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쪽에 취미가 있다면, 일본이 산업적인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을 콘텐츠 산업 전체에 있어 전방위적으로 추진했다는 걸 알 것이다. 그것이 일이든 취미이든 TAF(Tokyo International Anime Fair) 현장을 간혹 찾아본 입장에서 보면, 예전에는 3D TV 적응이나 셀 애니메이션 제작비용 절감 차원이던 것이 테크닉 연구 등으로 한 차원 높아진 게 사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3D 등 디지털 기술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건 2013년 이후 정도다. 우리가 케이블 방송에서 보는 애니메이션들에서 머신이나 자연을 표현한 것들은 어느새 3D 또는 디지털 기술들이 꽤나 녹아들어간 편이다. 당연히, 이런 기술적인 안정화는 게임 제작에서도 크게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D 대전격투게임으로 그 위상을 이어온 길티기어 시리즈가, 그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3D로 넘어오게 된 것은 특유의 룩(Look)을 지키면서도 기술적인 추세에 따라 더 많은 표현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신작이자 PS4 플랫폼 첫 작품인 'GUILTY GEAR Xrd SIGN(길티기어 이그저드 사인)'은 그렇게 그 존재만으로도 역사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다.

▲ 전통적인 2D 대전격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3D 기반.

다소 길게 느껴지는 설치시간을 뒤로 하고, 게임으로 접어들어 보면... 일단 처음에 보는 화면은 여느 작품 때의 느낌 그대로겠다. 모드가 좀 많은 편인데, 이게 게임 볼륨을 풍부하게 하는데 기여하는 것 역시 대대로 있었던 일이겠고, 여러모로 친숙함이 이어지게 기획된 느낌이다. 직관적인 것도 그렇고, 이번에도 역시 멋진 한글화가 접목되어 있어서 더 그렇겠고.

스토리 모드가 약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마치 요즘 케이블 방송에서 보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버튼 연타를 해야 대사가 넘어가니 그제서야 게임이구나 하겠지만, 플롯 구성이나 연출 등등 대부분의 특성이 애니메이션의 화법을 따라 간다. 미연시 스타일의 어드벤처 게임의 작법과도 비슷하긴 한데, 아무래도 그런 탓인지 한글 자막 술술 읽으며 이그저드 세계관 이해가 용이하다.

이처럼 캐릭터에 몰입하기 좋은 판을 깔아둔 게임이라서 그런지, 스토리 모드로 이번 작품의 세계관과 이야기 흐름을 짚고 나면 다른 모드들을 즐기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방송이나 캡처를 막아놔서 직접 다 보게 만든 게 이 때문인 듯. 처음에 설치하고 바로 본 화면은 뭔가 복잡하다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스토리 모드는 일단 거치고 나면 그 때부터 이 게임의 재미는 봉인 해제된다.

▲ 스토리 모드 외에, 게임시스템까지도 한글화가 잘 되어 있다.

아무래도 즐길 꺼리가 많은 게임이 되는데에는 시리즈 특유의 난이도 접근법이 있는 것도 있다. 제일 낮은 단계와 제일 높은 단계는 그냥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될 수준. 격투라기 보다는 어드벤처 형태로 게임을 즐기고자 한다면 난이도를 낮추면 적당하다. 옛날 스타일 미션 클리어 타입 게임의 화법 같은 것인데, 때문에 상당히 접근하기 쉬운 게임이 되겠다.

PSN 유료회원이 된다면 네트워크 게임까지 도전해볼 만한 것이다. 한글판 발매가 12월 24일이라 꽤 최근이긴 한데, 그래도 이미 시리즈 자체에 내성을 지닌 유저들이 많아서 초심자가 바로 네트워크 가는 건 어지간한 멘탈이 아니고서야 버티기 어려운 일. 아무래도 싱글플레이에서 최고 난이도는 극복한 다음에 가는 게 나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적으로 고수들이 넘쳐나는 게임이란 점을 명실해야 될 것이다.

꽤 된 시리즈물이라고는 해도, 길티기어 시리즈는 세대교체하는 작품들은 단순히 게임 속 이야기만 이어지는 걸 넘어서는 혁신을 게임에 도입하곤 했다. 그냥 보기에는 망가 느낌 다분한 대전격투 정도로 치부될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이 게임을 접해 왔다면 그야말로 게임 제작기술 개발의 역사와도 같다. 한결같이 고유의 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별의 별 시도를 다한 제작사에 찬사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 현 시점 기준으로, PS4 최고의 대전격투게임.

15세이용가 / 평점 : 9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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