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4년 전이다. '파이널 판타지 X'가 발매된 날이. 재작년에 PS3 버전으로, 이달 들어서 PS4 버전으로 HD 리마스터 버전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강산이 한 번은 변하고 반쯤 넘어가는 세월이 흐른 고전게임이 파이널 판타지 X 게임이겠다. 후속편인 'X-2'도 2003년 발매작이니, 이것도 12년은 더 된 옛날 일.

그래도, 플레이스테이션 2 시대의 정점을 장식했던 그런 게임이기에 세월이 지난 지금 잡아도 느껴지는 감상은 사뭇 남다르다. 올드 게이머라면 수 백 시간을 투입해서 노가다 뛰었던 그 시간들과, 굳이 CG 영상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또는 녹화하겠다고 애 쓰던 그런 일들이 있을테니 말이다.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클래스 체인지하는 등의 이유로 '액션 리플레이' 같은 사도의 수단에 침식도 당했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

이처럼 추억 묻은 이들이 많은 게임이어서, 지난 2014년 2월에 무려 한국어 버전으로 파이널 판타지 X/X-2 합본이 발매되었을 때 기념 삼아 타이틀 산 사람들이 주변에도 꽤 많았다. PS2 시절의 정점을, PS3 플랫폼에서 즐겨본다는 그런 의미에서 말이다. 그런데 PS3 플랫폼도 사실 종말을 고하는 시기. 신규 플랫폼인 PS4에서 소장할 방법을 찾던 이들에게, 드디어 그 방법이 생겼다. PS4 버전이 나온 것이다.

▲ 한 장의 타이틀에 '파이널 판타지 10 시리즈'라는 한 시대가 다 담겨져 있다.

PS3 버전에서는 PS2 원작과의 차이점으로 자막 한글화, PS Vita와 PS3 사이의 크로스 세이브 지원, 수록곡 리마스터링, 영어 음성이던 인터내셔널 버전을 일본어 음성으로 교체, 새로운 에피소드 보이스 드라마를 크레디트에 수록 등을 내세운 바 있다. PS4 버전은 여기에서 음악을 원곡과 리마스터링 버전 중 선택하게 한 점이 차이점이다. 크로스 세이브 플랫폼에 PS4 버전이 추가된 것은 덤.

오랜만에 PS3 버전을 꺼내서 교차해 가며 보면, 비주얼이나 사운드 측면에서 딱히 다르다 싶은 것 없이 그대로겠다. HD 리마스터 데이터를 플랫폼 별로 호환성 갖게 지원하는 것 정도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 세이브에 플랫폼 옵션 하나 더 늘어났으니 예전에 한 데이터가 있다면 옮겨 즐기기 좀 더 나은 정도. 타이틀 자체는 편의성이 더해진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혹자는 추억팔이의 레퍼런스가 완성된 것으로도 보긴 하는데, 버그 같은 거 없이 클린 상태로 호환성을 전/현 세대 전체에 확보하는 거 보면 나름의 가치는 명확해 보인다. 어차피 콘솔 팬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치고 PS1이나 못해도 PS2부터 콘솔 다 소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물론 소니 콘솔 플래폼에 대한 충성도랄까 애착이랄까 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도 있겠다.

▲ HD 리마스터링 버전이라, 다른 PS4 타이틀 하다 잡으면 옛날 생각 날 듯.

게임 속으로 들어가보면, 아무래도 PS3 플랫폼에서 보던 그 모습이다. 오히려 두툼한 듀얼쇼크 컨트롤러가 옛날이랑 다른 플랫폼에서 이걸 또 하는구나 생각들게 할 뿐. 그래도 애당초 이 때 PS3로 HD 리마스터를 감행하면서 기술적으로 상당히 튜닝을 한 덕분에 쾌적함이 그대로 이어진다. 게다가 한글로 자막을 보는 호사는 과거 인터내셔널 버전에서 노래만 한국어로 듣던 때에 비하면 감동할 노릇. 그러하다.

그리고 옛날 같이 게임을 못해서 그렇지, 만약 작정하고 옛날처럼 한다면 파이널 판타지 X/X-2 한국어판 타이틀은 플레이 시간이 족히 1000 시간에 도전하는 게임이다. 속칭 '노가다'와 관련해서는 그 깊고 어두운 측면이 디스가이아 신작과도 호각을 이룰 작품이 이 게임이다. 게임 볼륨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이 한 장의 블루레이에서 전 항목 100% 플레이를 한 번 이뤄봄도 여한이 없을 일 아닐까 싶다.

10년 세월도 훌쩍 넘어서, 난데없이 한글판이 나오더니 이제는 후속 소니 플랫폼 모두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 이 쯤되면 사골도 아니라 가마솥 맛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래도 꽤나 유쾌한 측면이라면, 이제는 거실에 떡 하니 있는 Full HD TV에서 완전판 풀 패키지를 한글로 즐길 수 있다는 부분. 10년 전에 이럴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는 이게 현실이다. 올드팬으로선 그냥 그저 기쁘다.

▲ 그만큼의 시간이 더 흘렀기에, 더 흐뭇하게 할 수 있는 게임

15세이용가 / 평점 : 10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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