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때 부터 감성적인 분위기가 가득할 것으로 예상된 GRIS의 엔딩을 보았습니다.

스팀 친구분께서 선물해주셔서 플레이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엔딩까지 플레이타임은 프로필상으로 3.7시간 찍혔습니다.

평균적인 플레이타임 검색해봐도 대략 3~4시간 사이 분량입니다.

사실 힐링게임에 특별한 애착은 없는 편입니다.

플스 독점작인 <Journey>도 어딘가 지루한 구석이 엿보여 처음 몇 분만 플레이 해본 채 방치중이고,

그 전에 플레이 해 본 <ABZU> 역시 비주얼에 반한 점은 있지만 뒤로 갈수록 루즈하게 느꼈습니다.

이 작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려한 배경과 멋진 음악으로 수놓았지만 이런 장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저 같은 분들은 아마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이 게임은 느린 템포로 이동하고 퍼즐 요소를 풀어가는 방식이지만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막힘없이 진행하면서도 루즈하게 느껴지는 기분을 가리기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에서 찾게 된 매력은 크게 두 가지 였습니다.

하나는 앞서도 언급한 음악입니다. 요즘 소위 잘 만들었다고 입소문 좀 내는 게임들이 가진 특징이 게임의 완성도와 더불어 높은 수준의 음악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Dead Cells>와 <Cuphead>가 그러했습니다.

<GRIS> 역시 멋진 음악으로 장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특히 그 음악을 등장시키는 타이밍이 아주 훌륭합니다. 이는 남은 또 하나의 장점과 이어집니다.

두 번째 장점은 배경과 카메라의 상호작용입니다. 보통 액션에 맞춰 오브젝트가 상호작용 하는 것이 대부분 게임들이 보여주는 매커니즘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버튼이 들어가고 딸깍 소리가 나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입니다.

이 게임에선 그런 활성화되는 오브젝트가 아닌 배경과 카메라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가 특정 지역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줌업 혹은 풀샷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아주 매끄럽습니다. 특히 배경에 날아다니는 새가, 지나가는 수채화풍 구름이, 요정(?)처럼 땅에 굴러다니는 생명체들이 나의 움직임에 작용하는 부분이 일품입니다.

윗 단락에서 이야기한 음악 역시 나의 특정한 액션에 반응한다기 보다 나의 움직임에 맞춰 적절한 타이밍에 연출되는 부분이 게임을 하면 할수록 감탄했던 점입니다.

다시 한번 번복하지만 기존의 힐링게임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습니다. 내러티브가 구체적이지 않은 점이 그러하고 엔딩을 보고 나서도 생각하기에 따라 달려있는 개방성도 비슷한 구석입니다. 다만 이런 연출이 보다 '감성적인' 느낌을 주는 데에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더, <ABZU>를 플레이 하면서도 그랬지만 이 게임 역시 스크린샷 버튼을 수도 없이 누르게 됐습니다. 매순간 순간 제발 이 장면을 스샷으로 남겨줘, 이렇게 예쁘게 해놨는데 안찍고 갈수 있겠어? 싶을 정도로 훌륭한 미학적인 화면이 즐비한 게임입니다. 위에 첨부한 모든 스샷 역시 인게임 장면입니다.

어째 단점을 먼저 떠올리며 작성한 글이지만 다 적고 마무리 하다보니 좋았던 기억만 남네요. 정가를 주기엔 조금 분량이 아쉽지만 이런 류의 게임이 분량이 길면 또 지나치게 늘어지는 분위기 였을겁니다. 할인을 노려서 즐겨보신다면 음악에 빠져 감상할만한 애니메이션 정도로 추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