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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보이로고.jpg

 

아울보이 (Owlboy)


2016년 11월 02일 정식 발매
비행 어드벤처 게임
유저 비공식 한글패치
PC 플랫폼 단독 출시
스팀 상점페이지 링크 : http://store.steampowered.com/app/115800/

 

 

 

아울보이(Owlboy) 후기 또는 리뷰입니다. 2017년 01월 05일 작성되었으며, 이후 게임 업데이트나 DLC 출시 등의 이유로 본 리뷰의 내용이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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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와 힐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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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친한 친구에게 의도치 않은 실언을 하여 관계가 틀어지거나,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에 엉뚱한 행동을 하여 꾸중을 들었던 경험은 아무리 잘 나가는 누군가라도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그래서 누구나 실수를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항상 다짐을 합니다. "괜찮아,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실수로 생긴 아픔이 무뎌지길 바랍니다. 마치 상처 위에 굳은살이 자라나듯 말입니다.

 

 

심장과문구.jpg

 

하지만 그것은 늘 우리의 연약한 곳을 찾아 찔러옵니다. 잘 해냈을 때의 기쁨만큼 잘못 했을 때의 고통은 늘 아픕니다. '아픈 오늘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과도기'라는 누군가의 조언 따위는 들리지 않습니다. 아픈 건 아픈 거고, 싫은 건 싫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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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실수가 한 번으로 그치면 좋겠지만, 이미 상실된 자신감은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깊은 내면 속에, 작은 불안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기회가 왔을 때, 이 작은 불안이 어쩌면 커다란 불씨가 되어 당신을 동요시킬지도 모릅니다. 반복되는 실수, 이에 따르는 비난. 처음은 작은 가시 바늘이었겠지만 점점 쌓이고 쌓여 커다란 대못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상대방의 신뢰를 잃음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까지 잃게 됩니다. "내가 왜 이럴까?"라는 자책감 섞인 말을 내뱉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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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부엉이 소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선조들은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자신들의 터전을 가꾸었고, 지키며, 하늘을 향해 한없이 비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달랐습니다. 그는 벙어리였고, 매번 남들보다 한발 뒤처졌으며, 중요한 순간에 늘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그를 무시했습니다. 물론, 이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는 그렇게 느꼈으니까요.  

 

그런 그의 삶에 큰 변환점이 찾아옵니다. 그가 사는 작은 마을에 해적들이 쳐들어온 것이죠. 마을이 자칫하면 무너질 정도로 큰 위기였던 만큼, 쓸모없는 그에게도 또다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는 이번에도 실수를 저질렀을까요?

 

나약한 부엉이 소년의 특별한 여정을 그린 게임, Owlboy에 대해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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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간략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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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보이는 2D의 평면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캐쥬얼 퍼즐/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배경은 떠다니는 섬들로 이루어진 세계이며, 이곳에는 부엉이와 사람이 섞인 새로운 부엉이종족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 중 주인공 오터스를 플레이하게 됩니다. 공중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동은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습니다. W, A, S, D 키나 방향키로 케릭터를 움직이며, 마우스를 조작하여 물체를 들거나 여러 동작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패드도 지원됩니다.

 

스토리를 따라 게임이 진행되며 대부분 퍼즐 어드벤처 형식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특정 장소에 올라가 트리거를 작동시키거나, 특정 오브젝트를 활용하여 길을 개척해나갑니다. 또한 여러 협력자들을 만나는데, 이러한 협력자들을 이용하여 적들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협력자들은 각자 고유의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부담 없는 스토리와  쉬운 난이도의 게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분들도 쉽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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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셀 그래픽 게임의 새로운 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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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보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눈을 호강시켜주는 환상적인 배경들입니다. 이러한 그래픽을 픽셀 아트 또는 픽셀 그래픽(도트 그래픽)이라고 합니다. 픽셀 그래픽은 게임의 탄생부터 함께 해온 게임그래픽의 근간이자 원조이지만, 시대가 흐르고 사실적인 3D 그래픽이 발전함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지는 낡은 기술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픽셀 그래픽은 여러 다양한 기술이 가미되었고, 특유의 매력적인 온화함을 느낄 수 있으며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감성의 상징이 되어, 여전히 독립된 고유의 영역을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레트로게임사진.jpg

 

그러나 픽셀 아트의 가장 큰 단점은 말 그대로 노가다라는 것인데, 그림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아주 작은 점들을 하나씩 찍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그림을 대상의 움직임에 따라 수십 장씩 만들어야 합니다. 접하는 건 쉽지만, 만족스러운 완성품을 만들기는 까다롭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보다 편해지긴 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눈도 높아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느낌 있는 그래픽을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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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아울보이는 더욱 가치 있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 한발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반드시 픽셀 아트만의 감성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게임은 수많은 픽셀 아트 게임들이 세운 위업을 한 단계 뛰어넘어서 정점에 올라섰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은 매우 자연스럽고, 배경 속 풀잎은 살아숨쉽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풍성한 색감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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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라운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허술한 부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눈이 안 가거나 덜 중요한 부분은 비교적 간략하게 그릴 법도 한데, 이 게임은 모든 부분을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게임의 첫 시작부터 엔딩까지, 이질감이 들거나 몰입감을 저해하는 구석이 하나도 없이, 동일한 경험을 온전하게 제공합니다.  

 

또한 초원지대에서부터 시작하여, 동굴, 용암, 빙산, 우주까지 나아가는 다채로운 배경들 덕분에, 눈이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게임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의미 있는 스토리에 맞춰 배경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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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같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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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약함'입니다. 그리고 게임의 주인공인 오터스는 이러한 감정의 주체입니다. 벙어리인데다가, 뭘 해도 욕만 먹는 오투스. 하지만 게임은 이러한 약함을 단순히 주인공에게만 조명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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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신념으로 본인의 일을 착실히 해내던 그 누군가도, 거대한 재앙 앞에 무릎 꿇고, 자신을 한탄하며, 한없이 무기력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단한 동료와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그 누군가도, 동료가 떠나자 드러난 자신의 허울에 부끄러워하고, 혼란에 빠지며, 나약해집니다.

 

도처에 두려움이 만연하지만, 오터스는 그들보다 뛰어난 한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러한 나약함에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의지와 용기입니다. 설혹 또다시 잘못되어 모든 이들의 질책을 받게 되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서슴없이 달려들 수 있는 용기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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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터스는 육체적으로 벙어리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을 대변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게디와 같은 조력자들이 나서서, 그를 고취시키고, 그가 혼란에 빠질 때 길을 제시해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도와줍니다. 상처받는 이와 이를 돕는 동료들을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의 따뜻함과, 부족한 이를 보듬어주는 너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임 속에는 이러한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녹아있습니다. 난해한 느낌 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끔 말이죠. 하지만 그만큼 지나치게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황당함이나 맥빠지는 허무함은 없지만, 이렇다 할 강렬한 인상을 느끼기도 어려웠습니다. 스토리의 감정 곡선이 완만하고, 등장인물 간의 갈등도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또한 작품의 후반부에는 신선한 반전과 놀라운 설정들이 준비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반전의 설득력은 생각보다 미흡합니다. 뒷심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더 알고 싶고 더 다가가고 싶은데, 게임은 선을 딱 긋고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게임의 중요한 메시지들은 온전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오터스의 성장과 주변인들의 변화, 이들 사이에서 고조되는 감정은 끝에 다다라 그 꽃을 아름답게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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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레벨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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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진행하며 만나는 여러 동료들을 통해, 퍼즐을 풀어나가고 적들을 물리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캐릭터 레벨이나 무기 아이템같은 육성 요소가 없기 때문에, 적들은 퍼즐을 구성하는 장애물 역할일 뿐입니다. 퍼즐의 난이도가 쉽기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같은 레벨 디자인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 형식이 아닌 세미-오픈월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길이 막혀있고, 이는 스토리에 진행에 따라 열리기 때문에, 모든 장소를 갈 수 있는 때는 극후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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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 숨겨져있는 상자나 공중 링을 통해 얻는 벅캐너리 동전이라는 수집요소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무기 업그레이드나 체력증가 등을 할 수 있는데, 필수적인 것이 아닌 추가전리품 정도로, 모으지 않아도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솔직히 스토리 진행 외에는 별다른 게 없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플레이 타임도 스토리 진행만 하면 6시간 이내, 모든 도전과제를 클리어한다 쳐도 10시간 이내로 짧은 편입니다. 다양한 즐길 거리를 원하는 플레이어에겐 아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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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하고 싶은 배경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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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하나의 종합예술작품으로써 우리에게 어떻게 감동을 전달해야 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배경음악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맛있는 음식의 중요한 향신료처럼 게임의 풍미를 배로 더해줍니다. 1인 작곡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오케스트라 곡은 아름다운 배경 그래픽에 비해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가장 아래에는 느낌 있는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웅장한 저음처럼 묵직하게 자리를 잡았고, 그 위로 수려한 배경이 펼쳐져 게임의 화사한 음색을 이끌어 나가며, 마지막으로 게임의 배경음악이 곱게 올라앉아 전체를 매듭짓습니다. 이들은 완전한 화음을 이루어, 플레이어의 손과 눈과 귀를 향해 조화롭게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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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Jonathan Geer의 홈페이지 : http://jonathangeer.com/?cat=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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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의 긴 발자취 ]

 


아울보이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기간을 거쳐 제작되었습니다. 이를 듣고 우리는 장인정신이 깃든 게임이라며 그들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내지만, 그 뒷면에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이러한 긴 세월은, 어쩌면 어깨 위에 쌓인 무거운 짐이 자신들을 짓누르던 우울한 시기였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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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보이의 시작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아울보이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게임의 아티스트이자 핵심 디렉터인 'Simon Anderson'이 닌텐도의 새로운 콘솔, WII에 대한 루머를 접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다른 개발자들이 이를 통해 비디오 게임의 새로운 플레이 방향에 대해 고심할 때, 그는 오히려 픽셀 액션게임이 주를 이루던 과거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이때는 레트로 스타일의 컨셉이 다시 대세로 떠오르기 전이었습니다. 

 

그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3에서 등장하는 너구리 변신 슈트를 보고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천천히 바닥에 떨어지는 너구리 변신 슈트와 반대로, 아예 날아오르게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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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Anderson이 영감을 받은 또 다른 작품인, 고전 명작 'Kid Icarus'가 WII 버전으로 새롭게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발 도중 프로토타입이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Anderson은 3D 환경에서의 비행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결국 이는 지나치게 어렵다고 판단하여 방향을 2D로 확정 짓습니다. 마지막 퍼즐 조각인 '부엉이'는 그의 여자친구의 제안으로 탄생합니다. 모든 것이 정해지자 그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고, 핵심 캐릭터들을 하룻밤만에 구상할 정도로 시작이 순조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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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2010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Owlboy는 수많은 인디게임 행사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하였고, 이내 수상까지 하게 됩니다. 그는 그 당시 모든 것이 놀라웠고, 자신의 꿈을 위한 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곧 Owlboy의 해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상식의 상금이나 정부의 보조금만으로는 온전한 게임을 완성하기에 넉넉하지 못 했습니다. 개발자의 수는 3~5명 정도로, 개발사라는 이름을 붙이기 힘들 정도의 소규모 팀이었고, 가족들의 지원과 격려 속에서 작업을 겨우 이어나가는 처지였습니다. 또한 해당 장르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뜨거워졌으며, 이에 팬들의 기대치도 점점 높아졌습니다. 때문에 아울보이의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였지만, 수 번의 재조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개발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부담은 나날이 커져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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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의 삶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개발자 Anderson은 이 프로젝트의 처음 계획과 이를 위해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제작이 지연될 때마다 굉장한 책임감과 더불어, 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말합니다. 그가 바랬고 꿈꿨던 여러 계획들은 게임 개발이 늦어지는 만큼 뒤로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한 예로, 그는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게임 발매 이후에 하려 했으나, 그 끝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앓던 우울증은 그를 계속 방해하였습니다. 또한 그의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었고, 설상가상 그가 작업실로 사용하던 부모님의 집은 불에 타버려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처합니다. 운이 좋게도 또 다른 개발자 Madsen이 그를 맞이해주었고, 그의 집을 가상의 사무실로 만듭니다. 

 

Madsen도 게임이 제작되는 긴 세월 동안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역시 부모님의 집에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조부모님은 그에게 싫은 소리 하나 없이 오히려 격려해주었습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긴 세월 도중, 두 분은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또한 그는 그동안 2~3명의 여자친구를 사귀었고, 그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 완성된 게임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반복되었고, 이에 괴로워한 그는 보답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그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owlboy의 개발자들은 점점 지쳐갔고, 결국 의욕은 물론 확신까지 잃어버렸습니다. 게임의 흥행은 커녕 발매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이 그들을 지배했습니다. 그들은 이를 떨쳐내기 위해 잠시 Owlboy를 뒤로하고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합니다. 

 

2013년 겨울, 그들은 Savant-Asent라는 새로운 게임을 발매하였고, 다행스럽게도 좋은 반응을 얻게 됩니다. 또한 이를 통해 그동안 기다려준 Owlboy의 팬들에게도 게임이 곧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줄 수 있었습니다. Savant - Asent는 50만 장이 넘게 팔리면서, 자금 상황도 여유로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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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은 다시 한번 힘을 얻게 됩니다. 긴 공백 기간 동안 팬들에게 잊혀지진 않았을까 하는 그들의 우려와 달리, 아직도 그들을 응원하는 많은 팬들과 게이머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2013년 유명 게임 행사 PAX Prime에서 PAX 10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길고 긴 우여곡절 끝에 2016년 12월 Owlboy가 정식 발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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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게임이 거대한 유명 개발사와 같은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면. 개발 기간이 훨씬 줄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은 턱없이 부족했고, 매번 한계에 부딪혔으며, 그 한계를 넘고 자신이 바라던 이상을 이루기 위해 수십 번을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Owlboy에게서 애증을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감당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자신의 꿈을 향해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가끔 싫증이 나고, 두렵기도 하며, 그저 잊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10년이라는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고, 자신들을 지켜봐 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주 다행히도, 그 인사에 웃는 얼굴로 화답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참고 기사 - "The Exhausting Ten-Year Journey to Release 'Owlboy'" / Vice /  201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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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

 

 

Owlboy Wallpaper Large.png

 

픽셀 그래픽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이 게임은, 모든 순간이 이미 준비된 사진 모델입니다. 게임 사진을 보고 마음이 끌리신다면, 구매를 후회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게임 속 레벨디자인은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 플레이어의 도전 욕구를 자극합니다. 고급스러운 배경 카펫 위로 정갈하게 자리 잡은 게임디자인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게임의 전반적인 내용이 다소 밋밋합니다. 조금 더 분발했다면 최고의 작품이 되었겠지만, 개발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너무나 길어진 개발기간이 발목을 잡은 듯하여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제2의 뉴켐 포에버가 될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고 생각됩니다. 솔직히 2016년도 많이 늦긴 늦었어요. 

 

어느 한 분야에 있어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최고를 접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현재, 픽셀 그래픽 게임 중에서 최고의 볼거리를 자랑한다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을 구입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 이 글은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들을 환영합니다.


  • profile
    sana2**** 2017.01.05 21:29

    후기/리뷰 잘보았습니다.

    픽셀게임 좋아하는데 자금모아서 꼭 사봐야겠습니다!

  • profile
    Gebee 2017.01.05 21:50
    어서 구매하셔서 아울보이의 매력에 빠지시길바랍니다.^^
  • profile
    푸룬 2017.01.05 21:38

    저는 왠지 아울보이가 어렵네요..

    길을 못찾아서 헤메고 있어요 ㅠ

  • profile
    Gebee 2017.01.05 21:48

    사실 저도 어느정도 공감됩니다. 미니맵이 없고, 네비게이션도 없고, 그렇다고 미션 목표확인이 있는것도 아니고. 저도 초반에 좀 헤매고 이곳저곳 쑤시면서 플레이 했었네요. 일단 직진하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했더니 그나마 나아졌습니다.

  • profile
    BrownCity 2017.01.05 21:40

    구매를 자극하는 정성스런 리뷰네요... ㅋ

    잘 보았습니다 ^^

  • profile
    Gebee 2017.01.05 21:49
    감사합니다^^
  • profile
    리베르떼 2017.01.05 21:58

    136.gif

  • profile
    Gaonnuri 2017.01.05 22:02

    갓겜이네여 도트예술인데요 !!

  • profile
    디비딥 2017.01.05 22:27

    오랜만에 보는 정성이 듬뿍 든 리뷰였습니다.

    잘 봤습니다.

  • profile
    우아한냉혹 2017.01.05 22:54

    정성스런 리뷰감사합니다.

  • profile
    임네닉 2017.01.05 22:56

    글 잘 쓰시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 profile
    도끼 2017.01.05 23:36

    잘 봤습니다.

  • profile
    구수후 2017.01.06 00:03

    ㅎㅎ 담에 사야겠네요 

    잘봤어요

  • profile
    에이단 2017.01.06 00:58

    정말 정성들여 쓰셨네요. 잘 보고갑니다.

  • profile
    Lane 2017.01.06 03:18
    정성어린 리뷰를 보고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네요, 따봉!
    리뷰 잘봤습니다!!
  • profile
    감베리니 2017.01.06 08:24

    와 잇셈이 이런 정성스러운 리뷰를 보다니!!

    정말 세세히 잘 써주셨네요.

    근데 스토리는 어떤가요?

    제가 가는 커뮤니티사람들은 그래픽은 환상적이지만 스토리떄문에 강추정도는 아니라고하던데..

  • profile
    Gebee 2017.01.06 15:00
    감사합니다. 스토리는 그분들이 말하신 그런느낌이 맞습니다. 마치 디즈니영화같은 느낌? 남녀노소 다 즐길수 있는데 막 인상적이지 않은 그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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