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선 랜포트가 빠진 채 출시되는 노트북을 간간히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은 당연히 WiFi로 연결되며, 태블릿PC도 유선이 아닌 무선으로 인터넷을 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미니PC도 WiFI를 기본으로 담고 있다. 데스크톱PC에서 ODD가 사라지듯 랜케이블도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모든 네트워크 연결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뀜에 따라 ‘인터넷 공유기’에 대한 역할은 매우 커졌다. 특히 무선은 다양한 환경적 변수에 의해 성능이 들쑥날쑥 하는 만큼 끊김이 없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터넷 공유기의 성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는 다수의 디바이스를 인터넷에 연결해 활용하는 만큼 간이 NAS, 웹 접속 관리 등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고 있으며, 집안까지 기가비트망이 뚫림에 따라 최고 속도를 누리기 위한 욕구도 늘어났다.

해외 직구족을 통해 국내에서 일찌감치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바 있는 ASUS 인터넷 공유기가 지난해 국내에 정식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하이엔드 유저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고 있다. 다수의 무선 디바이스를 동시에 써도 성능 저하 없는 안정적인 구동, 그리고 마니아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도 충족시키는 풍부한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기출시된 ASUS RT-AC68U/66U는 지난해 큰 관심을 받았다.

ASUS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PC하드웨어 명가(名家)답게 최고 사양으로 무장한 플래그십 인터넷 공유기 ‘RT-AC87U'를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인터넷 공유기의 고급화 바람을 이끌고 있다. 기존 공유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과 안정적인 구동으로 연결되는 탄탄한 전원부 설계, 다양한 소프트웨어 및 부가기능 지원은 타 제품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ASUS만의 기술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보급형PC본체 한 대 가격과 맞먹는 30만원대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성능/기능에서 최고의 만족을 나타냄으로써 하이엔드/익스트림 유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 에이수스 RT-AC87U

▲ 국내에 정식 유통되는 제품은 무상 3년 보증이 제공된다.

최고의 인터넷 공유기 다운 육중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 RT-AC87U는 생김새부터 ‘포스’가 느껴진다. 고급스러운 블랙 컬러로 무게감을 더했으며, 메카닉 디자인 요소를 녹여 견고하면서도 열정적인 마니아의 정신도 슬쩍 엿보이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 에이수스 RT-AC87U

곧은 직선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은 강직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곳곳에 입힌 입체적 패턴은 자칫 단조롭게 보일 수 있는 올블랙 컬러를 근사하게 표현해냈다.

▲ 에이수스 RT-AC87U의 바닥 부분

무선을 위한 안테나는 4개를 달았다. 2.4GHz 대역과 5GHz 대역을 모두 지원하는 듀얼밴드 안테나이다. 분리가 가능하며, 자유롭게 회전이 되기 때문에 인터넷 공유기의 설치 형태에 따라 최적의 상태로 안테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 분리형 안테나를 사용했다.

▲ 4개의 안테나는 방향을 자유롭게 위치시킬 수 있다.

비스듬히 깎아내린 전면부 하단 좌측에는 각각 LED와 WiFi라고 적힌 두 개의 버튼이 있다. 이는 각각 전면부의 LED와 와이파이에 대한 ON/OFF 버튼으로, LED 불빛이 신경 쓰일 때, 그리고 와이파이를 일시적으로 끄고 싶을 때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 전면에는 추가적인 기능이 제공된다.

▲ LED 및 WiFI 활성 여부를 스위치로 쉽게 제어할 수 있다.

마치 스텔스 전투기의 날개처럼 날카롭게 커팅한 전면부에는 ASUS RT-AC87U의 동작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LED가 있다. 붉은색, 파란색이 각각 해당 위치에서 정상 작동중임을 알려준다.

모두 기가비트를 지원하는 WAN포트와 4개의 LAN포트는 색으로 구분했다. 견고한 금속 재질의 가이드를 사용함으로써 소켓의 내구성을 높였다. 4개의 LAN포트 중 1번과 2번은 티밍(teaming) 기술을 지원, 속도를 더욱 올리거나 이중 연결로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 1개의 WAN 포트와 4개의 LAN 포트가 제공된다.

▲ LAN 포트 1번 및 2번은 포트 티밍 기능을 지원한다.

그 주위로는 무선 연결을 돕는 WPS 버튼과 인터넷 공유기 초기화를 할 수 있는 리셋 버튼이 있다. 후면 우측에는 전원어댑터 연결부와 함께 전원스위치가 제공되어 스위치를 누르는 것만으로 공유기를 쉽게 재구동시킬 수 있다.

▲ 전원 스위치가 있어 인터넷 공유기 재부팅이 용이하다.

플래그십 모델 답게 USB포트는 두 개나 달았다. 뒤쪽에 USB2.0, 앞쪽에 USB3.0 인터페이스를 각각 적용해 USB저장장치를 연결할 겨우 보다 빠른 속도로 파일 공유가 가능하도록 했다.

▲ 전면에는 USB3.0 포트가 제공된다.

▲ 후면에는 USB2.0 포트가 있다.

USB포트는 스마트 기기를 충전하기 위한 용도로 쓸 수 있다. 무부하시 5V로 출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거의 2A에 가까운 넉넉한 출력전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보다 빠르게 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스마트폰/태블릿 등을 충전하기에 충분한 2A에 가까운 출력을 낸다. 외장형 하드디스크도 안정적으로 구동시킬 수 있다.

USB포트에는 외장형 저장장치, 프린터 등을 연결해 네트워크에 연결된 타 디바이스와 공유가 가능하며, 백업 및 3G/4G 모뎀 또는 안드로이드폰을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쓸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한다.

▲ USB포트에는 저장장치를 연결해 네트워크 스토리지로 쓸 수 있다.

연결된 다수의 무선 디바이스를 기가비트의 속도로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스펙이 매우 중요하다. ASUS RT-AC87U는 1GHz로 동작되는 ARM Cortex-A9 기반의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데이터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다수의 커넥션도 척척 처리해낼 수 있도록 넉넉한 256MB DDR3 메모리를 사용했다.

▲ RT-AC87U의 블록다이어그램 (이미지 = ASUS)

4x4, 즉 쿼드스트림을 위해 Quantenna QSR1000 솔루션을 사용했다. 따라서 기존 트리플 스트림 방식의 802.11ac가 내는 최고 속도인 1300Mbps보다 약 400Mbps 더 빠른 1734Mbps(433Mbps x4)의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2.4GHz 대역도 기존 제품보다 빠른 600MHz(150Mbps x4) 속도를 낸다.

▲ (이미지 = ASUS)

특히 각각의 대역폭 처리를 위해 칩셋을 분리하여 설계함으로써 다중 데이터 전송으로 생길 수 있는 간섭 현상을 최소화시킨다. 동급의 프로세서를 사용한 타사의 제품과 비교해 인정적이며, 더 높은 성능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이미지 = ASUS)

무선 성능, 최고로 끌어올리다
국내에 나온 고급형 인터넷 공유기는 3x3 방식이 대부분이다. ASUS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플래그십 모델로서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4x4 MU-MIMO 안테나를 적용했다. 따라서 3x3 인터넷 공유기의 최대 속도인 1300Mbps보다 더 뛰어난 최대 1734Mbps(433Mbps x4) 무선 연결 속도를 보여준다.

4개의 안테나는 사용 가능한 무선 범위도 확장시킨다. 기존 3-안테나보다 약 33% 더 넓은 신호 범위로, 넓은 공간의 사무실, 복층 구조의 실내, 그리고 다층 건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ASUS RT-AC87U에 탑재된 웨이브 2 기술 중 하나인 멀티-유저 다중입출력(MU-MIMO)은 무선 성능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린다. 다수의 사용자에게 안테나 자원 또는 무선 공간 자원을 분배하는 MU-MIMO는 예를 들어 2x2 무선 단말기가 인터넷 공유기와 통신하고 있을 때 또 다른 단말기도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무선 디바이스가 급증하는 요즘과 같은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인 것. 반면 기존 방식인 SU-MIMO는 한 사용자에게 무선 안테나 리소스를 모두 할당하기 때문에 성능 향상에 한계점이 있다.

▲ 기존 제품과 RT-AC87U에 적용된 MU-MIMO의 비교 (이미지 = ASUS)

또한 기존 모델에도 적용된 바 있는 AiRadar라는 빔포밍 기술도 들어가 있다. 이는 무선으로 연결된 디바이스를 실시간으로 추적해서 해당 기기에 대한 무선 신호세기를 조절해 주는 기술로, 다이내믹한 환경에서도 최적의 상태로 무선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럼 ASUS RT-AC87U의 실제 무선 성능은 어떨까? 직접 테스트해 보기로 했지만 아쉽게도 4x4를 모두 지원하는 무선랜카드는 국내에 없다. USB3.0으로 연결되는 무선랜카드도 최대가 2x2 타입이다. 때문에 1734Mbps 속도를 온전하게 측정할 방법은 없다. 대신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4를 이용해 무선 성능을 확인했다. 참고로 갤럭시 노트4는 2x2 타입으로 최대 연결 속도는 866Mbps(433Mbps x2)이다. 속도는 네트워크 대역폭 측정용으로 많이 활용되는 jperf(iperf)를 사용했다.

위 결과와 같이 실제 전송 속도는 400Mbps를 넘나드는 매우 빠른 성능을 보였다. 전송속도는 대개 연결속도의 절반 정도로 나타나니 제 성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측정 장비의 한계로 4x4의 제대로 된 성능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웠으나 ASUS의 자료나 해외의 측정 결과를 보면 실제 기가비트에 가까운 속도를 내 궁극의 인터넷 공유기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또한 타 공유기보다 넓은 1734Mbps 대역폭은 탑재된 MU-MIMO 기술로 인해 다수의 무선 디바이스가 연결되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되므로, 실생활에서 ASUS RT-AC87U를 사용했을 때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유기를 내 마음대로 쉽게 주무르다
초보자 입장에서 인터넷 공유기는 무척 두려운 존재이다. ‘네트워크’라는 이름부터 거부감이 들 뿐 아니라 ‘설정’이라는 과정은 감히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때문에 인터넷 공유기를 처음 장만하는 것도 초보자로서는 만만한 선택이 아니다.

ASUS RT-AC87U는 하이엔드급 제품이지만 네트워크를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는 인터넷 공유기를 처음 설치할 때부터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설정은 3단계로 간소화시켰다. ASUS RT-AC87U에 전원과 랜케이블을 연결한 후 PC의 웹브라우저를 실행하면 자동으로 설정을 돕는 설치 마법사가 나타나며, 화면의 지시대로 키보드, 마우스를 누르다 보면 어느새 인터넷에 접속된다. 설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도 걸리지 않는다. PC가 없다면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이용해도 된다.

▲ 초보자도 쉽게 설정할 수 있는 마법사 기능이 제공된다.

전문 네트워크 장비 수준 못지않은 다양한 기능을 넣은 것도 ASUS RT-AC87U의 강점이다. 그리고 ASUS는 이런 기능을 초보자도 쉽고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며, 그래픽 요소를 충분히 활용한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빼곡한 텍스트로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복잡한 화면 대신 자동차의 계기판처럼 시스템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UI를 적용함으로써 친숙함을 더했다.

▲ 설정 메뉴는 GUI를 적용해 직관적이면서도 이해가 쉽다.

메뉴 구성도 알아보기 쉽도록 했다. 좌측에는 1차 메뉴가 나타나며, 해당 메뉴를 선택함에 따라 관련 내용이 우측에 표시된다. 또한 2차 메뉴를 위쪽 탭으로 분류함으로써 메뉴 전체에 대한 맵(map)을 화면으로 인지하면서 메뉴 이동이 쉽도록 했다.

USB의 활용도를 높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ASUS RT-AC87U는 두 개의 USB 포트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외장형 하드디스크, 또는 USB메모리 드라이브 등을 연결해 네트워크로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며, 프린터를 연결하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수의 사용자가 프린터를 공유해 쓸 수 있다. 이 모든 기능은 <USB 애플리케이션> 메뉴에서 설정할 수 있다.

▲ USB 포트를 활용한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인터넷을 통해 쉽고 빠르게 데이터를 타인과 공유하고 싶다면 AiDisk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FTP 기능을 켤 수 있으며, *.asuscomm.com 형태의 DDNS 기능도 자동으로 활성화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복잡한 IP주소 대신 도메인 이름을 알려줌으로써 간단하게 ASUS RT-AC87U에 연결된 USB저장장치로 액세스할 수 있다.

▲ AiDisk 기능을 이용하면 타인과 쉽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 DDNS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버 센터 메뉴를 이용하면 FTP 외에 Samba를 이용한 네트워크 공유가 가능하고, iTunes나 DLNA 서버 기능도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TV나 스마트 디바이스 등이 있다면 ASUS RT-AC87U의 USB에 연결된 저장장치 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들 디바이스로 즐길 수 있다.

그러면 공유기에 연결된 드라이브에 데이터를 쓰고, 읽는데 어느 정도 속도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래와 같이 LAN Speed Test를 이용, 인터넷 공유기에 연결된 2.5인치 외장형 하드디스크(NTFS 포맷)에 대해 속도를 측정해 봤다. 그 결과 읽기 속도(다운로드)는 약 62MB/s(494Mbps), 쓰기 속도(업로드)는 53MB/s(424Mbps)로 나타났다.

또한 USB포트에 프린터를 연결하면 일반 프린터가 네트워크 프린터로 탈바꿈된다. 그동안 인쇄하기 위해 프린터가 연결된 PC를 켤 필요가 없어진 것. 네트워크 프린터 서버 기능은 인터넷 공유기에 프린터를 연결함으로써 집안이나 사무실의 모든 PC에서 자유롭게 인쇄를 할 수 있으며, 일반 프린터보다 더 비싼 네트워크 프린터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USB로 된 3G/4G 모뎀을 연결함으로써 이를 통한 인터넷 이용도 가능하다. 또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연결하여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WAN으로 연결된 외부 인터넷 라인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겼을 때 일시적으로 3G/4G 모뎀이나 안드로이드폰으로 인터넷 연결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매우 중요한 사업장 등에서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이 밖에 애플의 백업 솔루션인 ‘타임머신’을 지원하며, 비트 토렌트 다운로드 기능도 쓸 수 있다.

▲ 비트 토렌트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한다.

한편 ASUS에서 제공하는 AiCloud를 이용하면 USB에 연결된 대용량 저장장치를 나만의 클라우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상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와는 달리 용량이나 속도의 제한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이것만 보더라도 ASUS RT-AC87U에 대한 본전은 톡톡히 뽑아내는 셈이다. 물론 스마트폰 및 태블릿을 위한 앱도 제공되기 때문에 PC 앞이 아닌 외부에서도 USB저장장치의 공간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