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의 역사는 인텔과 AMD 간 경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두 업체는 지난 수 십여 년 간 물고 뜯기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물론 인텔의 코어 시리즈 출시 이후 점유율 면에서는 AMD가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초의 APU를 비롯해 옥타(8)코어 프로세서 등 PC 업계에 족적을 남길 만한 신제품들을 발 빠르게 출시했다는 점에서 AMD는 IT 시장의 리더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트리니티와 카베리 등의 APU는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능가하는 뛰어난 그래픽 성능으로 CPU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FX 시리즈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멀티 코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니아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비록 국내 시장에서 AMD가 고전 중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신기술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기에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해 봄직하다.

AMD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하이엔드 유저를 위한 CPU 'FX 9590'과 'FX 9370'을 내놓았다. 무려 8개의 코어를 탑재한 'FX 9590/9370'은 높은 클럭에서 뿜어져 나오는 뿜어져 나오는 컴퓨팅 성능을 비롯해 배수락의 해제로 추가적인 성능 향상이 가능하고, 함께 제공되는 수냉 쿨러를 통해 안정성을 유지했다. 이에 AMD 프로세서로 하이엔드PC를 구성하거나 오버클럭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이상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X 9590/9370'는 파일드라이버(Piledriver)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파일드라이버는 약 2년 전에 선보인 아키텍처로 비교적 구형(?)에 속하지만, FX 시리즈 중 일부 제품을 비롯해 트리니티와 리치랜드 등 APU에서도 사용되면서 성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

소켓은 AM3+로 AMD 970 혹은 770/760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를 통해 구동이 가능하다. 현재 AM3+ 메인보드 중에는 970 칩셋을 탑재한 제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확장성도 뛰어나 FX CPU와 함께 고사양PC를 구성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이보다 더 높은 성능의 PC를 원한다면 AMD 990FX 메인보드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캡처

'FX 9590/9370'의 가장 큰 특징으로 8개의 코어가 탑재된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AMD FX 시리즈는 코어의 개수에 따라 FX8000과 FX6000, FX4000 시리즈로 모델명을 구분해 놓았다. 즉, FX8000 시리즈는 8개의 코어가 탑재됐고, FX6000 시리즈는 6개, FX4000 시리즈는 4개의 코어가 각각 탑재됐다. 이에 최상위 라인업에 속하는 'FX 9590/9370'도 8개의 코어를 넣어 멀티태스킹에 있어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코어의 개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구동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멀티 프로세싱을 지원했을 때 더 빠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일반적인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에서는 CPU의 작동 속도와 IPC, 캐시 메모리나 기타 명령어 등에 의해 속도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코어의 수가 절대적인 요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멀티 프로세싱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이 때 물리적인 코어의 수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멀티 코어로 인한 장점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FX 9590/9370'는 단지 코어의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FX 9590'은 기본 클럭이 4.7GHz, 'FX 9370'은 4.4GHz로 상당히 높은 편이고, 여기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터보코어 기술로 상황에 따라 최대 0.3GHz씩 속도가 빨라진다. 여기에 8MB 용량의 L2/L3 캐시 메모리를 탑재했고, 배수락이 해제돼 오버클럭에도 한층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AVX 및 FMA4, XOP, AES 등 다양한 명령어를 제공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응용 프로그램에서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CPU를 구매하면 공냉 방식의 레퍼런스 쿨러가 함께 제공된다. 하지만 'FX 9590/9370'를 구매하면 레퍼런스 쿨러 대신 수냉식 쿨러를 제공한다. 제공되는 쿨러는 쿨러마스터의 Seidon 120XL로 이 것만 하더라도 10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이득이라 할 수 있다.

수랭쿨러는 120mm 크기의 알루미늄 라디에이터와 PWM 쿨링 팬, 내장형 수냉펌프, 구리 베이스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마이크로 채널 기술의 워터블록으로 냉각 효율을 높였기 때문에 오버클럭시 상당히 유리하다. 오버클럭을 즐기는 유저들의 상당수는 수냉쿨러를 별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FX 9590/9370'을 구매하면 고성능 수냉쿨러가 들어있어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AMD FX 9590/9370' 성능은?

다음으로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FX 9590/9370'의 대략적인 성능과 함께 소비전력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메인보드로는 AM3+ 소켓의 애즈락 990FX KILLER를 사용했고, 그래픽카드로 엔비디아 지포스 GTX750 Ti를 썼다.

3D MARK FireStrike (CPU Physics)

3D MARK FireStrike는 일반적으로 3D 그래픽 성능을 측정하는데 쓰이지만, CPU의 성능도 알 수 있어 시스템의 전반적인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비교적 객관적인 데이터로 통용된다. 테스트 결과 AMD FX 9590이 8926점으로 상당히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AMD FX 9370이 8556점으로 하이엔드 제품으로의 면모를 보여줬다.

씨네벤치 R15

씨네벤치 R15는 CPU의 멀티 코어 및 싱글 코어의 능력을 동시에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범용적인 벤치마크 프로그램이다. 두 제품을 돌려본 결과 멀티 코어에서 AMD FX 9590은 741cb를, AMD FX 9370은 689cb를 각각 기록했다. 아울러 싱글 쓰레드로 작동할 경우의 성능을 알아본 결과 AMD FX 9590은 111cb를, AMD FX 9370은 103cb를 기록했다.

산드라 2014 프로세서 연산 성능

CPU의 성능 측정에 애용되는 산드라(Sandra) 2014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적인 연산 능력을 측정했다. AMD FX 9590은 107점, AMD FX 9370은 101점을 각각 기록했다.

소비전력 측정

끝으로 두 제품을 이용해 PC를 조립했을 때 소비전력은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아봤다. 참고로 AMD FX 9590와 9370의 TDP(열 설계 전력)는 동일한 220W로 다른 하이엔드 CPU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에 3D MARK를 돌린 후 전력이 가장 높이 측정되는 구간의 평균을 구했다.

측정 결과 AMD FX 9950은 315W, AMD FX 9370은 304W로 근소한 차이를 보여줬다. 측정된 값은 300W 내외이지만, 여기에 GTX760 이상의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사용해 하이엔드 PC를 구성할 요량이라면 가급적 정격 600W 이상의 파워서플라이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반격을 위한 초석 'AMD FX 9590/9370'

지금까지 'AMD FX 9590/9370'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봤다. 앞선 성능 측정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듯 두 제품은 하이엔드 제품으로써 부족함이 없는 면모를 보여주며, AMD FX 시리즈 중 최고의 제품으로써의 위엄을 뽑냈다. 여기에 배수락을 해제함으로써 자유자재로 오버클럭을 구사할 수 있고, 뛰어난 성능의 수냉 쿨러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발열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었다.

다만 메인보드의 종류가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과 소비전력이 상당히 높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AM3+ 소켓 기반의 메인보드의 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FX 9590/9370'과 같은 고성능 제품에 어울리는 하이엔드 제품의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오버클럭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중저가 보드에서도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지만, 배수락이 해제된 특성을 감안하면 역시 튼튼한 전원부 구성을 갖춘 제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AMD 990FX 칩셋 기반의 하이엔드 메인보드의 수가 늘어야 AMD 하이엔드 CPU의 판매량도 늘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FX 9590/9370'은 AMD FX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간 내세울 만한 하이엔드 라인업이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등장만으로도 상당한 의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위의 두 제품은 반격을 위한 초석인 셈이다. 앞으로 메인보드 업체와의 공조를 통해 더욱 다양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다면, 주춤했던 CPU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