다 모였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MLB 15 The Show'가 SCEK를 통해 발매되었고, 이제 올 한 해 동안은 이것만 믿고 가야 되는 형편이다. 일본 프로야구 게임은 코나미가 맡아줄테니, 콘솔 야구는 미국과 일본 2대 강국만 믿고 가는 게 불가피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코리안 메이저 리거들이 기대된다는 점 정도. 일본도 오승환과 이대호 믿고 가면 될 일이겠고. 피파에서 국대하듯 하면 될 일 아닌가 싶다.

▲ 'MLB 14 The Show'도 그래픽 대단했지만, 올해 연식은 더 장난이 아니다.

'MLB 14 The Show' 때나 'MLB 15 The Show' 때나 같은 건 여전히 설치와 로딩이 길구나 하는 점. 미션이나 스테이지 타입이 아니라, 구장 하나 읽어들이고 그 안에서 이닝 수 채우는 구조다 보니, 타이틀 처음 구동했을 때랑 한 게임 하자고 판 까는 때랑은 시간 소요가 다소 긴 편이다. 대신, 일단 퀵매치 식으로 게임에 들어가면 스무스하게 경기 끝까지 간다는 점은 나름 편안한 점.

'MLB 15 The Show'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정통적인 조작방식 덕도 크다. 투수, 타자, 수비 등 크게 세 가지 파트가 손에 익어야 될 부분인데, 난이도를 Easy 정도로 셋팅해 두면 이 부분이 타이트하게 잡힌다. 하는 입장에서도 손 쉽고, 보는 입장에서도 메이저리그 야구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반대로 난이도를 높이면 만사 수동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온갖 에러가 속출되는 걸 또 본다. 극단적이다.

전작이나 이번 작이나, 게임을 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 입장이 동시에 반영되다 보니 그 와중에서 취향을 탈 부분이 존재한다. 난이도에 따른 변화가 가장 극적이긴 한데, 이 외에도 구장이나 야구선수들의 연출 등도 그렇다. 사실 관중석 좀 조용하게 만들면 게임이 더 빨라질 것 같은 것도 있겠고, 소소하게나마 전작에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들이 그대로 전통이 되어가는 모습은 타이틀의 연식을 또 보게 만든다.

▲ 야구 카드와 아이템 등의 도입으로, 무슨 어드벤처나 롤플레잉 게임 하는 기분도 살짝 든다.

'MLB 15 The Show'가 전작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면, 이제 MLB 사무국 뿐만 아니라 야구장비 브랜드 라이센스까지 획득하였다는 점이겠다. 이러다 온라인 쇼핑 옵션까지 게임 안에서 제공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한국에서는 못 보는 각종 장비들이 게임 속에서 펼쳐진다. 당연히 현재로서는 이들 장비가 룩앤필 수준이지만, '스탯 놀음'을 차기작에서 꽤 적나라하게 만들 장치로도 보인다.

여기에 우리가 잘 아는 '야구카드'를 사용하는 모드도 존재한다. '10주년 기념판'이 따로 나왔다는 점에서 직감할 수 있듯이, 어느 정도 시장성을 파악하는 측면에서 야구카드 요소와 이를 이용한 카드게임, 그리고 온라인 구매 옵션 등을 통털어서 맞춰보는 느낌이 있다. 물론, 야구카드를 이용한 매니징 모드 타입의 게임은 유구히 있어왔고, 이제 그 요소가 본 게임에 합쳐지는 과도기를 만난 정도로 여겨진다.

엔진이 바뀌는 등 내부적으로 세세한 변화가 있었던 것이 'MLB 15 The Show'다 보니, 아무래도 차기작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함께 오는 편이다. 다이너스티 모드를 국산 모바일 게임처럼 운영해 버리는 게, 아무래도 제작사 입장에서는 참기 어려운 유혹일 것이 자명한 형편. 야구 게임으로서 정점을 찍고 있다 보니 계속 플랫하게 가는 감도 없지 않은데, 이것에 가해질 어떠한 변화가 어떠할지가 관전포인트 같다.

▲ 올해에도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선수가 한국 발매판 커버를 장식했다.

전체이용가 / 평점 : 8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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