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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폴아웃 4의 인조인간-

 

잼아저씨

1. Humanity

  

humanity   네이버 영어사전.png

 


 중학교 3학년 과정의 단어이지만 저는 아직도 이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인류와 인간성을 나누는 것인가요? 과연 인류와 인간성이라는 것을 하나의 단어로 뭉뚱그려서 말할 수 있는 것인가요?

 

 사춘기 청년도 아닌데 웬 헛바람이 들어서 이런 중3병 돋는 질문을 했냐면 바로 폴아웃 4와 그에 대한 핵심 소재인 "신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2. 폴아웃 시리즈

 

 폴아웃 시리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으로 꼽힙니다. 정확히는 핵전쟁 이후 대충 멸망한 세계의 이야기를 다룬 “뉴클리어 아포칼립스” 하위 분류에 속하죠. 방사성 폐기물로 오염된 황량한 황무지(wasteland)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약탈하거나, 약탈 당하는 그런 매드 맥스 스타일의 세계를 그려냈습니다. 

 

madmax2.jpg

멜 깁슨 아저씨 멋있던 시절. (Mad Max 2 : The road warrior, 1981)

fallout4_trailer_end_1433355589.png

벌써부터 느껴지는 오마주의 냄새. 실상 포스트 아포칼립스 하면 매드맥스 오마주가 없을 수 없죠. (Fallout 4, 2015)

 

폴아웃 1과 3에서 그리고 있는 핵심 소재는 바로 물입니다. 3일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고, 더러운 물은 수인성 질병의 매개가 되니 깨끗한 물이야 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권력이라 할 수 있죠. 설정에서도 병뚜껑은 금본위제가 붕괴하기 전까지의 금태환처럼 ‘허브’라는 곳의 대량의 물을 바탕으로 한 물본위 화폐(water-backed cap)입니다. 병뚜껑을 가져오면 물을 준다는 그 신용 덕에 폴아웃 세계에서는 병뚜껑이라는 실용성 0인 물건이 화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금과 같은 물을 폴아웃 1과 3에서는 얻기 위해, 그리고 얻고 나서 거쳐가는 여정을 다루었죠. 

 

Fo1_Intro_Water_chip.png

핵무기가 터지면서 방출되는, 모든 전자장비를 무력화 시키는 EMP에도 진공관은 트랜지스터보다 생존성이 높습니다.

정수 장치 '워터칩'  (Fallout 1, 1997)

(

Activated_Purifier (1).jpg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 나는 목마른 사람에게 생명의 샘에서 솟는 물을 거저 주겠다.(요한의 묵시록 21:6)

 앵커리지 기념관 'Project Purity'. (Fallout 3, 2008)

 폴아웃 2와 뉴 베가스에서는 포스트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니까 세계가 대충 멸망한 뒤에 일어선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 생존이 해결되니 다른 것을 생각하기 시작한 그런 상황을 그리고 있죠.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골라서 하고 있는 그런 집단들의 갈등이 나옵니다. 폴아웃 2의 스토리는 토양의 오염을 정화하기 위해서 출발한 여정이 결국에는 미 정부의 후손들의 막장 짓을 저지하면서 끝나죠. 폴아웃 뉴 베가스에서는 처음에는 복수를 위해 출발했지만 결국 후버 댐과 스트립 지역 내의 이권 때문에 발생하는 세력 다툼을 해결하는 것이 소재였습니다. 정리하자면 폴아웃 2와 뉴 베가스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원래는 거기에 참여하려던 게 아닌데 정치적인 싸움에 어떤 계기로 휘말린 방랑자의 이야기입니다.

 

APA.jpg

전쟁 전 미 정부의 후손인 엔클레이브의 존재 의의는 자체 개발한 파워아머의 간지에 있습니다. 딱 거기까지만요

(Fallout 2, 1998)

 

Joker_2.jpg

배달부

"즐거운 시간 되시길" 

모하비 황무지의 세기말 패자인 배달부 느님의 손을 잡는 세력에게 복이 있을지니 (Fallout New Vegas, 2010)

 

그러나 폴아웃 4는 앞에서 살펴본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일반적인 소재를 충실히 따르는 전통적인 폴아웃 캐논과는 조금 다른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인조인간이지요.

 

3. 인조인간

 개인적으로는 폴아웃 4에 갑자기 인조인간이 나와서 뜬금없었습니다. 1 3의 생존, 2 NV의 아귀다툼 모두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는 흔히들 볼수 있는 키워드이지만 인조인간? 그건 뭐죠? 스카이넷인가요? 아니 그건 폴아웃 3인데 하는 식으로 요상한 상상의 나래를 혼자 펼치고 있었습니다. 허나 뚜껑을 따 보니 이건 제가 봤던 책과 영화에서 설정을 따왔구나 싶었습니다.

 

1) 책

 필립 K 딕. 왠지 잘 서 계실듯한 성씨를 가진 이 아저씨는 SF 소설의 대가입니다. SF 문학상 중에 그의 이름을 딴 상도 있으니까요. 그 중에 무려 50년 전에 나온 작품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1968)”가 바로 폴아웃 4와 연관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이 소설을 많이 생각한 거 같습니다. 레퍼런스 기기가 “넥서스” 니까요. 실제로 PKD 아저씨의 딸이 구글에 관련 소송을 걸었다고 합니다. (참조)  

KakaoTalk_20160416_103713731.jpg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폴라북스 PKD 전집 버전이 번역 수준이 좀 더 좋다고 합니다. 미 저작권법상 보호기간이 끝났기 때문(30년 도과)에 무료로 공개된 원문으로 읽으려 했는데 시간 관계상 어쩔수 없이 번역본으로 봤습니다.

2) 영화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인 리들리 스콧 경이 젊었을 적에 필립 K 딕 아저씨의 허락을 받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를 영화로 제작했습니다. 바로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입니다. 현재는 4K로 리마스터 되기도 한 이 영화 또한 SF 매니아들의 교과서라 할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제는 고희를 넘어선 해리슨 포드 할배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죠. 난해한 작품성 때문에, 또다른 SF 명작이자 당시 상영작 중 경쟁자인 ET 덕에 흥행에서는 똥망이었고, 국내에선 5년동안 정식 개봉조차 못했지만 영상미 넘치는 영화입니다. 한번 쯤은 볼만 합니다.

 

Blade Runner (Scott, 1982) The Final Cut [BDRip1080p Ita-Eng].mkv_20160412_230840.484.jpg

유명한 비오는 노점 국수집 장면입니다. LA는 건조 기후인데 늘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는 점에서 느낄 수 있는 아포칼립스적인 분위기로 가득찬 장면이자 개봉 당시 일본의 세계적 위상을 짐작케 하는 장면 이기도 하죠. 폴아웃 4에서도 타카하시라는 로봇 국수 장사로 오마주 되었습니다. 

(Blade Runner, 1982)

3) 그래서

 이 세가지 매체 모두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다루었지만 재밌게도 이 셋다 인조인간을 부르는 이름이다 다릅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에서는 '안드로이드',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레플리칸트', 폴아웃 4에서는 '신스' 라고 부르죠. 간단히 해설하자면 안드로이드는 “ἀνδρ 인간”이라는 어근에 “- oid 붙이”라는 접미사가 붙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인간과 비슷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레플리칸트는 “replica 복제품” 에 “-ant(사람)”, 복제된 인간, 모조품 인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신스는 Synthetic(인공의) 라는 단어에서 어근부분인 synth 만 떼온 것입니다. 곧 인조인간 그 자체를 의미하지요. 같은 대상을 지칭하지만 바라보는 뉘앙스가 모두 다릅니다. 책에서는 비슷한 모습의 인조인간을 보았고, 영화에서는 흉내낸 모습의 인조인간, 게임에서는 제조된 모습의 인조인간이란 의미로 보입니다. 결국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인간은 무엇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4. 인간 ? 인간성?


그래서 다시 맨 앞에서 한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인간과 인간성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주제는 바로 테세우스의 배입니다. 시간을 할애하실 수 있으신 분은 아래의 영상을 보시고

없으시면 대충 이렇습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집합의 집합을 일컬어 나라고 한다면 그 부분집합이 모두 교체된다면 나라는 전체집합도 바뀌는가 바뀌지 않은가 입니다. 일단 그에 대한 해답은 저도 못 내립니다. 학부 논리학 전공 수업 들을 때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 논변으로 오류로 치고 넘어갔으니까요.  한 번 인조인간에 적용해 봅시다. 자 제가 불치병에 걸려서 제 신장을 인공 신장으로 바꿨습니다. 근데 또 운이 없어서 이번에는 폐를 교체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장기와 모든 인체의 구성 요소를 모두 교체하고 결국 뇌까지도 저와 동일한 인공 뇌로 교체되었습니다. 그러면 그건 저라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제 버려진 장기가 저고, 저는 그냥 새로운 존재일까요?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생각해 봅시다.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그 구성요소로 말하기에는 철학적 난제 혹은 오류에 빠져버립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그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 속하는 생물학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본성을 갖고 있기에 인간이라고 정한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인조인간은 어떨까요? 인간성을 가진 인공의 존재를 과연 우리는 인간으로서 인정을 해야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세가지 매체에선 이것을 각각 이런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한 내용은 블라인드 처리합니다. 안드로이드는~에서는 인조인간 사냥꾼인 주인공 릭 데커드가 사냥하는 인조인간들에 대한 공감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이들을 사냥하는데 죄책감을 느낍니다거기서부터 데커드는 인조 인간 또한 인간으로 받아들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에선 인조인간은 인간보다 인간다운 자기희생을 보여주고, 인조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모습으로 이를 보여줍니다. 폴아웃 4에서는 퀘스트라인으로 던져주는 신스에 대한 정보를 보면서 플레이어에게 선택하도록 하죠. 결국 "상호적, 쌍방적 예술" 답게 판단은 자기의 몫이지요. 

 

5. 소재는 매력적이었으나


분명 이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내용이고, 쉽게 답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이성적으로 쉽게 그래. 너 인간 할지는 몰라도 인간 본능적으로 인간과 닮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데서 오는 “불쾌한 계곡”을 넘어서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실제로 책에서는 보이드-캄프 척도 검사라는 정신과에서 쓰이는 일종의 사이코패스 감별법으로 인조인간과 인간을 감별해 내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인조인간들을 사냥 대상으로 삼습니다. 폴아웃 4에서도 이를 패러디해서 코버넌트라는 실험소에서는 폴아웃 3의 직업 적성 척도 검사인 G.O.A.T(Generalized Occupation Aptitude Test)를 응용해 신스를 판별하는 퀘스트가 있죠.  당연 목적은 신스의 감별과 파괴입니다.

 

2015-11-17-200548-80.jpg

보이드 캄프 검사를 진행중인 해리슨 포드. 기계장치는 플래시와 카메라입니다. 빛을 쏘인 상태에서 감정을 자극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보이는 홍채의 반응을 측정합니다. 사실 책 보다 비주얼이 필요하기에 보니 딱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표시가 나지요.

(Blade Runner, 1982)

허나 폴아웃 4에서는 이러한 매력적인 소재를 왜 굳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게임에 넣어서 주요 갈등 요소로 만들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우리는 세계가 대충 멸망했는데 나 살길 바쁜 상황에서 인간이 뭐고 인간성이 뭔지 고민하면서 편을 들어줘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스토리 텔링의 난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메인 퀘스트 라인에서 뭐하러 인스티튜트는 쌍욕 먹어가면서까지 정보 수집을 위해 주민들을 납치하거나 죽이고 똑같은 모습의 신스로 대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인간성을 무조건 존중하기만 해서 나를 공격했던 말던 본인이 원하건 말건 신스는 무조건 리프로그래밍을 통해 해방해 줘야만 한다는 레일로드의 팩션 이념도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폴아웃 뉴 베가스는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이유가 메인 스토리 텔링에서 그 어떤 결말과 루트를 선택해도 하나의 큰 스토리로 완결지어 보면 크게 문제가 있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NCR은 가장 큰 세력이지만 특유의 인해전술로 인해 전비 부담이 커 엄청난 세율로 황무지인들을 괴롭게 하지만 적어도 자국 시민은 보호하고 비상식적인 짓은 하지 않습니다. 시저의 군단은 레이더 보다 쪼끔 나은 수준의 막장 집단이지만 힘과 명예를 존중하는 편이며 (배달부 빼면 남자만) 자기 휘하의 신민들은 보호하며 황무지의 질서는 가져옵니다. 하우스는 미친X이긴 하지만 동시에 천재이기도 하고, 영원한 독재자이기도 하지만 가장 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황무지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배달부 독립 루트는 배달부 개인의 영달을 쫓는 루트이긴 하지만 결국 자유로운 황무지가 됩니다. 하우스만 빼면 양대 세력인 NCR과 시저의 군단은 전비 부담을 지적하기만 하면 순순히 평화는 지켜질 정도로, 결국에는 "황무지의 평화"라는 주제로 자연스러운 엔딩을 맞게 됩니다. 저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말은 되니까요.

 

6. 신스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그래서 폴아웃 4는 스토리 설정의 디테일이 정말 아쉬운 거 같습니다. 분명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생각해내기 어려운 소재를 꼽아 신선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것을 자세하게 풀어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냥 오픈월드 게임 답게 셔틀질 하면 다 끝나는 그저 그런 스토리 텔링이라 아쉬웠습니다. 물론 주입받은 기억과 본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발렌타인의 연퀘, 앞서 언급한 코버넌트 퀘스트 같이 주제를 다루면서도 매력적인 부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몰입도를 가지기에는 설명이 부족하고, 메인퀘스트의 납득 가능한 자연스러운 유도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오히려 옵시디언의 뉴 베가스가 줄글식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그 모든 선택지가 결국 납득이 된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더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재를 다루면서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말도 없지만 아주 잘 “보여주는 “게임은 바로 SOMA입니다. 역시 복자로 처리합니다만 게임에선 설문조사로 이에 대해 고찰하도록 해주었습니다. 게임 초반에 아무런 선입견도 없을 때의 이 소재에 대한 생각과, 인류의 희망이 사실은 몸을 버리고 인공 데이터베이스로 자신의 정신을 옮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을 때 다시 이 소재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받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이 주제에 대해 고찰할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저주었습니다. 발매 전에 개발자가 썼던 티저 메시지 "고양이와 로봇의 차이(링크)" 도 이 주제를 잘 표현하지요.

 

 50년이 지나서 이제는 전설이 된 책은 제목에서조차 과연 안드로이드는 자면서 꿈을 꿀까? 아니면 그들은 미래에 대한 꿈이 있나? 라고 아주 깊이 있는 설정의 질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안드로이드가 밤에 자면서 꿈을 꾼다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창발적인 부분을 창조해 낸 것이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한다면 소망을 가진 존재를 장조했다는 뜻이죠. 분명 책보다 50년 뒤에 나온 게임인데 아쉽네요. 이러한 세세한 설정까지도 짜 주었다면 좀 더 재밌는 게임이 되었을 겁니다.

 

 나름 긴 이야기였지만 개인적으로 폴아웃 4를 견실한 게임으로, 위쳐 3를 혁명적인 게임으로 꼽는 데는 이런 생각들이 깔려 있었습니다. 왜 위쳐 3가 혁명적인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 때문에 번역했던 EC의 영상을 인용해 봅니다.

네, 이런 디테일이 있기에 위쳐는 코비어의 꿈을 꿀 수 있는 겁니다.

 

 

여담.

 

* 오랜만의 게임 리뷰네요. 사실 연초에는 "혼신의 리뷰를 쓰겠다"라는 각오하에 이거보다 좀 더 많은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힘들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만 잡고 써봤습니다. 폴아웃 시리즈를 저렇게 퉁쳐버리기엔 참 다룰 건덕지가 많네요.

 

*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폴아웃 시리즈에서도 나오는 "그 총" 의 이름은 원래 PKD 피스톨입니다. 네, 책의 저자 Philip K. Dick에서 따왔습니다. 책에서는 old style pistol ... .38 magnum slug 이라고 원문에 나와서 38구경 매그넘으로 번역되었는데, 아마도 .357 매그넘을 이야기 하는 듯 합니다. 역대 폴아웃 시리즈에서는 .223, 5.56 *45mm 소총탄을 쓰는 권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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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VThatGun.png

 

*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보실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의 명대사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a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난 너희 인간들이 믿지 못할 만한 것들을 봐 왔어. 오리온 자리의 어깨에서 불타오르는 전함들. 탄호이저 관문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C형 빔들. 그 모든 기억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에서 빗속의~ 구절은 사실 애드립이라고 합니다. 해당 대사를 한 배우 룻거 하우어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네덜란드 인) 이런 명대사 중의 명대사를 생각해냈다는 점이 대단합니다.

 

* 이 글을 쓰며 저는 알파고의 지배를 받아도 상관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기계 만세!

 

* 현재 인공지능은 보이드-캄프 검사는 고사하고 튜링테스트 (링크)도 제대로 통과 못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통과한들 그것이 진정으로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냐는 별론이지만요 (중국어 방 논증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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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코코넛먹자 2016.04.16 08:12
    어우 이야기게시판에도 홍보를?!
  • profile
    잼아저씨 2016.04.16 10:39
    수정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 profile
    실기 2016.04.16 09:34
    그동안의 인조인간을 다룬 작품들은 인간성을 중점으로 다룬 것 같습니다. 미지의 것을 쉽게 두려워 하는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인종, 종교 등으로 차별이 점점 심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화합을 도모해야 하는지를 청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 profile
    잼아저씨 2016.04.16 12:24
    더 나아가서는 그렇게도 되겠죠. 인간이냐 아니냐는 철학적인 물음이지만 받아들이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가치판단의 문제니까요. 논점에서 벗어나서 뺐지만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에서도 "머서교" 라는 종교 이야기가 나오지요. 역시나 믿음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을 잘 보여주더군요.
  • profile
    ASDFASDF 2016.04.17 20:26
    필립 K ㄷ..
  • profile
    잼아저씨 2016.04.17 21:45
    안성기 배우가 생각나네요
  • profile
    coyan 2016.04.24 16:51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 profile
    프라다킹스 2016.04.25 14:06
    이번 블랙데이~ 할인을 위하여~~
  • profile
    Nemesis 2016.04.27 08:43
    리뷰아저씨!! 잘봤습니다 ㅎㅎ
  • profile
    Rel 2016.04.28 09:10
    잘 읽었습니다.
    필립K딕 팬이기도하고.ㅎㅎ 즐겁게 읽었네요.^^
  • ?
    다오 2016.05.19 22:26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철분남 2016.06.23 23:24
    해봐야지 하면서도 아직 한 번도 플레이 해보지 못한 폴아웃 시리즈입니다T-T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은...생각할때마다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답다고 느껴집니다.
  • profile
    melofmemo 2016.11.01 01:51
    리뷰를 읽고 소마란 게임도 해보고 싶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
  • profile
    Led 2017.01.21 13:31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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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D, 중국 회사와 서버용 x86 CPU 개발 위한 조인트 벤처 설립 금일 2016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것과 동시에(링크 참조) AMD는 중국 회사와 x86 SoC 개발을 위한 합작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을 새로 전했다. 아직 이 자회사의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
    Date2016.04.22 ByDGLee Views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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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더 디비전'을 즐기기 위해 색다롭게 구성해본 High-End 게이밍 Mini PC

    2016년 1월과 2월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발매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오던 Ubisoft사의 'Tom Clancy’s The Division™'이 지난 3월 7일 정식 출시하면서 해외뿐 아니라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그 인기는 '더 디비전'의 지하...
    Date2016.04.20 ByReignXx Views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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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신스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신스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폴아웃 4의 인조인간-   잼아저씨 1. Humanity       중학교 3학년 과정의 단어이지만 저는 아직도 이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인류와 인간성을 나누는 것인가요? 과연 인류와 인간성이라는 것을 하나의 단어로 뭉...
    Date2016.04.16 Category게임 By잼아저씨 Views2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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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THE DIVISION for High-End Mini PC Build Guide

    이번 사용기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오래전 부터 목말라해 왔던 시스템 구성 중 50% ~ 60%(?)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ITCM 커뮤니티를 비롯한 많은 PC 사용자들과 공유하고 직접 사용을 목적으로 작성된 사용기이니 참고하시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PC 패키...
    Date2016.04.11 ByReignXx Views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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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Battleborn Early Access Review

       배틀본(Battleborn)은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에서 제작하고 2K 게임즈가 퍼블리시 예정인 FPS 게임 입니다. 한차례 발표가 딜레이가 된바, 스팀상점에서는 올해 3월에 출시 예정이라 써있지만, H2 INTERACTIVE 에서는 5월 3일에 전 플랫폼(ps4, xboxone, pc)...
    Date2016.04.08 Category게임 By실기 Views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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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파스칼 아키텍처 분석 : 역대 최고 넓이의 프론트엔드, IPC 15~20% 가량 개선 전망

    파스칼 아키텍처 분석 : 역대 최고 넓이의 프론트엔드, IPC 15~20% 가량 개선 전망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파스칼'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최상위 칩셋인 GP100은 3840개의 쿠다코어와 1.4TB/s 대역폭의 HBM2 메모리로 무장하며, 현재 양산 중에 ...
    Date2016.04.06 ByDGLee Views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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